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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문가 제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성공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4.28 15:09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에교협(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산업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에서 30~35%로 낮춰 잡은 것을 주목했다. 산업부가 뒤늦게라도 맹목적인 신재생 확대의 어려움을 인식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탈원전·탈석탄을 고집하기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 소비총량을 축소한 사실을 심각하게 지적했어야만 했다. 정부가 화려하게 내놓았던 ‘수소경제’도 초라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렸다. 2040년의 에너지 소비총량을 2017년보다 2.6%나 축소해버린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무엇보다도 현재 소비 수준을 근거로 한 전망(BAU)에서 소비총량을 18.6%나 줄이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정책적으로 부문별 수요관리를 강화하고, 정체가 불확실한 수요관리(DR)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수준의 노력으로는 더욱 그렇다. 선진국형 소비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혁신이라는 산업부의 해명은 황당한 궤변이다. 어설프게 선진국을 흉내 내다가 자칫하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를 망쳐버릴 수도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에너지 수요 전망의 폐해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2017년 12월에 확정했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수요 전망을 무려 11%나 감축했었다. 역시 선진국의 전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당시 산업부가 제시했던 명분이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기록적인 한파가 들이닥쳤고, 여름에는 역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다. 빨간 불이 켜진 전력수급 상황으로 온 나라가 바짝 긴장해야만 했다. 과연 올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2012년 추석에 경험했던 아찔한 순환정전도 10년 동안 전력 설비 확충을 소홀히 했던 결과였다.

기본계획에서 ‘에너지 공급방안’과 ‘에너지원 구성’을 통째로 빼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은 산업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41조 ③항에 명시된 7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 국내외적인 에너지 상황에 대한 분석과 전망,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관리 방안, 안전 관리 방안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탈석탄으로 파생되는 현실적인 문제도 외면해버렸다. 탈원전은 60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일 뿐이라는 궤변으로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이미 원전의 안전 운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상당수의 원전 전문인력이 이탈했고, 부품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 운전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불법·탈법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켜버린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이미 4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청원에 서명을 했다. 원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는 여론도 70%가 넘는다.

산업부가 에너지 공급 부분을 통째로 빼버린 것은 탈원전·탈석탄의 폐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추려는 얄팍한 꼼수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의 에너지 수입액이 1451억 달러로 2년 전보다 무려 77%나 늘어났고, 총수입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9.7%에서 지난 2월 30.1%로 늘어났다. LNG 수입액도 106억 달러나 늘어났다.

산업부가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무시한 정부 정책은 과감하게 거부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맹목적으로 밀어붙였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책임은 고스란히 교육부 실무 담당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원자력진흥법·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너지법·전기사업법 등의 수많은 법과 제도를 통째로 무시하고, 추진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졸속으로 만들어진 에너지기본계획이 국민에게 고통으로 주고, 국가 경제를 망치도록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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