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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 대란](하) "버려진 천조각이 우리집에"…새롭게 태어나 눈앞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9 16:50
스벅서울대치과병원점 마감사례2

▲폐섬유 패널로 꾸며진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 사진=세진플러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무심코 버린 옷들이 우리 동네 놀이터가 되고 내가 즐겨 찾는 스타벅스 매장이 된다. 의류 매장에서 팔리지 않아 버려지는 의류들이나 옷을 만들 때 나오는 자투리 천 등을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의류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섬유와 폐의류들을 태우거나 땅에 묻지 않고 재활용하려는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실제 땅이나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의류로 발생하는 전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t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폐섬유가 태워지거나 묻어지는 걸 줄이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언급된다. 의류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과 ‘새활용’ 즉 업사이클링 작업을 거쳐 건축 자재나 가방 등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생산부터 환경오염…패스트패션 문화 바꿔야

최근 패스트패션 유행으로 의류 생산량이 증가했다.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을 단기간에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합성 섬유를 사용한다. 전 세계 섬유생산량은 1만t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합성섬유는 70% 이상을 차지한다.

의류 생산 증가는 환경오염유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합성 섬유는 쉽게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 합성 섬유가 땅속에서 썩으려면 200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 합성섬유를 태우거나 매립하는 과정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이 배출된다.

일반적으로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 1500리터를 써야 하고 천을 짜고 염료를 뺀 뒤 나온 화학물질의 10~15%는 폐수가 돼 수질을 오염시킨다.

무분별한 의류 생산으로 환경이 오염되는 걸 막고자 주요 패션업체들은 나름의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와 협력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재고 의류를 불태워 폐기하는 대신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재활용한다는 내용의 ‘탄소 제로(0)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H&M은 오래된 직물을 새 옷으로 바꿔주는 기계를 마련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H&M 드로트닝가탄 매장 한 켠에는 의류 리사이클링 시스템 루프(Looop)가 자리를 잡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자켓과 색이 바랜 티셔츠 등 의류 수명을 연장시킨다.

◇건자재·부직포 등 …폐섬유 ‘새활용’ 방법 다양해

폐섬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의류 생산량만 줄이는 건 능사가 아니다. 폐섬유 발생을 줄일 수는 있지만 없애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산단계에서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그리고 앞으로도 발생할 폐섬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대해서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폐섬유는 다양한 형태의 고형연료(SRF)로 재활용할 수 있다. 면·모·마 등 천연섬유는 합성섬유와 조합해 강화플라스틱 등 건축자재로 만들 수 있다. 높은 열을 가해 합성섬유의 열가소성과 천연섬유의 플라스틱 강화제 기능을 합쳐 난연성 물질을 혼합하면 불에 잘 타지 않는 건축자재로 재탄생한다.

부직포 및 충전재로도 쓸 수 있다. 수거한 의류에서 섬유가 아닌 물질을 제거한 뒤 솜을 부풀려 인형 등 완구류에 충전재로 이용한다. 또 균일한 솜의 형태로 얇게 편 다음 공정을 거치면 부직포로 사용할 수 있다.

소음을 흡수하는 흡음재로도 쓰인다. 여러 굵기의 섬유들을 잘 분리해 부직포를 만들면 다양한 형태의 내부공간 구조를 갖출 수 있다. 차량 등에 발생하는 여러 파장대의 소음을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부직포로 쓸 수 있다.

폐섬유나 남은 의류를 ‘새활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는 의류에 사용되는 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또 유해화학물질인 폼알데하이드도 거의 방산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국내 여러 사회적기업, 폐섬유계 숨은 강자

국내에서도 여러 사회적기업들이 페섬유를 다양하게 업사이클링해 선보이고 있다.

세진플러스는 폐원단을 모아 잘게 부순 뒤 열 접착 방식을 거쳐 부직포 형태로 패널을 만든다. 이 패널은 섬유로 만들어져 깨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아 건물 내장재로 활용할 수 있다. 세진플러스의 폐섬유 패널활용 방안은 영국 등 해외에서도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은 도심 곳곳에서 보이는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든다. 폴리에스테르와 테드롱, 면 등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 현수막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 대부분 태우기 마련이다.

다른 사회적 기업 ‘119레오’는 낡은 방화복을 가방과 팔찌 등 패션 소품으로 재활용한다. 사용기한을 다 해 버려지는 폐방화복은 연간 70t에 달한다. 1000도가 넘는 불길에서도 구조 활동이 가능한 아라미드 섬유 원단은 가볍고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다.

섬유의 도시 대구에서는 의류 생산과정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모아 디자인 상품으로 만드는 ‘더나누기’가 지역 폐섬유 재활용을 책임지고 있다.

또 다른 사회적 기업 ‘둥글게둥글게’는 폐섬유로 패브릭 꽃병이라는 이색적인 제품을 만들어 서울디자인상품공모전에서 동상을 차지했다.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에서 폐기되는 원단을 구입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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