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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칼럼] 블록체인 기술과 대중들의 괴리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4.10 15:07

이유환 플릭파트너스 파트너

▲이유환 플릭파트너스 파트너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기술로 블록체인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양의 블록체인 관련 서적과 뉴스 등이 생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강의가 대학에서 개설되고 학회도 늘어나고 있으며, 블록체인 전문 매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파생산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를 찾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온 사회가 블록체인 열풍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잠깐 다른 기술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롱텀에볼루션(LTE), 와이파이 기술은 누가, 언제 개발했고 어떤 원리로 구동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AI)이나 딥러닝은? 놓고 보면 블록체인이나 딥러닝은 차세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똑같이 주목받는 기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딥러닝 보다 블록체인 기술에 더 열광하는 것처럼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이른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하게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이 글자 그대로 ‘엄청나게’ 성장하며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다줬다. 그것도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입문했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가상화폐 거래의 활황이 낳은 결과인 셈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을 해본다. 과연 블록체인 열풍이란 게 실재하는가? 본인은 블록체인 산업에 종사한다. 아침에 일어나 블록체인 관련 뉴스를 읽고 일과 시간에 블록체인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한다. 저녁에는 업계 사람들을 만나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한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블록체인 기술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필자에게 블록체인 열풍의 실재성과 기술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물어본다면 입이 아플 정도로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 한다면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15% 가량만이 가상화폐에 투자를 해본 적이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가상화페 거래로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투자를 한 사람의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열광은 단언컨대 1~2%도 안 되는 소위, 마니아층과 업계 종사자 사이에만 부는 바람일 뿐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아직 멀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신문 기사 몇 토막으로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개념이다. 블록체인 세계의 입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는 기존 금융거래와 비교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중계 서비스가 정착되지 않아 개인이 공부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둔감한 세대가 쉽게 접근하기엔 진입 장벽이 아직 높다.

필자는 블록체인 기술의 유용성과 그 바탕에 놓인 철학에 공감한다. 하지만 그 관심은 업계 관계자들만의 폐쇄된 공동체 안에만 머물러 있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업계 사람들의 인식과 대중 사이의 인식의 간극을 줄이는 것. 이것이 블록체인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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