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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현대차 ‘전기차 세계정복’ 3대 키워드…배터리혁신·자율주행·테슬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25 15:36

2025년 23종 年100만대 판매·10∼20%의 글로벌시장 점유 목표



권순우 애널리스트 "소비자 니즈 충족 서비스·소프트웨어 진화 필요"



김필수 전기차협회장 "보조금 없이 내연차 이길 배터리혁신 절실"



이항구 연구위원 "시장 파이 커져야···테슬라 등과 경쟁구도 중요"



이호근 교수 "자율주행차·전기차 접목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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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라는 중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혁신, 자율주행 기술 접목, 테슬라 같은 제조사들과의 경쟁구도 등을 잘 살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기차 시장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현안에 대응하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기술력 경쟁에서 테슬라를 바짝 따라붙고 있는 선두권 업체다. 최근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완료해 신차 양산을 앞두고 있다. 2025년까지 전용 모델 11종 포함 총 23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연 100만대를 전세계에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10~20% 가량을 점유하는 수준이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시장 전략의 중간 점검을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은 ‘배터리 혁신’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차세대 모델 ‘아이오닉’ 론칭을 앞두고 코나 EV 화재 논란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전기차 사업 변곡점에 서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배터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열을 안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전고체 등으로 대체하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며 "배터리쪽 가격 인하를 통해 정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애널리스트)은 "(전고체 배터리 같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신기술 개발 뿐 아니라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비상 시 배터리 조달 계획 등을 촘촘하게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부 업체에서 혁신적으로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었는데 현대차그룹만 이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K-배터리 업계와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소재 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업계와 공생하는 구조로 갈텐데, 현재 배터리를 만드는 원소재 대부분을 수입해야하고 특히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미국-중국 무역갈등 상황이나 특정 국가가 소재를 무기로 삼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확보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결국 수렴하게 돼 있어 디지털화와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생산 공정의 디지털화를 통해 불량률을 확 줄이고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완전 주문생산 단계는 아니더라도 맞춤형 생산에 준하는 생산 효율성을 양산차를 만드는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전 인프라와 시장 환경을 잘 살펴야 한다는 얘기도 여러 차례 나왔다. 김필수 회장은 "미국은 땅이 넓고 한국은 아파트가 많은 등 각국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충전 인프라가 형성되고 소비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지 알 수 없다"며 "(한국처럼) 어려움이 많은 환경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부와의 협력 등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이 좋은 전기차를 만드는 것 만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함께 성장해주는 외부 요소도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500만대짜리 시장에서 현대차가 100만대를 파는 것과 5000만대 시장에서 그런 성적을 내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테슬라나 폭스바겐 등 경쟁 업체들의 행보를 면밀히 살피고 유연하게 대응할 여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가 결국 자율주행차와 연계될 것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됐다. 권 연구원은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며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서비스와 편의사양을 요구할 것"이라며 "설계를 잘한다는 제조업 강점은 유지하면서 차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 등을 어떻게 차별화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5년만 지나도 지금의 전기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재화가 될 것"이라며 "품질에 대한 경쟁이 끝나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패권 경쟁이 시작된다. 현대차그룹이 얼마나 신뢰성 높고 완성도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전기차를 파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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