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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탄소중립’ 달리는 기업, 발목 잡는 정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20 13:41

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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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전세계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글로벌 공급망에는 균열이 생겼고 구매자들의 소비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수요와 공급의 톱니바퀴를 맞추지 못한 분야에서 각종 잡음이 새 나오고 있고 원자재 가격은 급등락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까지 쏟아져 나온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같은 대외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불확실성은 ‘탄소중립’에 대한 시간표가 너무 앞당겨졌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지닌 탓에 일부 산업군은 생존 여부를 걱정할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시멘트 철강 등 제품 수입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집권 민주당이 탄소 국경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력 계열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세부 계획을 짜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필수지만 이 같은 의제는 ‘탈(脫) 원전’이라는 정치 논리 속에 묻어버렸다. 국가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기업들에게 관련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게 전부다.

우리 산업계의 근간을 이루는 대기업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문제다. 집권 초기부터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법인세까지 늘리는 자세를 유지해왔다. 주 52시간 근무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개정노조법·중대재해처벌법 처리 강행 등 반(反) 기업 정책들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 각계 전문가들은 유럽·미국 등의 ‘탄소 국경세’에 대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산업계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들이 판을 친다.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정부다. 정부가 할 일은 탈원전 등 실패한 정책들을 빨리 수정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몰려온다면 그 파도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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