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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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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들쭉날쭉 발전량에 출력제한 늘어나며 손실 '눈덩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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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과속의 덫에 걸린 태양광산업' 글 싣는 순서


①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산업
②장마·태풍 올 때마다 불안
③한 탕 노린 사기·편법 기승
④中업체 배 불리는 수입 부품
⑤돌발 발전 정지 빈발 우려
⑥뾰족한 정책 대안 없는가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태양광 발전소는 비용이 들지 않는 에너지원인 태양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태양 빛이 있는 낮에만 발전 가능하다는 약점이기도 하다. 낮에만 전력을 생산하면 안 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을 낮에만 쓰는 게 아니다. 태양 빛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저녁에도 전기를 쓴다. 그래서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공급하는 전력계통망에는 일정 전압을 유지하도록 전력 수요와 공급에 맞게 전력이 계속 흘러가야 한다.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적으면 소비자들이 전기를 쓰지 못하게 돼 정전이 일어나는 건 당연할 뿐 아니라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아도 문제가 생긴다.

전압이 일정하지 않으면 전력계통망에 문제를 일으켜 시스템 고장의 원인이 된다. 해가 쨍쨍해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져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전압이 일정 수치보다 올라간다. 이때는 태양광 발전소 출력을 제한해야 한다. 반대로 해가 져 태양광 발전이 줄면 전력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져 전압이 하락해 예비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발전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발전소가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질수록 이와 같은 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에서는 출력 제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주도는 육지로부터 생산 전력량이 부족할 때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남은 전력은 육지로 보낼 방법은 없어서 재생에너지 발전소 출력을 제한해야 한다.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도 비슷한 징조가 나타났다. 전남 신안 태양광 발전소에서 육지에서 처음으로 출력이 두 차례 제한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에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풍력을 포함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늘어날수록 이런 출력제한 문제는 더욱 자주 나타날 걸로 전망된다. 출력제한에 따라 피해액도 수천억에 이를 걸로 추정된다. 수요가 넘칠 때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전력 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정전이 일어날 위험도 커지게 된다.

태양광 발전소 발전의 변동성은 태양광 산업의 ‘과속의 덫’인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과속의 덫을 해소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22일 재생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전이나 출력제한 등으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자 에너지 IT 업계들은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 미리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량을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전력 수요와 공급을 통제해 출력제한과 정전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확대에 따른 피해액을 최소화는 대신 인센티브를 얻는 게 그들이 하려는 사업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정전과 늘어나는 국내 태양광 발전량 

 


지난해 8월 매우 더운 한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두 차례나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기록적인 폭염으로 저녁에도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늘어난 수요를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감당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결국 순환 정전을 하게 됐고 이틀 동안 총 61만 가구가 정전을 경험했다.

캘리포니아 정전이 일어난 이유로 전문가들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지난 2019년 기준 캘리포니아의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정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전력 계통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잘 보여줬다.

앞으로 국내서도 직면하게 될 문제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 태양광 발전량은 134만2361MWh로 전체 발전량의 4429만1047MWh의 3.0 %를 차지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년간 약 60.0%나 증가했다. 올해 5월 태양광 발전량은 213만9008MWh로 전체 발전량 4430만4553MWh의 4.8%로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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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도 출력제한 예외 아냐…앞으로 피해 수천억 예상 

 


정부 목표에 따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늘어날수록 출력제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출력제한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은 2017년 14회, 2018년 46회, 지난해 77회로 점점 늘다가 올해는 3월 기준으로 벌써 30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제주도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출력 제한으로 입은 피해는 약 30억원으로 추산된다.

육지에서의 첫 출력제한 사례는 전남 신안의 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지난 3월 두 차례 발생했다. 다만 신안에서 발생한 이 출력제한은 전력 수요와 공급에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남 신안의 태양광 발전소 출력 제한은 해당 지역에 송배전망 시설이 부족해서 나타났다. 아직 육지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출력을 제한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 수요를 넘길수록 육지에서도 얼마든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출력이 제한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는 P2G활성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연간 출력제한량이 2030년에는 2005GWh이고 2040년 7894GWh 혹은 2040년 2만3428GWh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정부 목표에 따라 2030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20%로 늘고 2040년 30% 또는 35%까지 늘어난다고 볼 때 나타날 결과다. 이에 따라 203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입을 추정 손실액은 약 3000억원이고 2040년 1조1000억,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35%가 되면 3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하반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평균 전력가격 1MWh당 약 14만원을 반영해서 추정한 결과다.

반대로 해가 지면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들어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추가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었는데 제때 예비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정전이 발생하게 된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이 전력계통에 들어와 있는데 해가 지면 전력 공급이 확 줄어든다. 이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해 캘리포니아 폭염 때도 해가 져서 태양광발전량이 급감하는 시기에 부족한 전력을 공급할 방법이 없어서 순환정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 때 계통에서 증감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력제한 피해 해결하는 방안으로 사업 활로 찾아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에 따른 정부의 피해 보상에 관한 논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제주도와 함께 ‘2021년 제1차 제주 에너지협의회’를 개최해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출력제한 최소화와 보상 방안 등을 협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단기적인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최소화방안뿐만 아니라 중장기 보상원칙 및 세부방안, 관련 시장제도 개선 등을 통해 비용효율적인 출력 제어방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생하는 출력제한 피해를 사업의 기회로 보는 사업자들도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대로 출력제한과 정전 등으로 재생에너지 업계와 정부에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해주는 전력중개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출력제한 해결을 위해서 먼저 주변 기후 환경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예측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예측돼야 공급량을 통제할 수 있어서다. 전력 수요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어느 정도 예측이 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아직 예측이 잘 안 되고 있다.

실제로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를 운영해 발전사업자의 하루 전날 예측량이 다음날 실제 발전량과 비교해봐서 오차율 이내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예측 오차율이 6~8%면 생산한 전력에서 1MWh당 3000원이고 6% 이하일 경우 1MWh당 4000원을 지급한다. 아직 사업성이 크지는 않지만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술이 발달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걸로 예상되면 전력계통망에 전력을 흘려보내지 않고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전력을 저장하거나 수요관리(DR)을 활용해 전력 수요가 공급량에 맞게 늘도록 유도할 수 있다. DR은 전력 공급량이 많은 때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전기 소비자에게 전기료를 할인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때 전기 소비자는 전력 공급량이 많은 시기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사용하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적을 걸로 예상되면 ESS에 저장한 전력을 계통망에 흘려보내면서 수요량에 맞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PP) 구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가상발전소는 여러 곳에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IT 기술이다. 가상발전소 기술이 있어야 거대한 전력계통시스템에 공급 관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전력중개 사업 관련 에너지 IT 기술을 연구하는 정주현 브이피피랩 이사는 "전력중개 사업이 출력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 보조서비스 등이 나오긴 했지만 출력제한으로 인한 피해가 전력중개 사업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의 최대치"라며 "현재 태양광은 예측오차율이 5∼7%로 풍력 예측오차율 15∼20%보다 비교적 전력량을 예측하기 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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