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외자계 車 3사, 판매부진·노조리스크·반도체사태 '3중고'에 고사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05 11:22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경영난 계속···‘반도체 부족’ 악재도
공장 멈춰서는데 노사 갈등은 악화일로···파산·철수설 솔솔

르노삼성 부산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 자본 기반의 국내 완성차 3사가 생사기로에 섰다. 차량 판매가 계속 줄며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지만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 악재까지 겹친 가운데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차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관련기사 4면>

5일 업계에 따르면 외자계 자동차 3사의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는 12만 5964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어든 수치이자 2004년(12만 201대) 이후 17년만에 가장 낮은 성적이다. 지난달 판매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지엠(2만 1455대)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5.4% 빠졌고, 르노삼성(9344대)도 28.6% 감소했다. 쌍용차는 35.7% 떨어진 4381대를 팔았다.

실적도 최악이다. 한국지엠은 작년 31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미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져 누적 손실액이 5조원이 넘는다. 르노삼성도 작년 796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이후 16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냈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현재 기업회생 절차 돌입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이들 기업 내부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가 문 닫을 지경인데도 자신들의 임금은 올려달라는 ‘강성노조’와의 대화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말해준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최근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직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노조는 기본급 7만 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에서 노사 갈등이 계속될 경우 프랑스 르노 본사가 한국 공장에 더는 수출 물량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본격적으로 노사 갈등 조짐이 일어난 3년여 전부터 르노 본사는 닛산 로그 수출물량을 뺏어가거나 뉴 아르카나(XM3) 생산 지시를 내리지 않는 등 한국 사업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한국지엠 역시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2만 5000여대의 생산손실 피해를 봤다. 5조원 넘는 적자가 쌓이는 동안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한 탓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도 월 기본급 9만 9000원 인상, 1000만원 안팎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쌍용차의 경우 당장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일단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쌍용차가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게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쌍용차는 ‘상하이차 사태’ 당시 회사가 존폐기로에 선 경험이 있어 다른 외자계 기업에 비해 노사 관계가 비교적 나쁘지 않다. 매년 분규 없이 임단협 협상을 타결하고 회사 발전 방향을 함께 공유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최근에는 노조가 일방적인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갈등이 빚어질 여지는 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자계 3사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다. 한국지엠은 2월부터 부평 공장의 가동률을 50%로 조절하다 3월 19~23일에는 아예 문을 닫았다. 르노삼성은 생산라인 근무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한 상태다. 쌍용차는 반도체 부족과 협력사의 납품 거부 등 여파로 지난달 8일부터 2주 동안 공장을 세웠다.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