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사측에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입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 확산이나 점포 축소와 같은 변화로 은행권 채용문을 좁히고 있는 가운데 청년 일자리 확대 등 정치권 안팎의 채용 확대 압박도 이어져 난감한 상황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올 하반기 은행별로 150~200명의 선발을 위해 하반기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 총 예정 인원은 645명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150명 △신한은행 150명 △하나은행 150명 △우리은행 150명이다. 상반기까지의 신규 채용 인력과 합치면 올해 총 채용 인원은 1230명 수준으로 지난해 1372명과 비교해 140명(10.3%) 가량 줄어들었다.
은행권은 비대면 거래 확대에 따른 점포 축소와 디지털 전환 등 사업구조 재편에 따라 2년째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예적금·대출 등 은행 기본 서비스의 90% 이상이 모바일 등 비대면화된 상태다. 이에 영업점과 인력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점포 수는 2021년 3079개에서 올해 6월 기준 2691개로 3년간 388개 감축해 2019년 대비 1000곳 이상 줄었다. 생성형 AI 도입과 자동화 업무 확대에 따라 신규채용 필요성도 전보다 크지 않다. 단순·반복직무 영역에서의 신규 채용 필요성이 축소되는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은행이 청년 일자리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 측이 효율화와 맞물린 딜레마에 놓여 있다. 앞서 지난 2023년에도 정치권의 상생 압박으로 채용 인원을 크게 늘려 1880명까지 고용하기도 했다. 올해 총 채용 숫자와 비교해 37%가량 많은 숫자다.
그러나 업계에선 은행권의 채용 축소는 필연적인 흐름이란 시각이 많다. 비대면 금융 거래 확대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이다. 은행권은 이미 데이터·IT·마케팅 등 특화분야 중심 채용으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의 디지털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고객이나 고령 고객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점포 수 축소가 매년 이뤄지고, 온라인 상품의 혜택 강화 등 은행권의 비대면 유도가 가속화 중인 상황이다.
은행권의 주 4.5일제가 현실화될 경우 인력감축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대면 업무가 줄어든 상황에서 근무 시간마저 줄면 근로자 수를 늘리기는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산업노조가 26일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교섭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2차·3차 파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측의 회망퇴직 장려로 인해 이미 입사한 직원들 사이에서 퇴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 임직원 수는 총 5만3794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5만5066명 대비 1272명 감소했다. 시중은행 희망퇴직이 매년 2000명에 달하면서 행원 규모가 크게 축소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은행권이 전통적 금융업에서 점차 사업 구조가 변모함에 따라 IT·데이터, 경영전략 등의 역량을 갖춘 융합형 인재 수요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은행권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이미 신입보다 DX(디지털전환), AX(자동화), 데이터, AI, 보안 등 은행 실무에 적용 가능한 경력직 선호가 뚜렷해졌다. 신입 채용의 경우 기본 전산 역량뿐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경험이나 인턴십 등의 실무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직무 범위도 기존의 전산개발(Back-end)뿐 아니라 UI·UX,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플랫폼, IT 전략, 보안, 인증 등 디지털 금융 신사업 영역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선 채용 시 코딩테스트나 프로젝트 경험 등 역량을 중심으로 한 평가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도 AI 역량검사를 도입했고 하나은행도 ICT와 디지털 AI 부문을 분리하고 역량 면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