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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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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와 금융혁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05 09:54

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김한성 한은 전문역

▲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는 간략히 말하면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이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 즉 규제와 감독의 독점, 금융의 소비와 생산에 허가된 중개자 개입 등 사람에 의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집중앙화된 금융(Cefi, centralized finance)에 대한 상대개념이라 할 수 있다.

디파이는 아직 일반 대중에는 낯설지만 열정 시민에게 새로운 금융기회를 제공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디파이 규모는 예치총액(Total Value Locked) 기준으로 2017년 10월 이후 처음 3년 동안 10억 달러 수준에 머물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던 지난해 하반기 250억 달러로 치솟고, 금년 들어서도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9월초 980억 달러에 달한 이후 중국의 암호화 화폐 채굴 및 거래 금지 영향으로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9월말 현재 800억 달러로 줄어든 상태이다.

물론 이 수치는 기존 집중화된 금융 규모와 비교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증권거래소, 보험사, 유동성 제공 등 금융 인프라 기관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즉, 탈중앙화 금융에서도 예치된 현금 및 암호화 코인에 대하여 이자를 지급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다. 또한 코인은 물론 외환, 증권 거래를 체결하고 청산하는 거래소 역할도 한다. 이밖에도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을 합성하고, 거래 가능한 토큰화된 자산을 발행한다. 우리가 코앞을 바라보면서 바쁘게 지내는 동안 디파이는 어느새 코인을 매개로 기존 금융의 기능과 역할을 거의 복제하는 듯 보인다.

이처럼 디파이라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은 무엇일가. 우선은 이더륨, 솔라나, 카르다노와 같은 허가가 필요하지 않는 그리고 공개된 블록체인(permissionless and public blockchain)이 금융혁신을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을 배제한 프로그램화된 스마트 계약만으로 상상하는 금융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디파이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이용이 편리하고, 금융기관 입장에서 운영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중앙화된 금융시스템에서 자금중개는 물론 위험분산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금융서비스의 그늘을 키운 점도 반사적으로 작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국면에서 비대면 상황이 장기화된 가운데 온라인 네트워크을 통한 금융서비스 접근이 늘어난 점도 디파이 성장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디파이는 세간의 관심을 끌고,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피할 수 없는 성장통과 함께 규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 이를 보여주듯이 불과 지난 몇 달 동안에 탈중앙화 금융네트워크 폴리의 6.1억달러 해킹, 탈중앙화 거래소 비트맥스의 소비자보호 미비로 인한 1억달러 벌금2), 리퀴드 암호지갑 97백만 달러 도난3)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 더하여 여러 나라의 규제당국도 암호화 화폐의 채굴 및 거래중단(중국),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격제한(한국),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안 모색(미국) 등을 하고 있다.

디파이가 과연 이같은 운영위험과 규제의 장벽에도 금융혁신을 멈추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을지. 반대로 집중화된 금융은 지금처럼 운영위험을 규제로 막으면서 금융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금년 1월 게임스탑 주식과 관련된 사건은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개인투자자들이 주도권을 갖는 모습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기존 거래소가 갖는 비효율성, 그리고 기관투자자 편에서 개인투자자 거래를 중단시켰던 중개기관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바로 일주일 전 중국 정부가 암호화화폐 거래를 중단시키면서 중앙집중 거래소가 무색해지자 중국인 거래자들이 탈중앙화 거래소로 몰리면서 디파이 코인 유니스왑(Uniswap), 디와이디엑스(DyDx), 스시스왑(SushiSwap), 일인치(1Inch) 가격이 상승하는 흥미로운 현상도 목격한 바 있다.

집중화된 금융은 규제를 통하여 소비자 보호, 불법자금 자금조달 방지 등 운영위험을 감축하겠지만 규제당국자의 독점, 미숙함, 편파성으로 인하여 운영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규제는 확실성을 요구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기에 불확실하다는 점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잘 돌아가는 세상은 규제와 혁신이 서로가 전투하는 형국이 아니라 경쟁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집중화된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도 마찬가지로 이 둘을 조화롭게 이끄는 규제의 지혜가 필요하다.

규제당국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무지에서 벗어나 높은 수준의 확신을 바탕으로 디파이를 혁신과 협력을 낳는 디파이(Democratized Finance)로 이끌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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