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 대표(왼쪽) 등 참석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과세 강화 방침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를 실거주자와 차등화하는 정부안을 백지화하고 양도소득세 예외를 넓힐 것을 요청했다. 공급 확대를 위해선 500가구 이하 중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구청장으로 이양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오후 개최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부동산 정책 보완책을 논의했다.
◇비거주 1주택자도 종부세 기본공제 14억…양도세 예외 확대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 실거주자와 비거주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차등화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초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되,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춰 과세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1주택자는 거주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종부세 기본 공제를 14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에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산정에 활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높이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부세 부담 한도를 현행 150%에서 200%로 올리자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축소에 대해선 예외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근이나 질병 치료 등 기존 비거주 예외 인정 요건을 육아나 양육, 가족 돌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드라이브를 완화하는 조정안에 대해 대체로 타당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매물잠김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1주택자는 매도자가 곧 매수자가 되는 특성이 있다"며 “갈아타기 수요라도 만들어서 시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게 정부의 취지였는데, 거래량은 발생하더라도 공급량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효성이 없는 방안에 대해선 재검토를 하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에 대해서도 부담을 완화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세 부담을 결코 완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기본공제가 6억원 이었지만 그 사이에 집값은 5배 오르고 물가는 3배 이상 올랐다"며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증세"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 역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고정하더라도 공시지가가 오르기 때문에 세금은 증가하고 있다"며 당에서 시장 상황을 현실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평했다. 고 교수는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안은 양도세율을 내려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인허가 구청장에 넘긴다…“속도·효과 제한적"
▲24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동구 건축기획관 직무대리가 500세대 이하 자치구 권한이양 관련 서울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송윤주 기자
공급대책으로는 500가구 이하 중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관할 구청장으로 넘기는 방안이 제시됐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허가 권한을 구청장에게 분산한다고 해서 정비사업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지기는 어려우며, 광역 도시계획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의사결정을 패싱할 수 있게 된다면 도시계획위원회 등 의사결정과정이 필요없어진다는 의미"이라며 “장단점이 있겠으나 권한이양에는 신중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 역시 통합심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교수는 “재건축을 할 때는 학교·교통·환경 등을 합쳐서 통합심의를 하고있다"며 “정비사업 인허가가 구청의 권한이 되면 지역마다 기반시설이 다른 만큼 여러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구청장에게 권한을 이양한다고 해서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 소장은 “현재도 정비사업에서 구청이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과정에서 실무적인 일을 이미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다"며 “정비사업 속도가 지연되는 이유가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병목현상에만 있다면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500세대 이하 자치구 권한이양과 관련해서 24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주장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김동구 서울시 건축기획관 직무대리는 “지금도 정비사업 전체 9개 인허가 권한 중 조합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 등 7개 권한이 자치구에 있다"며 “서울시가 행사하는 권한은 그 중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을 위한 통합심의' 2가지에 불과하고 이 2가지 심의 소요기간은 약 4개월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은 이주비대출규제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정부의 규제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소규모 자치구 권한이양과 관련해 당정과 서울시가 사전에 상의한 내용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 직무대리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정원오 후보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을 때 서울시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면서 “사전에 당정과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논의하게 된다면 이러한 부작용과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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