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수 기자
내년이면 익산시는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50주기를 맞는다. 59명의 영혼은 사라졌고, 1402명 부상자 등 7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흑역사로 남는다.
아픈 기억은 6·25 전쟁 발발 직후 미군기의 이리역 오폭 사고로 5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옛 상처와 한데 얽혀 도시민들의 트라우마로 그대로 굳었다.
내년 50주기를 앞두고 역사 인식의 재조명과 사고 당사자인 한화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무가 강하게 요구된다.
어느 겨울을 앞두고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약 30여 톤의 폭발물을 실은 한국화약(현 한화)의 화물열차가 인천을 출발해 광주로 향하던 중 1977년 11월 10일 오전 11시 31분 이리역(현 익산역)에 도착했다.
이리역에 도착한 열차는 위험물 적재 무정차 통과 규칙을 어기고, 철도공무원들의 급행료 요구로 인해 장시간 역내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한국화약 호송원이 잠든 사이 추위를 이기려 켜놓은 촛불이 넘어져 뇌관으로 옮겨붙었다.
1977년 11월 11일 저녁 9시 15분. 대한민국과 이란의 FIFA 월드컵 최종 예선 7차전이 방송을 타고 전국을 달구던 그 시각. 이리시 전역에 무서운 굉음과 함께 이리역 대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직경 30m, 깊이 15m의 거대한 웅덩이를 비롯해 엿가락처럼 굽은 철로, 수 km 밖으로 날아간 파편. 반경 500미터 이내 9500여 동의 건물이 처참하게 파괴됐다.
전북도 발행 '총화의 기적-이리재해복구백서'에 따르면 부상자 1402명·이재민 7800여 명·재산피해액만 61억원에 이른다.
당시 이리시의 1년 예산이 악 41억 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된다.
폭발사고를 온몸으로 경험한 지금의 50대 중년 이상의 산증인들과 목격자들은 "군사독재 시절 내놓은 전라북도의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목숨을 잃었다“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은다.
시간은 흘러 익산은 행안부가 인구감소 관심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응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을 만큼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대기업 투자 부재, 청년 유출, 공공기관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 아래 이리역 폭발사고 이후 익산이란 도시는 잠깐의 성장기를 거치지만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에 반해 이리역 폭발사고 이후 한국화약은 한화로 통합돼 글로벌 방산·에너지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코레일은 거대 공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날 익산을 위한 보상은 '위로 명목의 생색내기'에 그쳤고, 시민들이 바라는 진정어린 사후 조치는 지금껏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사회적 의무는 바로 이러한 격차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보상이란 언어로 둔갑한 단순한 위로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세우는 직접적인 행위로 옮겨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와 코레일은 익산의 가슴 아픈 역사와 절대 분리될 수 없다.
내년 이리역 폭발사고 50주기를 계기로 피해 도시 익산의 부흥을 기업의 성장 대서사로 녹여낸다면 익산시민을 넘어 국민의 신뢰를 두텁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기부금 잔고가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과 일맥상통한다. 익산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업과 공기업의 의무를 다하는 순간 한화와 코레일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표상이 될 것이다.
묻힌 상처 위에 도시의 미래를 세우는 일, 그것이 이번 50주기에 회부된 시대적 과제이며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마땅히 짊어야 할 사회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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