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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트] 탄소중립이냐, AI냐…대통령 결단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전력특례 논쟁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둘러싼 최근의 정책 흐름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AI 산업 경쟁력'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더 정확히는, 두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책 흐름은 조율이라기보다 충돌에 가깝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세우며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겠다고 한다. 실제로 12차 전기본에서는 LNG 발전의 가동연한 제한, 수소발전의 정책적 후순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전통적인 '유연 전원'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AI 3대 강국을 선언하며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 인프라로 키우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 두 정책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급선 다변화와 물량 확보 전략이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다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접근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과 산업, 안보가 맞물린 복합 영역인 만큼, 특정 목표에 치우치기보다 위기 대응 능력을 포함한 균형 잡힌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AIDC, 전력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요구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질'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단순히 많은 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이 필수다. 전력 단가 또한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만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헐성과 계통 부담이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반대로 탄소중립 역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자 산업 전반의 생존 전략이다. 특히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탄소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감축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문제는 '무엇이 맞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서와 속도로 갈 것이냐'다. 그러나 지금 정책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LNG를 줄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수소발전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대안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구조다. 전원믹스에 대한 큰 그림 없이 개별 정책이 병렬적으로 추진되면서 모순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산업과 시장이 떠안게 된다. 발전사업자는 투자 방향을 잡지 못하고, 기업은 전력 확보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미루게 된다.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전력 수급이 흔들리면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I는 미래 성장 축…대통령의 현실적 결단 필요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다. 에너지 정책은 부처 간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AI 산업을 국가 성장축으로 삼겠다면, 이를 뒷받침할 현실적인 전력 공급 전략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중립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라면, 그에 따른 산업 경쟁력 저하와 비용 상승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해답은 양자택일이 아닐 수도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하되, LNG 등 유연 전원을 일정 기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전환하는 '현실적 믹스'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역시 명확한 방향성과 시간표가 전제되지 않으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 같은 '현실적 믹스'의 필요성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신규 반도체 공장 전력원으로 LNG 기반 발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세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순간적인 전력 변동에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글로벌 경쟁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조차 '탈탄소'의 방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전력 확보 수단으로 LNG 등 유연 전원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에너지 시스템 위에서 미래 산업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미룰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여진 작가, 삶을 돌아본 기록 ‘칠십 여행’ 선보여

이여진 작가가 일흔의 나이에 떠난 여정을 바탕으로 삶을 돌아본 에세이 '칠십 여행'을 출간했다. 이 책은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였던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행을 통해 지나온 시간과 감정, 기억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유의 기록에 가깝다. 작품에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코타키나발루 등 다양한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담겼으며, 풍경과 함께 첫사랑, 신혼 시절, 자녀의 성장 등 삶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자는 교직 생활과 가족 역할 속에서 살아온 시간을 지나, 일흔이 되어 비로소 자신을 위한 여행을 떠났고 이를 글로 풀어냈다. 현재 문인 단체 활동과 함께 꾸준한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칠십 여행'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누구나 마주하는 시간과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책은 여행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기록"이라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여진 작가는 국악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출간 강연,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해당 도서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일정 기간 전시될 예정이다. 오유경 기자 oyk1213@ekn.kr

아파트 전기차 충전요금 급등 논란…김성환 장관 “기준 만들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의 요금 체계와 운영 주체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운영 주체가 관리사무소에서 민간 충전사업자로 넘어가면서 요금이 대폭 올랐다는 불만이 커지자 이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후부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간담회에서 “아파트 건축 당시 최소 기준으로만 충전기가 설치돼 새로운 시스템과 다른 게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빠르게 상의해서 초기 설치 충전기에도 일정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가 분양된 이후 관리사무소가 직접 충전기를 운영할지, 외부에 위탁할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며 “전기차 충전요금도 세분화해 원가를 기준으로 최소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이 사업자를 통해서만 지급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파트에서 직접해보겠다고 하면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며 “보조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이 같은 기준 마련을 언급한 배경에는 최근 완속 충전기가 민간 사업자의 스마트충전기로 교체되면서 요금이 많게는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전기차주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충전기는 간편충전기능인 PnC, 전기차와 충전기간 데이터를 주고 받게 하는 PLC, 전기차 배터리 전기를 전력망으로 역송하는 V2G 기술 등이 담겼다. 일부 전기차주들은 여러 기능들이 불필요하다며 스마트충전기로 교체하지말고 아파트 관리소가 건설사가 설치해준 기본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전기차 충전소의 직접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한 아파트 관리시설 팀장은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는 충전요금을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기존에는 kWh당 280원을 적용했지만, 민원이 많아 255원으로 인하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 부담을 고려하면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덧붙였다. 최영석 소비자주권연대 대표는 “아파트 관리소가 충전사업을 수행할 경우 안전관리자 지정, 사업자 등록, 보험 가입 등 관련 법규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낮은 요금이 가능했던 것은 일부 법을 어긴 측면 있다"고 지적했다. 용산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관리소 내에 충전시설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며 “충전기 설치 의무는 부과하면서 화재 등 안전 책임은 관리소에 떠넘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기차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지만,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는 입주민에게도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요금 체계를 포함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아파트 주차면의 5%에 충전기를 설치하더라도, 이 중 약 3%는 내연기관차가 주차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과태료 부과 기준은 2%에 불과해 실제 충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 기준을 상향하면 충전기 가동률이 높아지고,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수 에버온 대표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기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스마트충전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보조금 제도 역시 이러한 정책 목적을 고려해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간담회 의견을 수렴해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김 장관의 발언 취지대로라면 아파트가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스마트충전기로 교체할 경우 요금 인상이 과도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상한선도 제시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돗물 속 과불화화합물, 손자 세대 건강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수돗물 속에 포함된 미량의 과불화화합물(PFAS)이 세대를 뛰어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발표됐다. 비록 동물 실험 결과이지만, 실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농도에서도 생식 기능 저하와 배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한 국내 일부지역 주민들에게도 현실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로빈슨 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PFAS 노출이 3세대에 걸쳐 배아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핵심은 '현실적인 노출 수준'이다. 연구팀이 실제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 PFAS 평균 농도는 L당 약 3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이었고, 이를 반영해 5ng/L와 50ng/L 농도를 실험에 적용했다. 특히 5ng/L는 미국의 강화된 수돗물 기준(4ng/L)과 사실상 같은 수준이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농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5ng/L의 PFAS에 노출된 암컷 쥐에서 생성된 배아는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MMP)가 감소하고, DNA 이중가닥 절단(γH2A.X 증가) 등 유전적 손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또한 배반포 단계에서 세포 수가 최대 26~37% 감소하는 등 배아의 질 자체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영향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FAS에 노출된 어미(F0)뿐 아니라, 이후 깨끗한 물만 섭취한 딸(F1)과 손주(F2) 세대에서도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DNA 손상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F2 세대는 이미 F0(할머니) 세대의 자궁 속에서부터 PFAS에 노출된다. F0 쥐가 임신했을 때 그 태아인 F1(어머니)의 몸속에는 장차 F2가 될 원시 생식 세포가 이미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식 세포 형태인 F2는 독립된 개체가 되기 전, F1의 태아기 단계에서 이미 할머니가 섭취한 PFAS에 직접 노출돼 미토콘드리아가 손상을 입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생식세포 수준에서의 지속적 프로그래밍 변화"로 해석하면서, PFAS가 세대 간 건강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실험에서는 별도의 농도를 맞춘 물이 아닌, 수돗물 자체(약 2.7~3ng/L PFAS)를 마신 그룹에서도 동일한 손상이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실험용 고농도'가 아니라 실제 일상적 노출만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가역성 또한 확인됐다. 연구팀은 PFAS 노출을 중단하거나 항산화제(BGP-15, MitoQ)를 투여했지만, 활성산소는 일부 감소했을 뿐 핵심 지표인 미토콘드리아 막 전위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PFAS가 단순한 산화 스트레스가 아니라 세포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장기적으로 교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지난해 10월 핀란드 투르쿠대학교와 스웨덴 오레브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랜싯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임산부 혈중 PFAS 농도가 아이의 뇌 구조와 기능 변화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PFAS는 태반과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태아와 어린이에게 더욱 취약하다는 것이다. 호주팀의 연구 결과를 쥐 실험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낙동강 수계 수돗물에서 흔히 검출되는 농도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낙동강 수계는 이미 PFAS 오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환경단체와 학계에 따르면 낙동강 상수원수와 정수장 수돗물에서 PFAS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 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부산대 오정은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낙동강 유역 14개 정수장을 조사한 결과, 시료의 77.8%가 미국 환경청(EPA)의 기준치 4ng/L를 초과했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는 일부 정수장에서 이 기준의 두 배 수준까지 검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문제는 이러한 수치가 이번 연구에서 실제 생식 독성이 확인된 농도와 겹친다는 점이다. 즉, 낙동강 수계를 이용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실험에서 3세대 영향이 나타난 수준 이상의 PFAS에 노출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수 기술의 한계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활성탄만으로는 PFAS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막여과 등 고도 처리 기술은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후 처리보다 오염원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8년까지 PFAS 수질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정수장 모니터링 확대 및 고도 정수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 문제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호주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수돗물 안전 기준을 시급히 재설계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영원한 화합물' 과불화화합물은 탄화수소의 기본 골격에 불소 원자가 잔뜩 붙어 있는 화학물질로, 1만 종이 넘는다. 안정한 화학구조로 돼 있어 열에 강하고 가수분해·광분해·생분해가 잘 안된다.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는 이유다. 전선용 절연체, 소방용 거품, 조리기구의 테플론 코팅, 합성섬유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먹는 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이 없지만,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와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등을 감시 항목으로 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북·경북·제주’ 광역단체장 경선 ‘진흙탕’ 싸움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광역단체장 선거 구도는 대부분 윤곽을 드러냈지만, 일부 지역 경선은 오히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금품 의혹과 비방 문자 논란, 경찰 고발전까지 겹치면서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공방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북, 경북 등 각 정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에선 사실상 '공천=당선' 공식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후보 간 버티기와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은 이원택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내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직 지사 제명 논란에 이어 단식 농성과 경찰 압수수색까지 맞물리며 '경선 후폭풍'이 거세다. 낙선한 안호영 후보는 현재 국회에서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16일 “앞으로도 단식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원택 후보에 대한 재감찰이 시작되기 전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경선 직전 제기된 이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당이 충분한 감찰을 하지 않았다며 재감찰과 경선 결과 재심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민주당 중앙당 재심위원회는 지난 14일 안 후보의 재심 요청을 기각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29일 정읍시 한 음식점에서 열린 모임의 식사비 72만7000원을 김슬지 민주당 전북도의원을 통해 대신 결제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도의원은 “처음에는 참석자들에게 비용을 걷어 결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업무추진비와 사비를 사용했다"면서도 이 후보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15일 이 후보의 부안 지역구 사무실과 김 도의원 선거사무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인준 절차를 예정대로 밟았다. 앞서 김관영 지사는 민주당 전북지사 유력 주자로 거론됐지만, 도내 식사 자리에서의 대리 결제 논란으로 지난 1일 긴급 감찰 대상에 올라 제명 처분을 받았다.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경선에서도 막판까지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현역인 이철우 경북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예비후보들이 먼저 경쟁해 1명이 본경선에서 이 지사와 맞붙는 이른바 '한국시리즈'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했다. 예비경선에서는 김재원 후보가 승리해 이 지사와 본경선을 치렀고, 이 지사가 지난 15일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경선 과정에서는 김 후보가 이 지사를 겨냥해 불법보조금 지급 의혹 등 '사법리스크'를 제기했고, 이 지사는 김 후보의 경선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후보는 지난 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는 개인의 인권 유린 관여 의혹을 보도하려는 지방 인터넷 언론사를 입막음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업무상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후보가 최고위원 신분으로 참석한 공식 회의에서 경쟁 후보를 정면 비판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선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맞서 이 지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최고위원직 박탈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김 후보가 저와 관련된 수사 사건을 두고 계속해서 비방과 흑색선전, 인신공격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며 “즉시 김 후보의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거나 최고위원직에서 제명해 달라"고 주장했다. 후보 간 설전이 극한으로 치닫자 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제동에 나섰다. 공관위는 지난 12일 김 최고위원을 향해 직접적으로 경북도지사 경선 기간 최고위원회의 참석 자제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에선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경선 결선을 앞두고 문대림 후보와 위성곤 후보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경선은 오영훈 현 제주지사, 문대림 후보, 위성곤 후보의 3자 구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오 지사가 탈락하면서 문 후보와 위 후보가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 서로를 향해 “거짓말하지 말라"고 직격하는가 하면, 경찰 고발과 압수수색 요구까지 이어지며 경선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쟁점이 된 건 이른바 '비방 문자' 논란이다. 지난 3월 16일 오 지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대량 발송됐고, 이후 해당 번호가 문 후보 명의로 개통된 사실이 확인됐다. 문 후보는 지난 3월 27일 “실무진이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빠르게 확산했다. 오 지사 측은 곧바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오 지사 측은 지난 4월 1일 제주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문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고발장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선 국면에서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됐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위 후보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선 당시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을 만들고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이른바 '1인 2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14일에는 이 같은 내용을 선거관리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 신고했다. 아울러 경찰에 고발하면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선거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결선을 앞두고 예정된 TV 합동토론회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갈등은 한층 격화됐다. 위 후보 측은 지난 14일 “TV토론을 거부하는 문 후보에게 묻는다. 선거가 귀찮은가. 민주주의가 피곤한가. 그도 아니면 당원이 우스운가. 도민이 성가신가"라고 직격했다. 실제 제주지역 언론 4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 생방송으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 결선토론회'를 열었지만, 문 후보가 불참하면서 위 후보만 출연한 채 반쪽짜리 토론으로 진행됐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KBS제주 대담에도 불참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오븐마루치킨, 신메뉴 ‘치폴레 시리즈’ 출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오븐마루치킨이 신규 메뉴 '치폴레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고 16일 전했다. 이번 라인업은 '치폴레 마요 로스트', '치폴레 마요 베이크', '치폴레 한쌈'으로 구성되며, 훈연 풍미의 치폴레 소스에 마요를 더해 깊고 부드러운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치폴레 마요 로스트는 오븐에 구운 치킨에 소스를 더해 담백한 맛을 강조했고, 치폴레 마요 베이크는 바삭한 식감과 진한 풍미를 살린 메뉴로 구성됐다. 치폴레 한쌈은 다양한 재료를 곁들여 한입에 즐길 수 있도록 기획돼 피크닉이나 모임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다. 오븐마루치킨은 이번 신메뉴를 통해 메뉴 구성을 확대하고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치폴레마요 소스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메뉴 경쟁력을 담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메뉴를 통해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증시 더 뛴다” 호언장담 트럼프…‘종전 FOMO’ 경고하는 경제 수장들 [머니+]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자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양측이 이번 주말께 2차 협상을 개최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2주간의 휴전 연장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세계 주요국 증시는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이 임박했다며 증시 상승세가 더 이어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세계 각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이번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전쟁이) 거의 끝난 것 같다. 그것이 끝나는 상태에 근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을 지켜보겠다. 이란은 합의를 매우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전 협상 재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2주간의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양측이 휴전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휴전은 오는 21일 만료된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휴전 연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협상과 회담에 매우 전념하고 있다"며 “합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면 회담 장소와 관련해 “아마 지난번과 같은 장소(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 간 중재의 '키맨'으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란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하기 위해 테헤란에 도착했다. ◇ “전쟁 끝나면 증시 더 오른다"…FOMO 확산 이처럼 종전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각각 7022.95, 2만4016.02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16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한 한국 코스피 지수는 오후 12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83% 뛴 6203.12를 기록, 2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6200선을 넘어섰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하락장을 모두 되돌린 것이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장중 5만9549.59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지난 10일 3만5417.38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닷새 연속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중동 지역에서 긴장 완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며 “국제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최고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은 흐름은 지난 몇 년간 효과적이었던 '저가 매수' 심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종식될 경우 “증시는 호황을 누릴 것이며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 “상승장 이상하다"…실물경제와 증시 괴리 그러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에서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IMF·WB 춘계회의는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및 금융권 인사들이 모여 세계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종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망 훼손,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등 구조적 변화로 인해 글로벌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경제적 파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회의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며 “특히 미국 증시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점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 빈 아흐메드 알 쿠와리는 카타르 재무장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클 것이고 그 영향은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한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에게 미군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기타 변수들로 인해 전쟁 이전 3.3%였던 글로벌 성장률 전망이 2.5%로 낮아지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린차스 이코노미스트는 “매일이 지나고 에너지 공급 차질이 계속될수록 우리는 비관 시나리오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아제이 방가 WB총재 역시 “이것을 단순히 한 달의 고통으로 보지 말라"며 “공급 시스템이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훨씬 더 길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美재무 “충격은 일시적…가격 안정된다"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을 두고 컨설팅업체 PwC의 알렉시스 크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공급망 교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톰 올릭 수석 이코노믹스는 “미국은 이란에서의 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시장은 그들이 이를 찾아낼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며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 이란의 핵 프로그램, 그리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충돌이 해소되는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NBC 행사에서 이번 전쟁에 따른 가격 급등은 일시적이라며 전쟁이 끝나면 에너지 가격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전쟁은 끝날 것이다. 3일이 걸릴지, 3주가 걸릴지, 3개월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끝날 것"이라며 “시장은 미래를 보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부가 ‘산림 훼손’…송전탑 공사 피해 속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선) 동부 구간' 건설 사업이 산림을 불법적으로 훼손하고,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산림청으로부터 '경고성' 협조 공문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자연생태계 보전을 담당하는 기후부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녹색연합은 16일 현장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업 주체인 기후부가 허가받은 면적을 초과해 산림을 파괴하고, 산사태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여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 37개소(경북 봉화 16곳, 강원 삼척 11곳 , 경북 울진 10곳)에서 불법 훼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현재 울진·삼척·봉화 일대 약 120개소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하류 주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고위험 상태라고 경고했다. 동해안~신가평 500kV HVDC 사업은 경북 울진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230km 구간에 440여 기의 철탑을 세워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로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한전은 1단계로 올해 10월까지 4GW 규모의 송전망을 구축하고, 2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7년까지 송전 용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훼손이 발견된 곳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방목이골로 이미 산사태의 일종인 토석류(土石流)가 진행 중이다. 40도에 달하는 급경사지에서 폭 15m, 길이 70m 규모의 토석과 암석이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리고 있고, 토사를 막으려 설치한 톤백(마대자루)은 찢어진 채 방치돼 있다. 이곳은 2008년과 2023년에 이미 산사태로 주민 8명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라 주민들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용소골 역시 심각하다. 송전탑 부지 절취 과정에서 발생한 토사가 30~100m 구간에 걸쳐 계곡으로 유출됐고, 특히 광산골 32번 철탑 부지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확인돼 부실 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국가 기간망 확충이라는 명분 아래 국내 최고 수준의 생태계를 보유한 백두대간과 산림유전자보호구역이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있다"고 기후부 등을 비난했다.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영향평가 협의 사항인 '토사 유출 방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기후부의 '구조적 결함'을 지목했다. 사업 추진 주체가 같은 기후부의 전력망정책관실이어서 환경영향평가와 사후 모니터링을 담당해야 할 기후부의 지방환경청이 감시를 소홀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송전선 건설이 산업부 업무였는데, 지난해 10월 기후부로 통합됐다. 기후부 이호현 2차관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업무가 기후부로 통합되기 전에) 산업부 전력국장으로 일할 때 횡성과 홍천, 영월 등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의 경우 철탑도 상당히 많고 생태 1급지를 지나가는 곳이어서 주민과 지역사회는 물론 환경청 등 관계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한 기억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후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한편 국유림관리소를 통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계곡에서 토사 유출이 발생해 하류 주민들 피해가 예상돼 기후부에 재해 방지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부(현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외청인 산림청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보였고, 이로 인해 환경부와 산림청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전력망 구축을 명분으로 불법 공사와 재해 위험을 방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기후부는 즉각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 전문가 합동 긴급 안전 점검과 함께 230km 전 구간에 대한 재해 위험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자의 눈] ‘발암물질’ 위 용산… 유엔사 부지, 누구 위한 ‘정화’인가

서울 용산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유엔사 부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취재 중 접한 환경 분야 전문가와 복수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이 부지가 오염 이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토지 매입가만 1조원을 넘고 전체 사업비 역시 10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2017년 일레븐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552억원에 매입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부지는 과거 정화 이력 자체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국방부는 과거 정화 완료를 밝힌 바 있지만, 이후 개발 과정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오염물질이 다시 확인되며 '부실 정화'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2023년 공사 과정에서 추가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시공사가 이를 약 40일 뒤에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체 없는 신고' 의무 위반 여부와 함께 행정 절차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식 정밀조사명령 없이 업체 측 보고를 토대로 정화가 진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자가 포착 한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오염 증기 침입(Vapor Intrusion)'이다. 토양이나 지하수에 남아 있는 유류 성분이 휘발성 물질 형태로 기화돼 건물의 균열이나 지하 공간을 통해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벤젠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토양이나 지하수 일부 항목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과만으로 주거 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진행된 후속 조사와 검증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안전성 판단의 근거가 제한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러브캐널' 참사는 폐기물 매립지 위에 세워진 주택가에서 암 발병률이 폭증했던 비극이다. 정화 완료 20년이 2024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휘발성 오염물질이 검출되어 주거지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정보공개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장 공석 기간(2020~2021년) 중 이루어진 '속전속결 심의' 등 정황상 의심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본질은 '시민의 안전'이다. 십조 원대 규모의 개발 사업에 매몰되어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TPH의 위험성을 외면한다면, 용산은 안식처가 아닌 '제2의 러브캐널'이라는 비극의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지금이라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어떻게 60억 만들었나”...요즘 부자들, 자산 불리는 방식 달라졌다 [머니+]

자산을 불리는 방식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거처럼 부동산이나 상속에 기대기보다, 고소득을 기반으로 금융투자를 병행하는 '직장인형 자산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요즘 부자'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던 흐름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산 운용 능력을 갖춘 근로자층 전반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15일 발간한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 가운데 최근 10년 내 부를 축적한 50대 이하 집단은 기존 부자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을 보였다. 연구소는 이들을 'K-에밀리(Korea Everywhere Millionaires)'로 정의했다. K-에밀리는 평균 연령 51세로,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사원과 공무원 비중이 높다. 30평형대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고, 전체의 40% 이상이 중소형 '국민평형'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보유 비율도 80%를 웃돌았다. 외형만 보면 평범한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산 규모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의 평균 총자산은 약 60억원, 연간 가구 소득은 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반 가구 평균 소득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특히 근로소득 비중이 적지 않은 가운데 투자 수익이 더해지며 자산 증가 속도를 끌어올린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학력 수준도 높은 편이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대학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췄으며,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고소득 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절반가량은 상속이나 증여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자산을 축적했다고 응답했다. 소비와 자산에 대한 태도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이들은 일상적으로는 지출을 관리하면서도 여행·취미·건강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영역에는 과감히 비용을 투입하는 '선택적 소비' 성향을 보였다. 부의 의미 역시 규모보다 삶의 선택권과 시간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K-에밀리의 자산 형성 과정은 비교적 선명한 경로를 따른다. 초기 단계에서는 예적금 등 안정적인 저축을 통해 평균 8억~8억5000만원 수준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이후 소득 증가와 금융투자를 결합해 자산을 확대하는 구조다. 종잣돈 형성 단계에서는 저축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지만 일정 규모에 도달한 이후에는 투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자산을 불린 핵심 요인으로는 소득 증가(44%)와 주식·ETF·해외투자 등 금융투자 수익(36%)이 꼽혔다. 반면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금융자산 내에서 저축성 자산(54%)과 투자 자산(46%)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해외주식·가상자산·금·예술품 등 다양한 자산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 참여 비율이 70%를 넘고 ETF 투자 비중도 절반 이상에 달하는 등 직접 투자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투자 방식 역시 특징적이다. 단순 분산보다 이해도가 높은 분야에 자금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고, 투자 전 정보 습득과 학습 과정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한다. 실제로 10명 중 9명은 투자 판단에 앞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정보 서비스나 전문 서적 등을 활용해 스스로 투자 전략을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향후 자산 운용 전략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어질 전망이다. K-에밀리의 절반 가까이는 자산 증식 수단으로 금융투자의 효율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겠다는 응답이 40%에 육박했다.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자산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그 반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실제 최근 5년간 자산 구성에서도 부동산 비중은 감소하고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자산관리의 중심축이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자산가 10명 중 6명은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선호 금융상품 역시 예금 중심에서 ETF 등 시장형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는 금리 환경 변화와 함께 자산 증식 방식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자산 이전에 대한 준비도 적극적이다. 상당수는 이미 상속 및 증여 계획을 수립했으며, 일부는 사전 증여를 실행한 상태다. 전체 자산의 절반가량을 가족에게 이전하고 나머지는 노후 생활과 사회 환원에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현금과 예금 형태로 자산을 이전하려는 선호가 두드러졌다. 연구소 측은 “최근 부의 축적 방식이 근로소득과 금융투자를 결합하는 형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부동산 중심의 자산관리 패턴이 약화되고 금융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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