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7일(일)

[EE칼럼]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4 10:34   수정 2021.01.14 10:34:31


김상균교수

▲김상균 인지과학 박사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밴드 ‘미도와 파라솔’은 2001년도에 ‘자전거 탄 풍경’이 불렀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멋지게 리메이크했다. 그 노래에서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 같은 추억이라고 했다. 참 낭만적인 너에게 난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너에게 난 누구이고, 나에게 넌 누구일까? 필자는 교수 생활을 하면서 이 질문을 스스로 자주 던진다. 학생들에게 난 어떤 존재이고, 나에게 학생은 어떤 존재일까? 몇 년 전, 한 학생과의 만남이 내게 이 질문을 깊게 심어줬다. 그 학생은 학부 3학년 때부터 졸업 후 2년이 지날 때까지, 대략 4년간 매달 한 번은 대면, 이메일로 상담을 요청했다. 집안일, 친구 관계, 학업, 진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물어왔다. 이 정도면 꽤 가까운 사이가 돼야 했었으나, 끝은 좋지 않았다. 자신 앞에 놓인 진로의 대안들에 대해 내게 결정을 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고, 나는 ‘내가 네 삶을 결정할 수는 없으니, 이제까지 나눠온 이야기를 돌아보며 너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그 학생은 내게 스승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원망의 편지를 바로 보내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 경험을 선배 교수에게 얘기했더니, 학생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좀 의외의 의견이어서 다른 몇몇 분에게도 조언을 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비슷했다. 매 학기 교수들에게 학생을 6~10명 배정해주고, 의무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대학이 많은데, 내가 의견을 구했던 한 교수는 본인은 학생상담을 실제로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상담대상 학생들을 모두 모아서 피자 몇 판을 함께 나눠 먹고 끝낸다고 했다. 자신이 학문은 열심히 가르칠 수 있으나, 성인인 학생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2020년, 코로나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주로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들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사의 역할을 돌아보는 이들이 많았다.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낮에 아이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 주고, 친구들끼리 안전하게 어울리는 공간을 제공하고, 숙제를 하도록 잔소리해 주는 게 학교이자 교사임을 깨달았다.

다시 내 학생들에게 돌아가 보자. 너에게 난. 일단 나는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는 교사임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의 진로와 개인 삶의 이야기를 들어줘도 될까? 그들에게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도 될까? 반대로, 나에게 넌. 그들의 의견, 행동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가끔은 그들을 내 스승으로 인정해도 될까? 내 고민을 나누는 친구로 생각해도 될까? 함께 고민하며 연구하는 동료로 생각해도 될까? 교수 생활 14년 차, 여전히 답을 내기 어렵다.

다른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인의 이야기, 소셜미디어, TV 콘텐츠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한다. 얼마 전 접했던 한 부부의 이야기. 그 부부의 부모는 자식의 배우자를 자식이 사랑하는 반려자로 보기보다는 피고용인이나 조선 시대의 노비쯤으로 인식하는 듯했다. 다른 부부의 이야기에서 전해 들은 부모는 자식의 배우자를 자신이 돌봐야 할 새로운 자식으로 여기고 애틋해 했다.

2020년 한해, 누군가와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다시 들어보면 좋겠다. 미도와 파라솔의 리메이크 버전, 아니면 자전거 탄 풍경의 오리지널 버전, 모두 좋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현재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돌아보면 어떨까? 나와 며느리, 나와 사위, 나와 부모님, 나와 배우자, 나와 아이, 나와 팀장, 나와 팀원, 나와 학생, 나와 선생님, 나와 지역구 국회의원, 나와 지역구 주민, 나와 소셜미디어 속 친구, 나와 배달 앱 업주, 나와 고객 등 우리가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를 놓고,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되물어보자. 수많은 너와 나, 그중에 해질녘 노을이 있을까?



<김상균 강원대 교수, 게임문화재단 이사, 삼성인력개발원 자문교수,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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