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조 순매수, 올핸 100조 던져
코스닥서 빠진 100조원 코스피로
개인 수급 이탈에 시장 체력 약화
대형주 쏠림·실적 격차에 투심 냉각
▲사진=챗GPT
약 5개월간 이어졌던 '천스닥' 시대가 막을 내린 후 코스닥 시장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코스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형주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수급 기반이 흔들렸다. 여기에 코스피와의 실적 격차 확대까지 겹치면서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19일 종가 966.59를 기록하며 전 거래일(1000.93)보다 하락, 1000선을 내줬다. 이후 낙폭을 키우며 최근에는 700선 아래까지 밀렸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562조원에서 447조원으로 줄어 약 115조원이 증발했다.
수급 변화도 뚜렷했다. 천스닥이 붕괴한 이후 개인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1조19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37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연초 랠리와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코스닥은 지난 1월 26일 1064.41로 장을 마치며 2022년 1월 이후 약 5년 만에 1000선을 회복했다. 이후 지난달 18일까지 약 5개월간 1000~1100선에서 움직이며 이른바 천스닥 시대를 이어갔다.
천스닥 중심에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있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2030년까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정책 펀드다. 혁신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도 함께 확대됐다.
여기에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등으로 구분하는 시장 승강제 도입도 추진되면서 우량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우량기업을 별도 세그먼트(세분화)로 육성할 경우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부실기업 퇴출 강화 역시 시장 체질 개선 기대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달부터 이른바 '동전주 퇴출' 제도가 시행되면서 저가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가 본격화됐다. 거래일 기준 30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간 45거래일 이상 1000원을 밑돌 경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개인 이탈에 실적·금리 부담까지 겹쳐
코스닥은 지난달 중순부터 빠른 속도로 조정을 받았다. 같은 시기 코스피 역시 조정을 받았지만 코스닥의 낙폭은 더욱 컸다. 증권가는 단순한 시장 조정보다 개인투자자의 이탈이 코스닥 약세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의 코스닥 이탈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개인의 코스닥 순매도 규모는 100조원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연간 7조원 이상 순매수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반대로 개인 자금은 반도체 등 대형주가 포진한 코스피로 대거 이동했다. 실제로 연초부터 전일까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09조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 빠진 자금이 그대로 코스피로 이동한 셈이다.
개인은 코스닥의 사실상 유일한 장기 순매수 주체 역할을 해왔다.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 우위를 유지하지 않는 만큼, 개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시장의 수급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펀더멘털 차이도 코스닥의 상대적 약세를 키우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727조원인 반면 코스닥은 10조원 수준에 그친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코스피 대형주의 실적 전망은 계속 상향되고 있지만, 코스닥은 주요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금리 환경도 부담이다.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금리 상승이나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 기업가치 조정을 더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로 이동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부진은 단순 낙폭과대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이 이탈하고, 이익 개선 속도가 제한적인데다 금리 인상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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