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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0.03.03 14:48

거래처의 부도와 악마의 입증

[에너지경제신문] B사는 A사에 보일러 전자제어시스템을 납품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 C사 역시 A사에 미수금 채권이 있었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인척간이었다. A사는 부도 직전 공장 부지를 C회사에게 넘겼고, B사는 C사를 상대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했다.

C사 대표이사는 필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A사 대표이사와는 인척관계이지만 평소 가까운 사이도 아니라서 A사가 부도가 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 몰랐고, 공장 부지를 받은 것도 싸우다시피 해서 받아낸 것이지 서로 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채무자인 A사가 채권자인 B사를 해함을 알면서 자기 일반재산을 감소시키는 사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것을 사해행위취소권이라 한다. 그 요건은, 채권자의 채권(피보전채권)이 사해행위 발생 전이어야 하고, 사해행위로 인해 채무자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해야 하며 수익자가 악의여야 한다. 여기에서 악의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있는 것’으로 위 사안은 위 요건에 딱 들어맞는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와 C 사이의 대물변제 계약은 취소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는 말소된다.

채권자 취소소송에서 가장 특이한 것, 특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수익자의 악의 입증책임이다. 채권자가 수익자의 악의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자가 자신의 선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C사는 ‘자신이 공장 부지를 대물변제를 받고나면 A사의 재산이 감소해 다른 채권자들이 채권 확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입증해야 한다.

자기 내심의 의사를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입증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간혹 소송에서는 채무자의 변제노력과 채권자의 태도 등 간접증거에 의해 입증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더구나 A사와 B사의 대표이사는 인척간 아닌가.

일반적으로 사해행위 당사자가 친인척관계에 있는 경우 수익자 자신이 선의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이를 ‘악마의 입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C사 대표이사는 악마의 입증에 걸린 것이다. 소송비용도 물어야 하고 형법상 강제집행면탈죄도 문제된다. 독이든 사과를 덥석 베어 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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