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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도 원전 수출 대상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국 만으로 제한키로 한 게 계기였다. 사우디는 우리 정부와 업계가 체코와 함께 가장 유망한 원전 수출 대상으로 꼽고 그간 많은 공을 들여온 곳이지만 현재 IAEA 가입국이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사우디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아 우리 정부와 업계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국내에선 탈원전하면서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하며 이중성을 나타낸 정부의 사우디 원전 수출이 ‘허구’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다만 원자력학계 등 다른 한편에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나타난 미국의 움직임이 사우디에 대한 IAEA 가입 압박을 강화함으로써 결국 한미의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을 더 높인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제기된다.
24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 공급 때 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양국 비확산 공동정책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즉 한국과 미국이 원전을 제3국에 수출할 때 IAEA 추가 의정서에 가입한 국가에만 원전을 공급하기로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는 핵무기 전용 우려 등을 감안해 IAEA 핵물질 감시를 받지 않는 나라에는 원전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국내 원전업계가 수출 후보로 공을 들여온 사우디는 IAEA 미가입국이다. 현재 IAEA 추가의정서 가입국은 140여 개국이다. 브라질 등 일부 개발도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은 IAEA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IAEA 추가의정서 비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원자력 업계가 사우디 원전 수출을 하기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원전 협력 조건이 국내 업계의 사우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게 된 모습이다. 현재 사우디가 발주한 120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1.4GW급 원전 2기 건설 사업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이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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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해외원전 사업인 바라카 원전 1호기 모습. 연합뉴스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사우디에 수출한다는 목표가 허구임이 드러났다"면서 "원전 산업계는 UAE(유럽에미리트연합) 이후 2030년까지 원전 수십기를 수출하겠다며 인적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확장해왔으나 실적도 없고 미래 전망도 어둡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한국과 IAEA 가입국에만 원전 수출을 하기로 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IAEA 가입 압박을 더 강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가 IAEA를 가입하지 않고서는 원전 수입을 할 선택권이 줄었다는 의미다. 미국은 그동안 사우디에 IAEA로부터 핵사찰을 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사우디는 IAEA에 가입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미정상 회담으로 사우디에 IAEA를 가입하지 않으면 원전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우리나라와 단일화한 셈"이라며 "사우디가 러시아 원전을 수입하고 농축시설을 공급받는 건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하에서는 불가능해 사우디의 선택권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 수출이 물 건너 갔다고 표면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사우디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전개과정을 더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