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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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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태양광셀 80%가 중국산…정부차원 국산확대 생태계 만들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8.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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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과속의 덫에 걸린 태양광산업’ 글 싣는 순서

①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산업
②장마·태풍 올 때마다 불안
③한 탕 노린 사기·편법 기승
④中업체 배 불리는 수입 부품
⑤돌발 발전 정지 빈발 우려
⑥뾰족한 정책 대안 없는가<끝>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태양광 산업이 지원금 의존, 사기·편법 등 ‘과속의 덫’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일 신재생에너지 산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전을 펼치면서 태양광 산업 자체가 정부 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정책 목표인 에너지 전환의 조급증에 걸려 무리하게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많은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 등 정부 지원 당근을 쏟아내 시장 참여자를 유인할 뿐 산업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장 체계 구축엔 소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에너지 전공 대학 교수는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시장 진입과 퇴출이 이루어지는 시장 기능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에서 지나친 보급 목표 달성에만 집착할 뿐 제대로 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엔 게을리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태양광산업이 각종 문제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어렵사리 끌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이 산업과 관련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 시장과 민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태양광 전력판매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결국 태양광 전력판매가격 안정화를 위해 RPS 고정가격계약 시장을 중심으로 태양광 전력거래 시장을 개편하는 데 대안을 찾는다. 하지만 RPS 고정가격계약으로 가다 보면 태양광의 정부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의존도를 낮추려면 태양광 발전비용이 하락해 정부 지원 없이도 발전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것이다.

태양광 부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산업은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할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이게 그간 우리나라가 태양광 부품의 상당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했던 원인으로 꼽혔다. 태양광에 높은 중국산 의존도는 종종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는 태양광 산업 부품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 없이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햇빛으로 발전하는 태양광 발전은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꾸준한 전력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 보니 태양광 발전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 이와 관련된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태양광 발전량이 제대로 예측돼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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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REC 현물시장은 포기
"그리드패리트 달성해야 하지만 아직 일러" 

 


전력거래소의 REC 거래시장 거래량 및 거래금액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거래시장 REC 거래금액은 3639억9200만원이다. 이 중 계약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5.0%(3459억2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매주 2회 열리는 REC 거래시장에서 실시간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현물시장이 아닌 20년간 고정가격계약을 맺어주는 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REC 현물시장이 지난 3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기에 나타난 일이다. 이와 같이 REC 현물시장 가격이 대폭 하락해 태양광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도 REC 현물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 6월 28일 RPS 고시를 개정하면서 "신재생사업자의 가격안정성을 위해 변동성이 큰 현물시장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RPS 고정계약 물량을 하반기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물량은 2.05GW로 하반기에도 2.00GW 이상 물량을 풀 예정이다. 올해 RPS 고정가격계약 총 물량은 4.05GW 이상이 된다. 지난해 2.6GW보다 최소 55.8%는 많다.

또한 산업부는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을 지금보다 상향해 내년 의무공급량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RPS 의무공급비율은 일정 규모의 발전사가 발전량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다. 발전사가 스스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면 외부에서 REC를 구매해야 한다. RPS 의무공급비율이 높을수록 발전사들이 구매해야 할 REC도 많아져 REC 가격이 오르게 된다.

REC 가격이 올라가고 RPS 고정가격계약에 몰릴수록 태양광 산업의 정부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REC는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에 발급해주는 보조금 성격의 인증서로 REC를 필요로 하는 발전사에 판매해 태양광 사업자들은 추가 전력판매 수익을 얻는다. 발전사들은 한국전력으로부터 REC를 구매하는 비용을 정산받고 한전은 그 비용을 전기료에서 충당한다. 태양광 산업은 국민에게서 걷는 전기료로 현재 사업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결국 태양광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발전에 드는 비용이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트’를 달성해야 가능하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다만 지금은 그리드패리트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흐름이다.

박동명 한국 ESS(에너지저장장치)협회장은 "RPS 고정가격계약이 일시적인 답이지만 관리운영·유지보수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사업자의 경우에 문제가 있다"며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무리하게 화석연료금액에 맞추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내산 태양광 셀 확보하려면
"투자비용 많이 들어 정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 

 


태양광 발전을 위한 최종 생산품은 모듈이다. 모듈에 갖가지 기자재들을 받쳐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다. 모듈의 전 단계는 셀이다. 셀을 여러 기술을 이용해 가공하고 이어 붙이면 모듈이 완성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모듈 보급량 9965MW중 국산의 비중은 71.1%(7084MW)다. 나머지 28.9%(2881MW)는 중국산 모듈이다. 비교적 모듈은 국내산이 많다. 업계서는 공기업들이 대규모 태양광 산업을 할 때 탄소인증제 등 제약이 있어 중국산 모듈을 사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사항으로 나올 수 있어서다. 중국산 모듈 업체들은 민간기업 추진 태양광 사업에 모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국내 진출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셀이다. 국산 모듈의 상당수는 중국산 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 제작한 모듈이라도 중국산 셀을 사용하기에 중국산 모듈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지난해 보급된 태양광 셀 중 22.1%만 국산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분석됐다. 결국 국내 공기업들이 사용하는 태양광 모듈의 상당수도 중국산 셀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셀 사용에 대한 지적에 대해 태양광 업계서는 모듈 생산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들어가 중국산 셀을 사용한다고 해서 중국산 모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국내 셀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 당분간 인센티브 부여 등 정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신호선 솔라파크 상무는 "국산 셀 육성을 위해서는 국산 셀을 사용하는 기업에 당분간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하다"며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국산 셀 아니면 안 된다는 접근보다는 국산 모듈 보급 확대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셀은 지속적인 자본투자가 있어야 하고 기술혁신도 빨라 생산제품이 계속 바뀌어 기업들이 수백억을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며 "투자액을 감당하기 힘들어 대기업도 그렇고 일반 중소기업도 셀 산업에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기업으로는 국내 셀 보급이 사실상 힘들어 기업들이 공동으로 힘을 모으고 정부가 여기에 지원을 보태는 환경은 돼야 국산 셀이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안정적인 셀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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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변동성 해결 위해서는 발전량 예측이 우선 

 


태양광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은 먼저 태양광 발전량 예측이 우선이라고 분석된다. 전력계통은 지나치게 전력이 많이 혹은 적게 흐르면 시스템에 고장이 난다. 전력 수요와 공급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예측돼야 발전량이 부족하면 예비 전력을 얼마나 공급해줘야 할지 예측된다. 반대로 발전량이 너무 많으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는 등 대비할 수 있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로 발전량 예측사업을 운영해 에너지 IT 기업들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오차 범위에서 예측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KT와 SK E&S를 비롯한 대기업부터 여러 중소기업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전량 예측사업의 사업성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이 사업에 본격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비용량 2만kW이상을 모아야 한다. 이는 발전사업용으로 사용하는 설비용량 100kW 소형태양광을 200개나 모아야 하는 규모다. 중소업계에는 이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모으기 쉽지 않아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게다가 발전량 예측사업에 참여하더라도 당장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예측한 발전량이 실제 발전량과 오차범위가 6% 내외면 kWh당 4원이 지급된다. 2만kW의 태양광 발전소로 사업에 참여한다고 할 때 발전 시간 3.5시간을 적용하면 한 달 예상 발전량은 210만kWh다.

2만kW 태양광 발전소를 모아도 발전량 예측사업으로 올릴 수익은 약 840만원 수준인 것이다. 게다가 이 수익은 전력을 예측한 사업자에게 온전히 가지는 게 아니라 예측 사업에 발전량 데이터를 제공해준 발전사업자에게도 분배해야 하는 수익이다. 현재 참여하는 기업들은 실제 수익을 얻기 위해서 발전량 예측사업에 참여하기보다는 앞으로 시장 확대를 기대하며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사업만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발전량 예측사업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시장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태양광 발전량 예측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발전량 예측 사업의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며 "설비용량 2만kW이상만이 아닌 1000kW~2만kW의 중규모 역시 예측자원에 편입한다면 사업성뿐 아니라 전력 운영의 편의성 관점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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