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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로또, 시진핑은 연금”…김정은, 4년간 31조 벌었다 [이슈+]

국제사회가 수년간 고강도 제재로 북한의 돈줄을 옥죄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수입원 다각화에 성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하면서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각국 정부의 무역 통계와 정보기관 자료, 북한의 주요 수입원에 대한 외부 연구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최대 220억달러(약 31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2018년부터 2021년의 약 4배에 달한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는 3.5% 성장한 것으로 추산돼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컨설팅업체 코리아리스크그룹의 안드레이 란코프 이사는 “북한은 지난 35년 중 어느 때보다 강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해 벌어들인 자금을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원은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연금"과 같다고 덧붙였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광범위한 UN 제재를 완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회담장을 떠났다. 이후 북한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심각한 작황 부진으로 국내 식량난이 발생했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마저 끊겼다. 이로 인해 북한의 외교적 고립도 한층 심화됐다. 김 위원장은 2020년 한 연설에서 눈물을 보이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예상치 못한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탄약이 소진된 러시아는 옛 소련 규격의 포탄을 공급할 수 있는 북한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크라 정보당국 추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북한은 러시아가 주요 사용하는 122㎜ 및 152㎜ 포탄 수요의 최대 50%를 공급했다. 북한은 여기에 병력까지 지원했다. 국내 정부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에 1만6000~2만2000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병사 1명당 월 약 20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병사가 사망할 때마다 추가 보상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SIS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와 병력 파견 등을 통해 약 14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더 이상 단순한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다"며 “북한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가까워지자 한동안 거리를 뒀던 중국도 북한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며 핵무기를 보유한 세 국가의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북한은 중국과 경제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양국 간 무역 규모는 대북 제재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북한은 스포츠·레저용품만 12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탁구공과 수상스키, 비디오게임, 러닝머신 등도 북한으로 들어갔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UN 제재로 수입이 제한되는 사치품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상자산 해킹 조직을 구축해 수입원을 다각화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록체인 정보업체 TRM랩스에 따르면 북한과 연계된 해킹 조직이 전 세계 가상자산 탈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약 30%에서 현재 70% 이상으로 급증했다. TRM랩스의 닉 칼슨 선임 조사관은 “탈취된 자금 대부분은 중국계 조직범죄 집단을 통해 세탁된다"며 “이들은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위한화나 달러화로 표시된 해외 은행 계좌에 세탁된 자금을 넣어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구축에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벨라루스, 베트남 등의 고위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에 북한이 과거와 달리 비핵화를 두고 미국이나 한국과 협상해야 할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속적인 제재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저항하는 국가들과 동질감과 연대까지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렇게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핵무력 증강에도 투입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향후 10년 안에 프랑스와 맞먹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래식 전력에서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5000톤급 구축함에는 러시아의 판치르-M 방공시스템으로 추정되는 무기가 탑재됐다. 북한과 러시아는 타격용 무인항공기(UAV)도 공동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블룸버그 서면 질의에 러시아의 기술 이전으로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러시아 제재 정책을 담당하는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 대통령 고문은 양국 협력이 “역내 안보에 추가적인 장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실제 전장에서 사용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단순히 복제한 것이 아니다"며 “북한은 설계를 상당히 개선했고 독자적인 기술적 특징을 갖춘 자체 개량형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무기 기술의 발전이 북한에 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무기를 판매하면서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극단 이끌, 연극 ‘죽음의 집’으로 9일까지 관객 만난다

대전=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극단 이끌의 네 번째 정기공연 '죽음의 집'이 오는 9일까지 대전 드림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말하는 친구를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물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죽음의 집'은 친구 황상호의 집을 찾은 이동욱이 “나는 이미 죽었다"는 황상호의 말을 듣게 되면서 출발한다. 이어 박영권 부부까지 같은 고백을 하면서 인물들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이동욱은 '죽음의 집'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번 공연은 윤영선·윤성호의 원작을 바탕으로 김훈만·민아비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류호아가 조연출로 참여했다. 배우 김훈만(이동욱), 박근홍(황상호), 이영중(박영권), 민아비(강문실)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진행되며 러닝타임은 90분이다. 공연은 대전시 중구 선화서로 2 지하 1층 드림아트홀에서 열리며,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전석 3만원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경북 시군, 주민참여·관광·안전·행정 혁신으로 지역 활력 높인다

◇안동시, 찾아가는 주민참여예산 교육…시민 제안 역량 강화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안동시가 시민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시는 지난 7월 27일과 29일, 8월 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권역별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했다.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사업 제안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이 생활 속 불편 사항이나 지역 발전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다. 안동시는 참여 경험과 제안서 작성 방법을 알지 못해 시민 참여가 제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교육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교육은 와룡면·임하면·남후면 행정복지센터와 안동시청 청백실에서 모두 5회 진행됐다. 주민참여예산위원 35명과 일반 시민 90명 등 총 125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주민참여예산제의 기본 개념과 우수 제안 사례를 살펴보고, 지역 현안을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방법과 제안서 작성 요령을 실습했다.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을 실행 가능한 공공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졌다. 안동시는 오는 9월 11일까지 주민 제안사업을 접수한다. 안동시민이면 누구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시 누리집을 통해 생활환경 개선과 주민복지, 지역경제, 문화·관광, 환경 분야 등의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접수된 사업은 담당 부서의 타당성 검토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되며, 채택된 사업은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진용 안동시 기획예산실장은 “시민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이 주민참여예산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시민 의견이 예산과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영주365시장, 먹거리와 공연 어우러진 '선비풍류 야시장' 개장 영주=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영주365시장이 지역 특산물과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야간 관광공간으로 변신한다. 영주시는 8월 7일부터 10월까지 영주365시장 포차거리 일원에서 '선비풍류 야시장'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첫날 오후 5시부터 먹거리 매대와 체험 공간이 문을 열며, 오후 6시 30분에는 공식 개장행사가 진행된다. 야시장에서는 영주한우를 활용한 육전과 문어숙회 등 지역의 맛을 살린 다양한 음식이 판매된다. 모두 6개의 먹거리 매대가 운영되며, 방문객들이 공연과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버스킹 무대와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운영 기간은 오는 10월까지로, 격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중심으로 총 5차례 열린다. 시는 시민에게는 색다른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전통시장과 지역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야시장은 2026년부터 2년 동안 추진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상북도, 영주시가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 상인회와 사업단이 운영을 맡는다. 영주시는 야시장을 계기로 영주365시장을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먹거리와 관광, 문화가 결합된 체류형 전통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려 시장 매출과 주변 상권 활성화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영주365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뿐 아니라 카카오 상권 디지털 지원사업과 경북지식재산센터 공동브랜드 개발사업에도 선정됐다. 시는 온라인 홍보와 현장 콘텐츠를 연계해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광시장 이미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권용락 선비골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영주의 맛과 전통시장 특유의 정취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했다"며 “전국 관광객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황병직 영주시장은 “야시장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영주의 새로운 야간 관광명소로 자리 잡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천군, 곤충축제·버블런 앞두고 행사장 안전대책 점검 예천=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예천군이 8월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 대비해 인파와 폭염, 시설물 사고 예방대책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군은 7일 오전 군청 중회의실에서 '제3회 예천군 안전관리위원회'를 열고 예천곤충페스티벌과 도청신도시 버블런 행사의 안전관리계획을 심의했다. 회의에는 안병윤 예천군수를 비롯해 예천경찰서와 예천소방서, 예천교육지원청, 한국전력공사 예천지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와 행사 담당자 등 25명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행사장에 많은 방문객이 몰릴 가능성에 대비해 이동 동선과 인파 분산대책을 확인했다. 여름철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 방안과 안전요원 배치,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 절차, 비상연락체계도 점검했다. 또 임시시설과 먹거리 공간 등에 설치되는 전기·가스시설의 안전관리 방안과 응급환자 발생 시 관계기관 간 역할 분담도 검토했다. 예천군은 회의에서 나온 보완 의견을 행사별 안전관리계획에 반영하고, 행사 전까지 유관기관 합동점검과 현장 대응체계 확인을 이어갈 방침이다. 안병윤 군수는 “축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방문객의 안전"이라며 “경찰과 소방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누구나 안심하고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의성군, 군민이 추천한 친절 공직자 6명 선정 의성=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의성군이 친절하고 신속한 민원서비스를 제공한 직원들을 선정해 격려하며 군민 중심 행정문화 확산에 나섰다. 군은 8월 6일 군수 집무실에서 '2026년 상반기 민원 친절 우수직원' 시상식을 열고 선정된 직원 6명에게 표창장과 1인당 20만 원의 포상금을 전달했다. 이번 시상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민원 현장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를 처리하고 주민 만족도를 높인 직원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직원 추천 과정에 군민이 직접 참여했다. 의성군은 실시간 고객만족도 조사 시스템을 활용한 모바일 설문과 방문·전화 추천, 군 누리집 '칭찬합니다' 게시판 등을 통해 후보자를 접수했다. 각 부서 민원창구에도 추천서를 비치해 주민이 현장에서 바로 우수 직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접수된 후보자는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민원과장과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여한 선정위원회의 서면심사를 거쳤다. 평가점수에 따라 최종 6명이 선정됐으며, 공무직과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군 소속 모든 직원을 추천 대상으로 포함했다. 수상자들은 점곡면과 민원과, 건축과, 환경축산과 등에서 토지정리와 건축 인허가, 환경 분야 허가, 불법 주정차 관리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했다. 복잡한 절차를 알기 쉽게 안내하고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해 행정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은 시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직원, 징계 또는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직원 등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유철 의성군수는 “민원 현장에서 주민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피는 직원들의 노력이 군정 신뢰를 높이는 힘"이라며 “친절과 책임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전 부서로 확산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봉화 'K-베트남 밸리' 특구 지정…한·베 역사문화 관광거점 조성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봉화군이 800년 동안 이어진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인연을 관광과 정주, 국제교류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봉화군은 지난 6일 열린 제60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에서 '봉화 K-베트남 밸리 지역특화발전특구' 계획이 원안대로 가결돼 최종 지정됐다고 밝혔다. 봉화는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이 고려로 이주한 뒤 후손들이 정착한 지역으로, 충효당을 비롯한 한·베 역사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군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활용해 문화 보존에 머물지 않고 관광과 산업, 정주 기능을 연계한 지역 성장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구 대상지는 봉성면 창평리 일원 87만7천372㎡이며, 지정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기존 투자액 1천127억 원을 포함해 총 3천476억 원 규모의 8개 특화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특구에는 출입국 관리와 토지 이용, 도로, 국·공유재산, 주택 공급 등과 관련한 10개의 규제특례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외국 전문인력의 사업 참여와 각종 개발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절차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인 K-베트남 밸리는 역사문화지구와 문화교류지구, 휴양체험지구로 나뉘어 조성된다. 베트남문화원과 한·베 역사문화체험관, 문화거리, 숙박·체험시설, 이주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평저수지 관광개발을 비롯해 다덕약수관광지와 정자문화생활관, 임대형 스마트팜, 힐링 펫빌리지, 목재문화체험장, 문수골 가재마을 사업도 연계된다. 군은 각 시설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연결해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할 계획이다. 역사교육과 문화체험, 음식, 숙박, 지역상품 구매가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구조도 구축한다.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거주 베트남인과 해외 방문객을 유치해 생활인구와 지역경제를 동시에 확대한다는 목표다. 최기영 봉화군수는 “특구 지정은 오랜 한·베 인연을 봉화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문화와 관광, 정주 기능을 체계적으로 갖춰 대표적인 한·베 교류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송군, 소액 체납자 맞춤 관리…생계형 체납자는 복지 연계 청송=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청송군이 지방세 체납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납세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응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세입 체납관리단'을 운영한다. 체납관리단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4개월간 활동하며, 지방세 체납자를 대상으로 납부 안내와 상담, 현장 중심의 체납 관리 업무를 맡는다. 관리단은 지난 5일 경북도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상북도 지방세입 체납관리단 발대식에 참석해 직무교육을 이수한 뒤 6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주요 관리 대상은 지방세 체납액이 100만 원 미만인 소액 체납자다. 관리단은 전화 상담과 문자메시지, 우편 안내 등을 통해 체납 사실과 납부 방법을 알리고 자진 납부를 유도할 계획이다.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징수 활동을 강화한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생계형 체납자는 복지 담당 부서와 연계해 필요한 지원제도를 안내하는 등 상황별 대응에 나선다. 청송군은 체납 징수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납세자의 생활 여건을 세심하게 살펴 성실 납세 문화와 포용적인 세무행정을 함께 정착시킬 방침이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군민이 존중받는 공정한 납세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는 복지 지원이 적절히 연결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패트롤] 과천시의회-군포시의회-연천군의회-하남시의회

과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과천시의회는 지난 4일 시의회 북카페에서 과천시의원과 의회사무과 직원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 및 예결산 심사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 심사를 앞두고 의원들의 전문적인 안목을 넓히고 실질적인 의정활동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됐다. 지방자치 분야 전문가 최민수 교수(한국산업기술원 지방자치연구소장)는 이날 강의에서 다년간 현장 경험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의정활동 수단과 방법 △행정사무감사 효과적인 실시 방향 △예결산 심사 방향 등을 알기 쉽게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교육에 참석한 과천시의원들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 기법과 예산 심의 포인트를 적극 질의하는 등 열의를 보이며 의정 역량을 다졌다. 황선희 과천시의회 의장은 7일 “이번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 심사에 밀도 있게 임하고 한층 더 내실이 탄탄한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군포=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군포시의회가 2026년도 행정사무감사 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288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군포시의회는 올해 행감 일정을 비롯해 상임-특별위원회가 심사한 각종 안건을 최종 의결하고 4일간 회기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2026년도 행감은 내달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군포시의회는 행감에 앞서 시민 의견과 제보를 접수하고, 주요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사전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군포시의회에 따르면 행감 관련 시민 의견과 제보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접수하며, 주요 사업 현장 방문은 24일 실시된다. 또한 군포시의회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군포시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 군포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안 등 조례 및 기타 안건 5건도 처리했다. 이우천 의장은 7일 “이번 임시회는 제10대 의회 개원 이후 시정 운영에 실질적 변화를 줄 각종 안건을 심의-처리한 첫 회기였다"며 “시민 안전과 일상에 영향을 끼칠 안건 심의에 동료의원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8기 시정 운영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 민선9기 집행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행정사무감사가 되도록 준비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시민도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288회 임시회 회의 내용은 군포시의회 누리집(gunpocouncil.go.kr) 회의록과 공식 유튜브 채널(youtube.com/@gunpocouncil)에서 영상-전자 회의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윤재구 연천군의회 의원은 제30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농업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5분 자유발언에서 윤재구 의원은 “비료값과 농약값, 인건비 등 농업 생산비는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농업인은 한 해 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기대하기보다 빚과 부담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연천은 농업이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농업이 위축되면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행정은 신속히 현장의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농업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급등한 생산비를 반영한 농자재 지원 확대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고려한 실질적인 재해보상 체계 강화 △연천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공공급식-지역 소비 활성화 △청년농 유입과 기존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기반 조성 등 4가지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윤재구 의원은 “농업인이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 여건이다. 농업을 지키는 것은 농업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연천 미래와 지역사회를 지키는 일인 만큼, 집행부의 적극적인 검토와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며 5분 자유발언을 마쳤다. 한편 제303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 전문은 연천군의회 누리집 (yca21.go.kr) 회의록 검색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남=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정병용 하남시의회 의장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보훈단체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 의견 청취에 나섰다. 정병용 의장은 지난 3일 하남시 보훈회관에서 하남시 보훈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보훈회관 운영과 국가유공자 예우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병용 의장을 비롯해 하남시 보훈단체협의회 소속 9개 단체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보훈회관 주차장 출입구 개선을 비롯해 △협소한 주차 공간과 공영주차장 관리 문제 △보훈단체 회장 및 관계자 활동수당 △현충탑 관리운영비 지원 △보훈회관 직원 처우개선 △국가유공자에 대한 주차 및 행사 예우 확대 등 보훈단체 운영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간담회에서 논의됐다. 특히 보훈단체협의회 구성원들은 보훈회관 주차장 진출입과 공영주차장 이용 불편을 개선하고, 국가유공자 전용 주차구역 확대와 각종 행사에서의 예우 강화를 요청했다. 아울러 보훈단체협의회 관련 수당, 현충탑 관리운영비, 보훈회관 직원 처우개선 등 안정적인 단체 운영을 위한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 정병용 의장은 이에 대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이 일상에서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오늘 건의된 사항을 하남시 관계부서와 면밀히 검토해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보훈회관을 이용하는 분들 가운데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은 만큼 주차장 출입구와 주차 공간은 무엇보다 안전과 이용 편의를 중심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현재 미흡한 부분을 하남시 관계부서에 전달하고 장기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병용 의장은 우선 주차장 출입구와 공영주차장 이용 문제에 대해 하남시 복지정책과 등 관계부서와 협의를 추진하고, 보훈단체 의견이 하남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 소통해 나갈 계획이다. 하남=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하남시의회 정경섭-이정연 의원이 지난 4일 하남경찰서에 들러 담당 계장-과장과 실무 면담을 가진데 이어 경찰서장을 만나 미사강변도시 치안 불안 실태를 전달하며 치안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면담에서 정경섭-이정연 하남시의원은 최근 미사강변도시 내 어린이 놀이터와 공원 일대에서 성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 출입이 반복적으로 목격되며 학부모, 여성, 어린이들 불안감이 고조되는 지역 실태를 상세히 전달했다. 이어 현재 검토 중인 지구대 통합 계획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계획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했다. 두 의원은 면담을 마친 뒤 하남경찰서장을 따로 만나 미사강변도시 지구대 유지 및 치안 강화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에는 지구대 통합 계획 재검토를 비롯해 △하남시 경찰공무원 인력 충원 △놀이터-공원-학교 주변 순찰 강화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집중 순찰 확대 등이 담겼다. 정경섭 의원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놀이터조차 마음 놓고 보낼 수 없다면 이미 심각한 치안 공백"이라며 “지구대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순찰과 인력을 늘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연 의원은 “미사강변도시는 어린이와 여성인구가 높은 곳"이라며 “시민 생명과 안전은 어떠한 행정-재정적 이유보다 우선돼 한다"고 촘촘한 치안 서비스 제공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하남경찰서장은 지역민 우려에 공감하며 건의 내용을 검토해 상급 기관에 인력 충원을 지속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편 정경섭-이정연 의원은 7일 “이번 방문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미사강변도시 주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치안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미사 주민과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청년공감] ‘연예인처럼 되고 싶어요’…SNS가 키운 ‘외모정병’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이른바 '외모정병'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외모'와 '정신병'을 합성한 신조어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안과 집착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외모 비교가 일상화되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에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청년들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외모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온라인 고민 상담 커뮤니티에는 외모정병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틱톡이나 릴스만 봐도 10~20대 외모정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진다. 나 역시 외모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복코라는 말을 들은 뒤 얼굴의 단점만 계속 보게 됐다"고 했고, “누군가 조금만 불친절해도 못생겨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외모 비교를 당하는 환경이라 더 괴롭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연예인을 이상적인 외모의 기준으로 삼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 대학생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과 내 얼굴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고, 다른 학생들은 “키가 커야 하고 피부가 하얘야 한다", “눈이 크고 얼굴이 작아야 한다", “콧대가 높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러한 외모 강박이 실제 성형수술이나 미용 시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학생 강모 씨(23)는 평소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 끝에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강씨는 “부분마취 상태에서 의사와 대화를 나누며 수술하다 보니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모 씨(22) 역시 쌍꺼풀 수술을 받은 뒤 “매일 붙이던 쌍꺼풀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모 씨(24)는 눈 수술 이후 코 성형까지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얼굴에 대한 불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얼굴 윤곽이 뚜렷해져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단점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며 “수술 전보다 얼굴을 더 싫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리프팅 시술까지 받았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턱 보톡스를 맞은 김모 씨(21)는 “주변에서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좋았지만 다시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계속 다른 시술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 씨(21)는 V라인을 기대하며 리프팅 시술인 '슈링크'를 받았지만 “턱선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만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외모 강박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서는 성형보다 심리적인 원인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상담 커뮤니티 이용자는 “외모정병은 실제로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며 “얼굴에 메스를 대기 전에 문제의 원인이 외모가 아니라 왜곡된 자기 인식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를 외모 중심 문화가 강한 사회로 평가하며, 외모 스트레스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 대학생에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반복적인 외모 비교가 자기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형이나 시술이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외모 불안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외모정병은 얼굴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윤호 기자·김민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하늘길이 만든 골든타임…부산소방헬기, 전국 생명을 잇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지난 3일 오전 8시쯤. 부산소방 항공대에 긴급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경남 거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환자가 크게 다쳤고, 인근엔 치료할 병원이 없었다. 부산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육로를 이용하면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시간이 곧 생명이었다. 부산소방헬기가 움직였다. 하늘길을 이용한 이송 시간은 단 15분. 땅 위에서 1시간 넘게 걸릴 거리를 헬기는 15분 만에 가로질렀다. 환자는 골든타임 안에 부산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또 다른 긴급 출동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제주였다. 양막이 파열된 임신 24주의 20대 고위험 산모였다. 제주에서는 당시 산모를 진료할 의료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산소방헬기가 다시 하늘로 올랐다. 이번에는 왕복 600㎞가 넘는 거리였다. 목적지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이었다.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산모를 태우고 제주와 부산 사이를 오갔다. 부산소방 항공대가 하늘에서 맡은 역할은 단순한 환자 이송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연결한다. 말 그대로 '하늘 위 응급실'이다. 중증외상환자부터 고위험 임산부, 긴급 장기 이송, 심뇌혈관질환 환자까지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골든타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지난 6월에도 부산소방헬기는 제주로 향했다. 이번에는 임신 27주의 세쌍둥이 산모였다. 조산 증상을 보인 산모를 대구의 의료기관으로 긴급 이송했다. 산모는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4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세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제주에서 대구까지 이어진 긴급 이송은 한 달 뒤 세 아이의 첫 울음소리로 돌아왔다. 부산소방 항공대의 활동 범위는 부산에 머물지 않는다. 2024년 5월 소방청의 '소방헬기 국가 통합출동 체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이후 관할 지역에 관계없이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우면서 임무 수행에 적합한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체계가 마련됐다. 부산소방 항공대의 타 시·도 출동은 제도 시행 전 14건에서 시행 이후 50건으로 약 2.5배 늘었다. 응급환자 이송도 4명에서 22명으로 4.5배 증가했다. 이진호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응급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며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고 안전한 항공이송 체계를 유지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내항 선사와 3년 계약하면 운송비 1% 세액공제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내항 선사와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우수 화주가 운송비용의 1%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말까지 해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비하고 내년 초부터 내항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도 내항선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한 우수 화주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도가 시행되면 우수 선·화주 인증을 받은 화주사가 내항 화물운송사업자와 3년 이상 계약을 맺고 지출한 운송비용에 대해 법인세나 소득세의 1%를 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대상이 될 주요 화주사는 유류·철강·시멘트 등을 생산·제조하는 전국 160여개 기업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항해운은 육상 운송보다 사회적 편익이 높은 운송수단으로 평가된다. 화물 1톤을 도로에서 연안운송으로 전환하면 1㎞당 112.17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해수부는 우수 선·화주 인증과 세액공제가 시행되면 연안해운업계의 장기운송계약이 늘고 선사와 화주 간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물류운송을 활성화하고 해운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내항 우수 선·화주 인증제는 장기운송계약 체결 등 선·화주 간 상생에 노력하는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인증 대상은 내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한 선사와 내항화물운송사업자를 이용하는 화주다. 리더십과 사업 안정성, 공익성 등 공통 분야와 동반성장 노력, 공정한 운송거래질서 정착 노력 등을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은 기업에는 세액공제 외에도 정부 포상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투자수익률 및 보증요율 할인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선사는 친환경 선박 건조·개조 등 정부 사업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중동전쟁 이후 지속된 공급망 위기 속에서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인 수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외항에 이어 내항에서도 선·화주 간 상생을 이끌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암보험도 ‘독점 경쟁’...생보사, ‘보험 특허’에 꽂힌 이유

생명보험사들이 보험업계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가속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을 필두로 하는 제3보험 영역 내 입지를 강화하고, 고객 기반 확대 등 보험업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7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날까지 생보사들이 받은 배타적사용권은 15건으로, 손보사(9건) 보다 많았다. 기업수로 보면 생보업권에서는 8곳, 손보업권에서는 3곳이 획득했다. 생보사들의 배타적사용권은 연간 기준으로 2023년 7건, 2024년 10건, 지난해 1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13·23·39건이었다. 연말까지 4개월 가량 남았으나,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 이후 줄곧 손해보험사에 밀렸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성과 유용성 등을 인정 받은 상품에 대해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막는 제도로, 기존 12개월까지 인정 되던 기간이 지난해 18개월로 연장됐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의 신청·획득이 줄어든 것은 그간 다수의 상품군에서 성과를 냈던 것의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제3보험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개발 역량을 끌어모으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늘어난 암 환자수가 금융소비자들의 의료비 리스크로 전이된 것도 상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23년 신규 발생한 암 환자수는 28만8613명으로 전년 대비 2.5% 많아졌다. 전국단위 통계를 작성한 1999년(10만1854명)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2015년 4조8640억원 안팎이었던 암환자 진료비는 2024년 10조7880억원으로 불어났다. 암진단자의 생존율이 개선된 영향이다. 올해 승인된 생보사 배타적사용권이 암 치료비 보장 등을 중심으로 설계된 것도 이같은 사회변화와 관련이 있다. 흥국생명은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 과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생분해성 물질주입술을 연 1회 보장하는 특약을 선보였다. 직접적인 암 치료와 발생한 부작용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부작용 예방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DB생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건강코칭 서비스를 개발하고, '(무)AI 라이프케어 암보험'에 탑재했다. 건강관리 노력을 기울인 고객에게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의 '선별급여 암주요치료보장S특약Ⅱ'는 '시그니처H암보험'·'시그니처 H통합보험'에 탑재되는 특약으로 암 진단을 받고 보험기간 중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선별급여 암 주요치료가 이뤄진 경우 연간 1회 한도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라이나생명의 '(무)암생존지원특약(미세잔존암WSG검사지원형)'은 암 진단시 최대 10년간 미세잔존암 WGS검사를 현물 급부로 지급한다. 전체 암 중 16%가 이차암이라는 점에 착안한 셈이다. WSG검사는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이후에도 남은 암 흔적을 찾는 것으로, 기존 방식 보다 정확도가 높은 대신 비용이 크다. 신규 담보는 제도 변화로 기존 건강보험 상품 판매에 제약이 걸린 상황을 극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과도한 환급률 적용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막혔고, 금융당국의 손해율·사업비 가이드라인이 변경되고, 일명 '1200%룰'이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공격적 시책 기반 영업도 어려워졌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용이한 건강보험 판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사망담보 위주인 종신보험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건강 보장 기능을 더한 상품(삼성 암치료플러스종신보험)을 출시했다. AIA생명은 업계 최초로 최경도 치매(CDR 0.5) 단계로 보장 범위를 넓혔다. 치매 환자가 많아지면서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하려는 니즈를 상품에 녹여내면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교보생명은 여성의 특정자궁질환 진단에 필요한 급여 초음파 검사 지원비를 보장하는 특약을 '교보더블업여성건강보험(무배당)'에 탑재했다. 난임 또는 중증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면서 고객과 상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10년 넘게 실패한 ‘에너지 수요’ 감축…한국, 국제 약속도 외면하나

국내 에너지 정책이 '수요 절감'은 외면한 채 '공급 늘리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등 정부 주요 계획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및 에너지 효율 개선 목표가 지속적으로 실패했다고 7일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4년의 경우 최종에너지 소비 실적이 1억8330만 석유환산톤(toe)에 달해 목표치(1억7650만 toe)를 680만 toe 초과했다. 에너지 효율성을 뜻하는 에너지 원단위 역시 0.101toe/백만원으로 목표(0.094toe/백만원)를 달성하지 못했다. 앞서 2012년과 2017년에도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전력 부문의 수요관리 목표 후퇴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분석한 결과, 2025년의 최대전력 절감 목표치는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수립된 '7차 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1만471메가와트(MW)를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나, 2025년에 수립된 '11차 계획'에서는 이 목표를 3534MW로 약 66% 축소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전면 배치된다. 한국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상향(2%→4%)' 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에 반영된 목표치는 1.8%에 불과하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전문위원은 “인공지능(AI)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독일처럼 실효성 있는 법령이나 상위 국가계획을 통해 수요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고, 기후·생태적 한계에 맞춰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출근이 유일한 외출…닫힌 공장 문 앞에서 그의 세상도 닫혔다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①]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서울 미아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20분. 골목 안쪽 깊숙히 들어서야 봉제 공장이 보인다. 2급 지적장애인 김토미 씨(50)의 일터다. 김 씨는 구불거리는 골목길을 사뿐히 타오른다. 김씨 귀밑으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김 씨는 응암동에서 온다. 삼양역에서 내리려면 3번 환승을 해야한다. “삼양역(우이신설선)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지 않아요?" 기자가 묻자 김 씨는 '헤헤' 웃기만 하고 고개를 숙였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신경자 팀장(완성팀·72)이 귀띔했다. “지하철 환승하는 법을 10년 가르쳤는데 2번이 최대야. 그 이상은 못 외워." 김 씨 지능은 7살 수준이다. 보호자 없이 밖에 나가기 힘들다. 출근길도 수백 번을 왕복하며 겨우 외웠다. 평소 다니던 길에 문제가 생기면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한다. 전동차가 고장 나 운행을 멈췄는데도 내리지 못할 정도다. 외출은 김 씨에게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김 씨는 출근을 멈추지 않는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던 지난달 27일. 이날도 김 씨는 출근했다. 문은 닫혀있었다. 김 씨는 한참이나 문을 바라봤다. 문을 밀어보고 닫혔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말없이 돌아섰다. 공장 문은 지난 5월 20일부터 닫혀있었다. 이 공장은 국방부의 수의계약 물량이 줄어들자 지난 5월부터 3달간 무급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을 몇번이고 알려줬지만 김 씨는 주에 한 번은 공장을 찾는다. 출근이 유일한 외출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시다(조수)'로 일한다. 군용 방상내피, 이른바 '깔깔이' 제작을 돕는다. 이 공장 '최고참' '에이스'로 불린다. “출근이 좋으냐"고 물었다. “집에선 라디오만 들어요. 회사가 훨씬 좋아요. 군인 옷 만드는 게 재밌어요." 김 씨는 소녀처럼 수줍게 웃었다. 김 씨는 2012년 이 공장에 입사했다. 처음엔 하루 종일 구석에서 중얼거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일하다 말고 집으로 가겠다며 짐을 싸기도 했다. 회사엔 동료이자 선생님같은 팀장님들이 있다. 그런 김 씨를 여러 팀장들은 두고 보지 않았다. '헬렌 켈러를 가르친 설리반 선생님의 마음'이라고 했다. 검은색, 군청색, 파란색 등 색이 비슷한 실을 구분해 재단사에게 건네주는 데만 1년이 걸렸다. 한인자 팀장(생산1팀·63)은 “지금은 원단이 떨어지면 말도 안 했는데 먼저 가져다 준다. 공장에서 눈치가 제일 빠르다"며 김 씨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설리반 선생님들'은 늘 김 씨가 걱정이다. 김 씨는 봉제 공장으로 출근하던 길에 생리가 터진 적 있다. 바지 엉덩이 부분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생겼다. 피가 줄줄 샜다. 김 씨는 피가 묻은 채 회사에 출근했다. 한 팀장이 뛰어나왔다. 한 팀장은 김 씨 손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피를 닦고 생리대를 붙여줬다. 그는 “내가 토미 속옷까지 갈아입혔다"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 뒤로 한 팀장은 김 씨에게 생리대 가는 법을 알려줬다. 월경이 멈추기 전까지 몇번이고 반복했다. 공장은 김 씨의 '세상'이다. 공장이 멈추면 김 씨의 세상도 닫힌다. 김 씨가 휴업한 공장으로 출근하는 이유다. 한 팀장은 “토미가 요즘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일상을 보고하는데, 어머니랑 개천 걷는 거 말고는 별 다른 일이 없다. '언니 나 하루종일 집에서 라디오 들었어. 그런데 회사 문 언제 열어?' 이렇게 꼭 출근하고 싶단 얘기를 덧붙인다"고 말했다. 공장이 다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옷 만들기, 포장하기 같은 업무를 말하던 김 씨는 인터뷰에 동석한 팀장이 자리를 비우자 슬쩍 열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손톱이 살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언니들이랑 봉숭아 물들이고 싶어요." 공장엔 김 씨의 또 다른 가족이 있었다. 이 공장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최기준(가명·20대)씨도 있다. 최씨는 제빵·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격증 공부를 했을 때보다 공장 일이 훨씬 즐겁단다. 최 씨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이 느리다, 제대로 빵을 못 만든다고 구박 받았어요. 그런데 공장에서는 칭찬 많이 해주세요" 최 씨에겐 틱 장애가 있다. 수시로 '억'하는 소리를 내거나 혼잣말을 반복한다. 자의로는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동료들은 최 씨의 틱 장애를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힘이 좋고 시야가 넓다는 장점에 주목한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최 씨는 공장의 물류 작업을 도맡는다. 무거운 안감을 2층으로 올릴 때, 다른 직원이 한두 단을 들 동안 최 씨 혼자 서너 단을 어깨에 올린다. 무겁지 않냐고 묻자 최 씨는 되려 활짝 웃었다. “대표님한테 칭찬 받으면 옷판이랑 우라(안감) 만든 거 올리는 일 하나도 안 힘들어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계단을 뛰어다니며 우라를 옮기는 최 씨를 김현섭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대표가 멈춰세웠다. 김 대표는 최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 계단에서 쿵쿵 뛰면 무릎 나간다, 젊을 땐 괜찮아도 나중에 무릎 안 좋아져"라고 걱정을 건넸다. 삼촌과 조카처럼 보인다. 공장은 온정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엄격하게 위계를 가르친다. 장애인 노동자가 집에서 보이는 돌발 행동을 막기 위해서다. 최 씨 모친의 말이다. “집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엄마 대표님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 제 핸드폰을 숨기기도 하고요. 전화를 하면 대표님이나 팀장님이 따끔하게 혼을 내주시거든요. 제 말보다 더 따르는 것 같아요." 최 씨의 팔뚝은 모친의 허리만큼 굵다. 그런 최 씨가 힘을 쓰면 가족 중에선 이를 말릴 사람이 없다. 한 때 부친이 최 씨의 월급 통장을 바꾼 적이 있다. 이자율이 더 높은 통장으로 아들의 돈을 옮겨주려 했다. 최 씨는 '아버지가 자기 돈을 뺏어간다'며 화를 냈다. 몸을 휘두르는 최 씨를 멈춘 것은 부친도 모친도 아니었다. 김 대표의 전화 한 통이었다. “기준이! 너 부모님 말 잘 들어야지!" 한 마디에 최 씨는 얌전해졌다. 최 씨도 '월급 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았다. 신경자 팀장은 출근을 할수록 장애인 노동자들의 상태가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일들이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거거든요. 출퇴근도 정확하게 하고 밥도 제 때 먹고 손도 움직이고… 그것만 해요? 우리(상사)한테 혼나고 친구도 사귀죠. 그러면 확실히 몸이나 정신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뒤로 최 씨는 밤마다 엄마에게 통화를 조른다. “팀장님한테 전화해서 언제 출근하는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시간 외 근무 많이 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돈 벌어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한테 치킨이랑 피자 사드릴 거예요." 3급 정신장애인 조성진(45) 씨는 공장의 마무리 담당이다. 날카로운 쪽가위로 얇은 원단 사이에 몇 가닥 튀어나온 실밥을 자르는 일을 한다. 손을 어설프게 놀리면 실 대신 원단을 찢는다. 다 만들어진 옷을 망칠 수 있다. 숙련하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9년 차 베테랑이 된 조 씨의 손끝은 정교하다. “장애인은 일 배우는 게 오래 걸려요. 비장애인이 보기엔 단순한 기술인데도 3년씩 걸리니까 재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회사가 문 닫으면 오갈 데가 없어요. 여기가 제 마지막 일터라는 마음으로 일해요." 조 씨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4시에 집을 나선다. 집이 있는 영등포에서 봉제 공장까진 지하철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조 씨는 새벽 출근을 고집한다. 안전한 출근을 위해서다. 조 씨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조 씨의 턱에 있는 보랏빛 반점을 손가락질하며 키득대던 사람을 홧김에 밀쳤다가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사고 없이 출근하기 위해선 최대한 사람이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좁아 거의 타지 않는다. 집에서 지하철역, 다시 역에서 회사까지 40분을 꼬박 걷는다. “그렇게까지 출근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인터뷰 내내 탁자 끄트머리를 쳐다보고 있던 조 씨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재직증명서가 있어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제가 우리 집 가장이니까요." 조 씨는 특히 '가장'이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조 씨 아버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조 씨는 70대 노모와 발달장애가 있는 누나 둘을 홀로 보살핀다. 대출 이자를 내고, 부족한 생활비를 보태는 돈은 공장의 월급봉투에서 나왔다. 정신장애인 조 씨를 가장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현재 조 씨는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며 무급 휴가를 보내고 있다. “장애가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어요. 지금 이 상태로 어디 가겠어요? 공장 문 여는 것만 기다리고 있죠. 기본적인 생활, 먹고 자고 그런 생활조차도 어려워요." 2급 뇌병변장애인 정원철(50) 씨도 집안 생계를 책임진다. 정 씨는 아흔이 넘은 노부모와 1급 뇌병변장애인 형과 함께 산다. 4인 가족의 생활이 정 씨에게 달려있다. 정 씨는 후천적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장애가 생긴 7살 전까지 아역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장애 탓에 언어 전달이 어눌하고 손발 활용이 불편하다. 대신 숫자 감각만큼은 비장애인보다도 뛰어나다. 세자릿수 단위도 오차 없이 세어 박스에 옷을 넣는다. 정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진 않는다. 정 씨는 아직도 첫 월급의 순간을 기억한다. “부모님이 우리 아들 애 많이 썼다고 처음으로 인정해주셨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제 자식 같아요." 정 씨에게 출근이란 지금까지 받아 온 돌봄을 돌려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있는 기자에게 정 씨가 주머니에서 작은 명함을 꺼냈줬다. 지하철 퀵서비스 전화번호다. 정 씨는 공장이 휴업 중인 탓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택배 보내실 거 있으면 꼭 연락 주세요." 정 씨는 굽은 손으로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겨우 골라냈다. 한참이 걸렸다. 체온이 명함에 스몄다. 오렌지색 명함은 따뜻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신유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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