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은 병오년 말띠 해다. 전통적으로는 양력 1월 1일이 아니라 24절기 중 입춘(2월 4일 경)을 기준으로 띠가 바뀌지만, 미리 말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 정리해본다. 말(Equus ferus caballus)은 가축화된 외발굽 포유류이다. 인간은 기원전 4000년경 중앙아시아에서 말을 가축화하기 시작했고, 기원전 3000년경에는 가축화가 널리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말 아종 'caballus'는 가축화된 말이지만, 일부 개체군은 야생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1. 말은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질병 스펙트럼을 공유한다 말의 유전체가 본격적으로 분석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브로드연구소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은 말의 유전체를 해독해 그 결과를 2009년 '포유류 유전체(Mammalian Genome)' 저널에 발표했다. 말의 게놈 분석 결과, 말은 개나 설치류보다 오히려 인간과 더 많은 염색체 배열 유사성을 보이고, 특히 관절·심장·폐와 대사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겹친다. 이 때문에 말은 관절염·심부전·호흡기질환·인슐린 저항성과 같은 질병을 인간과 거의 같은 양상으로 겪는다. 이는 말이 단순히 '빠른 동물'이 아니라, 큰 몸을 장기간 혹사하며 유지해야 하는 생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말은 인간 문명과 함께 살며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그대로 반영해 온 생물학적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한국 연구진이 '동물(Animals)' 저널에 발표한 제주마 유전체 비교 연구에서도 말의 질병 관련 유전자가 인간 질환 연구의 비교 모델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2. 말의 소화기관은 효율을 희생하고 즉각적인 이동성을 선택했다 말은 풀을 먹는 초식동물이지만, 소나 사슴처럼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다. 대신 위를 빠르게 통과한 먹이가 맹장과 대장에서 발효되는 '후장 발효' 방식을 사용한다. 매우 긴 장과 발달한 맹장과 결장을 이용해 섬유질을 발효시킨다. 지난 2018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수의과대학 연구진은 말의 소화기관 구조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말의 후장 발효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은 낮지만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해 포식자를 피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는 같은 풀을 먹어도 얻는 에너지는 적지만, 먹이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위가 가벼워 곧바로 달릴 수 있다. 이는 포식자가 많은 초원 환경에서 “천천히 먹고 많이 소화하는 동물"보다 “빨리 먹고 빨리 도망치는 동물"이 살아남았다는 진화의 선택을 반영한다. 말의 소화기관은 연료 효율보다 기동성을 중시한 생물학적 타협의 결과다. 3. 말이 서서 잠을 잘 수 있는 이유는 근육이 아니라 인대 때문이다 말은 깊은 잠을 제외한 대부분의 휴식을 서서 취한다. 이는 단순한 습성이 아니라, 다리 관절에 형성된 '고정 장치(stay apparatus)'라는 해부학적 구조 덕분이다. 인대와 힘줄이 자동으로 관절을 고정해,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일본과 유럽 연구진은 말의 뒷다리가 서 있는 동안에도 능동적으로 안정화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해 1999년 '말 수의학 저널(Equine Veterinary Journal)'에 발표했다. 이 구조 덕분에 말은 근육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도 서 있을 수 있으며, 위급 상황에서 즉시 도주할 수 있다. 말이 눕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신호로, 그 공간을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즉, 말의 수면 방식은 환경에 대한 위험 평가 능력과 직결된 생존 전략이다. 그렇지만 깊은 수면(REM 수면)은 반드시 누운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4. 말의 발굽은 '단순화'가 만들어낸 고성능 구조다 현대 말의 발굽은 하나의 발가락이 극도로 발달한 결과다. 비교해부학 연구에 따르면 말의 조상은 여러 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있었으나, 초원 환경에서 빠른 달리기가 생존에 유리해지면서 중앙 발가락만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퇴화했고, 남은 발가락 끝이 각질화돼 발굽이 됐다. 이러한 진화 과정은 고생물학과 해부학 교과서, 그리고 '말 해부학'에 관한 리뷰 논문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발굽은 단순한 보호 구조가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고도로 특화된 기관이다. 발굽은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있어 충격을 흡수하고, 동시에 지면을 강하게 밀어낼 수 있다. 이는 말이 큰 체중을 지니고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핵심 조건이다. 말의 발굽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강화된 구조'다. 5. 말의 심장과 폐는 이동을 전제로 설계된 기관이다 말, 특히 경주마의 심장은 체중의 약 1%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 한 번의 박동으로 많은 혈액을 전신에 공급한다. 폐 또한 넓은 가스 교환 면적을 가지고 있어 달리는 동안에도 산소 공급이 원활하다. 말 전문지 '더 호스(The Horse)'에 연재된 해부·생리 시리즈에서 미국 수의생리학자들은 말의 심혈관계가 장시간 고강도 운동에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큰 심장과 높은 산소 전달 능력은 말이 장거리 이동과 빠른 질주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생리적 기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말이 단거리 폭발력뿐 아니라 장거리 이동에도 강한 이유다. 이는 인간이 말을 교통·운송·전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생물학적 기반이기도 하다. 말의 심혈관계는 '노동'을 전제로 진화한 드문 포유류의 사례다. 6. 말의 시각은 색보다 움직임을 본다 말은 두 가지 원뿔세포를 가진 이색형 색각 동물이고, 빨간색과 초록색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은 삼색형 색각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연구진은 말의 망막 구조와 시각 능력을 분석해 1999년 '말 수의학 저널'에 발표했는데, 말은 파랑과 녹색 계열은 비교적 잘 구분하지만 빨간색 계열 인식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신 시야가 매우 넓고, 명암 대비와 미세한 움직임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는 멀리서 접근하는 포식자를 빠르게 감지하기 위한 적응이다. 말이 특정 장애물을 두려워하거나 주저하는 행동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간과 전혀 다른 시각 처리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말의 시각은 미적 감각이 아니라 위험 감지 장치다. 7. 말의 뇌는 사고보다 반응에 특화돼 있다 말의 뇌는 체중 대비 크기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운동 조절과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영역의 신경회로가 매우 발달해 있다.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은 말의 신경 구조를 두고 “학습 능력보다 빠른 반응과 집단 행동에 최적화된 뇌"라고 설명한다. 이는 '말의 행동'에 관한 리뷰 논문과 행동학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특징이다. 이는 말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위험을 빠르게 인식하고 즉각 반응하도록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말은 반복 학습에는 강하지만, 예기치 않은 자극에는 과민 반응을 보인다. 이는 결함이 아니라, 초원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적화된 신경 구조다. 8. 프르제발스키 야생마는 '야생으로 돌아간 말'이 아니다 프르제발스키 말(학명 Equus ferus przewalskii)은 19세기 말 러시아 탐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가 몽골 고비사막 일대에서 처음 발견해 서구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현대의 가축 말과 달리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역사가 거의 없으며, 야생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계통을 유지해 왔다. 이 프르제발스키 말은 현대 가축 말(염색체 수 64개, 32쌍)과 달리 염색체 수가 66개(33쌍)로, 유전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이는 이들이 가축 말이 도망쳐 야생화된 존재가 아니라, 독립적인 진화 계통을 유지해 온 진정한 야생마임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프르제발스키 말은 사람이 기르는 가축 말과 교배가 가능하다. 이는 말속(Equus)의 유전체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증거다. 이는 말이 진화적으로 유연하면서도 구조적으로 견고한 종임을 보여준다. 이 점은 미국 NIH가 2009년 '포유류 유전체'에 발표한 논문(고대 DNA 분석 연구와 말 유전체 비교 연구)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9. 말의 털색은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 기록이다 말의 털색은 다양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초기 야생마의 털색은 대부분 적갈색 계열로, 초원에서 위장에 유리했다. 그러나 가축화 이후 말의 털색은 매우 빠르게 다양해졌다. 이는 생존과 직접 관련 없는 형질이 인간의 선택 교배로 유지·확산됐기 때문이다. 일부 털색은 성격이나 행동 특성과 연관돼, 온순한 말이 선호되는 과정에서 선택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말의 털색은 유전자에 기록된 인간 문명의 흔적이다. 10. 말은 인간 선택에 의해 형태가 극단적으로 분화된 종이다 말은 동일 종임에도 체고, 근육량, 다리 길이, 성격까지 극단적으로 다른 품종이 존재한다. 미니어처 말부터 대형 견인마까지, 말은 동일 종 안에서 체형 차이가 매우 크다. 이는 성장과 골격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인간의 선택 압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음을 의미한다. 2022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생물학(Nature 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된 경주마 유전체 연구는 운동 능력과 체형이 특정 단백질 코딩 유전자 변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말의 성장·근육 조절 유전자가 선택 압력에 매우 유연하게 반응해 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말은 농업 노동력, 군사 자산, 교통수단, 스포츠 동물로까지 역할을 확장할 수 있었다. 말은 자연 진화와 인간 선택이 가장 강하게 결합된 포유류 중 하나다. 종합하면, 말은 단순히 “빠르고 힘센 동물"이 아니라, 초원 환경 → 포식 압력 → 이동성 → 인간 선택이라는 조건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생물학적 결과물인 셈이다. 유전체 차원에서는 인간과 닮아 있고, 생리적으로는 도주와 지구력에 특화돼 있으며, 진화사적으로는 인간의 선택이 깊게 각인된 동물이다. 결국 말의 유전자 속에는 자연과 인간의 공진화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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