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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러시아의 우크라 원전 공격, '탈원전' 구실돼선 안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04 15:02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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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는 뉴스가 아침을 깨웠다. 며칠 전에는 체르노빌 원전이 러시아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은 수도 키이브로 가는 길목에 있고 가동중인 원전도 아니었기 때문에 금방 가라앉았지만 자포리자 원전 이슈에는 한동안 관심이 집중될 것 같다.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사선 오염이 목적이 아니라 전력공급차단이 목적일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가운데 하나는 보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현재사회의 가장 중요한 보급은 전기이기 때문이다. 레이다 등의 군사용 전자장비도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도 또 민생에 고통을 주는데도 전력을 차단하는 것은 유효한 수단일 것이다.

게다가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다른 발전소는 연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전시에 장기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반면 원전의 경우에는 연료를 한번 장전하면 1년 반을 계속 가동하게 되므로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에는 원전을 장악함으로써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지면을 통해서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4호기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흔히 체르노빌이 재앙의 땅이 된 것으로 이해하지만 체르노빌 1-3호기는 이후에도 수명기간까지 운전하였다. 수십 명의 운전요원이 아니라 수천 명의 보수 및 운영인력이 출입하면서 전력생산을 했다. 이는 물론 구글에서 검색해도 알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이후에도 원전을 계속 건설해서 15기가 되었고 국가전력의 50%를 원자력발전으로 공급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단지는 가장 최근에 건설된 것으로 체르노빌 원전의 흑연감속로(RBMK)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동일한 가압경수로형이다. 즉 두꺼운 격납용기 건물로 원자로가 보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격납용기를 폭파한다는 가정은 어떨까. 어른 손목두께의 철근이 들어가는 두께 1 미터 이상의 구조물을 폭격하여 손상시키기 보다는 훨씬 적은 공격력으로 더 유효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목표물은 많다. 말도 안되는 가정이다.

우리는 원전사고는 드물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끝장"이라는 선동에 속아왔다. 세계 3대 원전사고인 TMI-2호기(1979), 체르노빌-4호기(1986), 후쿠시마(2011) 사고를 경험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일본이 모두 끝장나지 않았다. 오히려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공격받는다는 소식은 우리를 두렵게 하기 충분하다. 국내에도 수많은 원전괴담이 있었고 신문의 지면을 장식해왔다. 조사해보면 모두 기사감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비슷한 소식이 보도되면 놀란다. 그 놀라는 것이 더 놀랍기도 하다.

이 소식이 객관적으로 잘 다루어지길 희망한다. 탈원전 정책을 합리화하고 선동하는 데 사용되지 않기를 원한다. ‘만에 하나’라는 선동이 작용하여 탈원전 정책이 형성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수천 조원의 국가적 손실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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