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4일(수)

[기자의 눈] 미프진 국내도입, 재생산권 보장의 첫 발로 기록될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07 12:50   수정 2021.03.07 21:50:47

산업부 신유미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드디어 미프진이 국내에 들어온다.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인 미프진의 국내유통은 불법으로 규정됐는데,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경로로 판매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2일 현대약품이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여성들은 환호하며 현대약품의 주식을 ‘의리매수’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미프진 국내 도입을 여성 인권향상의 측면으로 받아들여 제약사의 결정을 주식 매수라는 방법으로 지지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느끼듯 미프진 국내도입은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진일보라는 의미가 있다. 재생산은 임신과 출산을 포함, 인간의 생식 활동에 관련된 제반의 건강과 활동을 의미한다. 즉, 인권으로서의 건강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프진은 현재 70여개국에서 합법이고, 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인데도 국내 유통은 불법이었다. 이는 당연히 한국 여성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약을 구하기 위해서는 직구나 어둠의 경로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약의 출처가 불분명해 안전성 문제는 물론이고 불완전한 유산 등으로 응급실을 찾는 일도 있었다. 비영리 국제 시민단체 ‘위민온웹’이 미프진 처방 및 판매가 불법인 국가에 이를 보내주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2019년에는 국내 사이트 접속이 차단됐다.

여성에게만 묻던 죄가 폐지되고, 안전한 약물의 유통이 가능해지는 등 재생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여성의 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어서 중요하다. 출산장려론과 산아제한정책과 같은 인구정책에서 드러나듯 과거 여성의 몸은 인구조절 정책의 수단·도구로써 사용돼 왔다. 심지어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출생성비는 1990년 116.5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성 개개인의 의사와 권리보다는 국가의 정책이 법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최근까지도 가임기 여성지도를 만들어내는 등 국가의 해괴한 인식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프진 도입은 이같은 재생산권의 토대가 될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재생산권과 관련해서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낙태죄 폐지에 따른 입법 공백도 채워야 하거니와 적극적인 재생산권 논의도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자발적 비혼모로서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출산한 사유리는 우리 사회에 적극적인 재생산권 화두를 던졌다. 낳은 아이에 대한 책임도 함께 가야 한다.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사랑이법’이 2015년 통과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많다. 이에 ‘출생통보제‘ 입법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모와 부, 아이 모두의 권리가 보호될 법 기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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