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크레이씨(CRAiSEE) 신용평가사들이 바라보는 건설업의 올해 전망은 '암울' 그 자체다. 착공·분양 물량 축소가 매출 기반을 잠식하며 외형 축소가 예고됐다. 지방 미분양에 따른 공사미수금 회수 지연과 대출 규제 여파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운전자본 부담은 한계 국면에 근접했다. 정부의 정책 변수는 양면적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현실화되면 이는 주택 부문의 거래 위축과 수익성 악화를 키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원전·소형모듈원전(SMR)을 축으로 한 에너지 정책은 주택 경기와 무관한 대형 인프라 수요를 통해 일부 건설사에 새로운 활로가 될 전망이다. 건설사의 올해 실적 전망은 외형이 뒷걸음치는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착공·분양 물량 감소로 매출 기반이 약화되면서 매출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중한 운전자본 부담도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두산건설 등 국내 21개 건설사 합산 기준 올해 예상 매출액은 95조9000억원으로 전년 97조8000억원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은 이 같은 실적 둔화의 배경으로 착공 및 분양 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기반 약화와 함께, 미분양 수준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른 업체별 수익성 차별화를 지목했다. 신규 수주 확대에도 수익성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대손 반영과 안전관리 강화에 따른 공정 지연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다. 특히 지방에 분포한 미분양 물량을 감안하면 공사미수금 회수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 여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신규 분양 물량의 분양률 개선 속도가 과거 대비 둔화됐다. 분양 물량은 건설사 매출의 대표적인 선행지표 중 하나다. 통상 분양 이후 1~2년의 시차를 두고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과거 착공·분양 위축의 영향은 현재 실적뿐 아니라 향후 실적에도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종 전반의 운전자본 부담이 과중한 수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은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주택 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원가율 부담, 금융비용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대표적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이 본격화됐다. 한기평은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적자와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을 반영해 등급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비에스한양 역시 지분 투자 확대와 수익성 저하가 이어지면서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전망이 하향됐다. 과거 대비 수익 구조와 재무 안정성이 약화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실제 등급 하락 사례도 나타났다. 롯데건설은 수익성 저하와 재무 부담 확대를 반영해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됐고, 동원건설산업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일성건설은 BB+(안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각각 등급이 낮아졌다. 특히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는 것은 고착화된 지방 미분양과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의 77.0%, 준공 후 주택의 84.4%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5년 9월 2만7000호를 기록하며 최근 10년간 역대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이 같은 지방 중심의 미분양은 건설사의 현금 흐름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분양 대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해야 하고, 이는 공사미수금 확대로 이어진다. 공사미수금이 늘어날수록 현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대출에 의존해 충당해야 하고 이는 재무 부담과 신용도 압박으로 직결된다. 한기평은 수요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 고분양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상당 기간 미분양으로 잔존하며 운전자본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올해 건설업계 신용도의 핵심은 공사미수금 회수 등을 통한 운전자본 부담 통제 여부"라며 “진행사업의 분양성과 및 공사미수금 규모,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에 대해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건설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은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부동산 정책 자체는 건설사들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신규 원전 건설 정책은 새로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택 부문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거래 활성화보다는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 부담이 커질수록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는 보유를 선택할 유인이 커지고, 경우에 따라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보유를 선택할 경우 단기적인 세 부담을 회피할 수 있고, 증여 역시 양도세 부담을 낮추는 대안으로 작동한다. 향후 보유세 강화 여부라는 변수는 남아 있다. 그럼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시장에 유의미한 매물 증가를 유도하기보다는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며 주택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실거주 의무 등 제도적 요인이 맞물리며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데에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로 인해 거래 절벽 국면이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의 초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에너지 정책은 건설업에 전혀 다른 방향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현실화되면서, 원전을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책·산업적 기대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특히 EPC 수행 능력을 갖춘 건설사들이 원전 밸류체인에서 핵심 수혜 주체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EPC는 설계부터 조달,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사업 방식이다. EPC 구조상 수주가 확정되는 순간 매출 가시성이 높아지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실적이 인식된다. 이 같은 기대는 주가와 수급에서도 이미 확인된다. 지난 한 주간 건설업종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11.9% 상회했다. 또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순매수에 나섰다. 특히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됐고, 대우건설 역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메타, 비스트라, 오클로, 테라파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3곳이 오는 2035년까지 총 6.6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다. 여기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2기 포함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원전 관련 건설주 전반이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호재가 건설사들의 '구원투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평사와 마찬가지로 증권가가 바라보는 건설사들의 올해 사정은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나증권은 올해 실적 전망치 역시 주택 부문 부진의 영향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분양 전망치 또한 작년과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반적인 건설사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란 평가다. 하지만 주택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플랜트 프로젝트의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반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기지연은 건설 프로젝트에서 계약상 정해진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올해 전망치 숫자를 보고 매수하기엔 다소 꺼려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추천종목은 없다. 지방 부동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주택주 매수 시점은 2분기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