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개인의 취향과 위스키 고유의 개성 및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피트 위스키'에 도전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피트 위스키는 '피트(Peat, 스코틀랜드 습지의 식물퇴적층)'를 태운 연기로 보리(맥아)를 건조해 바다 내음 등 강렬한 풍미를 내는 스카치 위스키를 말한다. 피트 위스키의 첫 인상은 강렬하다. 병을 따자마자 짙은 약품과 연기와도 같은 향이 후각신경을 강타한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향에 익숙해진 뒤에는 그속에 숨겨진 다채로운 풍미와 깊은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피트 위스키의 탄생은 스코틀랜드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닿아 있다. 특히, 스카치 위스키의 주요 산지인 섬 지역은 나무가 귀했다. 맥아를 건조할 땔감이 부족했던 위스키 증류소들은 땅속에 있던 '피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피트는 식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되어 형성된 유기물 덩어리를 의미한다. 피트를 태워 맥아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향이 보리에 스며들었고, 이는 곧 피트 위스키만의 개성이 되었다. 부족한 자원을 활용하려던 지혜가 이처럼 개성 강한 위스키를 빚어낸 것이다. 이 때문에 피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거친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위스키로 평가받는다. 춥고 척박한 스코틀랜드의 땅이 빚어낸 피트의 향은 다른 어떤 위스키도 흉내낼 수 없는 아이덴티티를 품고 있다. 이러한 '고유성'이 피트 위스키가 전 세계적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한 핵심요인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의 위스키에 익숙해 있다면 피트 위스키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에는 피트 위스키에 도전하는 소비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피트 위스키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꼭 살펴봐야 하는 제품들이 있다. 우선 '아일라의 왕'으로 불리는 '라가불린(Lagavulin)'이 있다. 라가불린은 모든 피트 위스키의 기준점이라 부를만한 브랜드로, 가장 큰 특징은 느린 증류에 있다. 독특한 형태의 증류기로 매우 천천히 증류를 진행하여 증류과정에서 피트향의 소실을 최소화한다. 또한 타 브랜드의 기본적인 숙성기간인 10년, 12년을 넘어 16년을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무겁고 밀도가 높은 풍미를 완성한다. 좀 더 특색있는 피트 위스키로는 '바다가 만든 위스키'로 불리는 '탈리스커(Talisker)'가 있다. 해안가의 강한 바람, 거친 바위 지형과 습도가 만나 척박한 자연환경의 스카이섬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탈리스커 증류소에서 1830년 처음 만들어졌다. 피트향은 라가불린보다 약하지만, 해안가 주변의 피트를 사용하고 해풍의 영향을 받아 짠맛이 두드러지고 스파이시한 풍미가 특징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탈리스커는 굴을 비롯한 다양한 해산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위스키로 꼽힌다. 피트 위스키 입문용으로는 '쿨일라(Caol Ila)'가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조니워커의 핵심 원액으로 사용되는 쿨일라는 거칠기로 유명한 아일라지역 위스키임에도 비교적 부드럽고 섬세한 피트향을 지녀 부담없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피트 위스키는 단순히 독한 술이 아니다.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자연, 그리고 증류소 장인들의 지혜가 응축된 한 잔의 예술로, 특별한 위스키 취향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공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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