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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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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 대란] (상) "태워지고 묻어지고"…2차 피해로 악순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28 15:56

최근 폐섬유 국내 하루 평균 발생량 전년比 6배 증가
서울·수도권 폐섬유 소각량 늘어나는 추세
전문가 "폐섬유 문제점 인식 제고+시스템 마련 시급"
재활용 업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기술 도입해야"

폐섬유

▲경기도 종합폐기물 처리장에 쌓인 폐섬유(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국내에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지금까지 1386명에 달한다. 코로나 확진자 절반 가량이 폐질환을 겪는 기저 질환자에 달한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 지는 상황에서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게 있다. 바로 폐섬유로 인한 2차 피해다. 폐섬유가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사회적으로 재활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폐섬유의 실태와 정부·지방자치단체 대응, 재활용 가능성 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기획 시리즈를 마련한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종합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는 A씨는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옷감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하루동안 발생하는 폐섬유량도 어마어마한 데다가 이를 재활용하는 시스템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폐섬유는 불에 잘 타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전부 불에 타 버린다. 하루에도 몇 톤씩 쌓이는 폐섬유들이 방치되는 모습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옷을 만들면서 남는 ‘자투리 천’과 팔리지 않은 옷들은 ‘폐섬유’로 구분된다. 최근 폐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아직 폐섬유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폐섬유를 재활용하지 않고 태우거나 묻으면 폐플라스틱 못지 않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폐섬유를 태우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8일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폐섬유는 하루 1239t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집계된 양으로 전년도인 2017년 224t이 발생한 것 보다 6배 정도 늘어났다. 2018년 폐섬유 총 발생량 1239t 중 소각량은 67t, 매립량은 18t에 달했다. 나머지 폐섬유는 어찌되는지 알 수조차 없다.

서울에서는 발생하는 폐섬유 대부분은 태워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2018년 하루평균 1.9t의 폐섬유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소각된 양은 1.6t으로 84%에 달했다. 재활용률은 0.3t(15%)에 그쳤다. 앞서 2017년 발생한 폐섬유 2.3t은 100% 모두 소각됐다.

경기도에서는 폐섬유의 소각량이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92.7t 가운데 태워지는 양은 20%에 달하는 19.1t이다. 전년도인 2017년 전체 폐섬유 42.6t 가운데 소각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4.9t(11%)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두 배 정도 늘었다.

문제는 명시된 수치보다 소각되거나 매립된 양이 많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폐섬유 처리에 대한 통계가 실제로는 오류가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통계로 나타난 숫자보다 실제 소각되거나 매립된 폐섬유가 더 많을 수도 있어 재활용되는 폐섬유도 통계보다 적을 수 있다.

□국내 폐섬유 발생량과 처리 현황

일 평균/톤
시기 전체 발생량 소각량 매립량
2018 1238.7 67 17.5
2017 223.7 60.2 18.1
2016 284.4 78.1 4.7
(자료=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

얼마 전까지 패스트패션 열풍이 불면서 폐섬유도 많아졌다. 패스트패션의 경우 1∼2주 단위로 신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옷을 만드는 양이 많아지면서 공장에서 나오는 폐섬유도 증가했다. 심지어 팔리지 않은 신제품도 폐섬유로 분류된다.

패스트패션은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을 단기간에 선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합성 섬유를 사용한다. 합성 섬유는 쉽게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 합성 섬유가 땅속에서 썩으려면 2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합성섬유를 태우거나 매립하는 과정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등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이 배출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의류산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오는 2030년까지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0%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그러나 폐섬유에 대한 심각성은 폐플라스틱보다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와 환경단체에서는 폐플라스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폐섬유에 대한 문제점도 인지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옷감은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기 때문에 폴리에스테르가 다량 포함돼 있다"며 "이를 소각할 경우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 물질이 대기중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허승은 활동가는 "섬유로 인한 쓰레기 비중도 크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연구나 대안이 진행돼야 한다"며 "많은 양이 재활용 되지 않고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폐섬유 소각량을 줄이는 현실적 방안으로는 고형연료로 재활용 하는 방법이 꼽힌다. 현재 폐섬유가 얼마나 고형연료로 사용되는 지 정확한 양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비중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대부분 폐비닐로 고형연료를 만들어 내는 비중이 제일 많고 폐섬유를 활용한 고형연료는 비중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섬유 재활용 업계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페섬유를 고형연료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섬유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버려지는 섬유가 쌓여가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재활용 방안을 적용할 방법을 찾지 않고 소각량만 늘리고 있다"며 "봉재원단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건축자재의 섬유패널이나 인테리어 재료, 완충재 등으로 재사용하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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