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기후에너지환경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후위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결과를 두고 “특정 감축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답정너'식 절차"라고 비판했다. 설문 문항과 전문가 발제, 제공 정보 전반이 조기 감축경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어 공론화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기후특위 위원들은 13일 “국민 숙의를 통해 사회적 판단을 모으겠다던 공론화가 오히려 특정 감축경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됐다"며 “그 결과를 곧바로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공론화의 핵심인 감축경로 설문 문항이 애초부터 조기 감축을 유도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설문에서는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오목형)'에 대해 “IPCC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권고하는 감축경로와 유사하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적다"는 설명을 붙였다. 반면 선형 또는 후행형 감축경로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부정적 설명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설계가 응답자에게 조기 감축경로를 더 책임 있고 도덕적인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축목표 수준에 대한 설문에서는 시민대표단의 39.1%가 '전 세계 평균 수준', 25.0%가 '그보다 낮은 수준'을 선택해 64.1%가 평균 또는 그 이하 수준을 선호했지만, 감축경로 문항에서는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을 택한 점도 유도된 응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문가 발제 역시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봤다. 지난 4일 진행된 감축경로 세션에서 발제자가 조기 감축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후행형 경로는 정책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해 사실상 조기 감축을 '정답'처럼 제시했다는 것이다.
국제 비교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일본이 2030년 46% 감축, 2035년 6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선형 감축경로를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도 선형보다 완화된 감축경로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대표단에게 제공된 자료집과 설문 문항에는 이런 핵심 국제 비교정보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전기요금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국민의힘의 문제의식이다. 이들은 조기 감축경로가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막대한 전환 비용과 투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산업계 부담과 기술 실현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논의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저장(CCS) 등 핵심 감축수단이 아직 본격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만 앞서는 방식은 입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기후특위 간사는 “이번 공론화는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확인한 절차라기보다 조기 감축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절차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항 설계와 정보 제공 방식에 편향과 유도의 한계가 있었던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공론화 절차를 다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다양한 의견 수렴과 충분한 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초기 더 많이 감축' 응답이 불과 일주일 만에 급등한 것은 편파적 발제와 토론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범수 의원은 “공론화 결과보고서를 특위 당일 처음 배부하고 토론하자는 것은 국회를 형식적으로만 거치는 절차처럼 보인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탄소중립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가별 형평성과 현실적 이행 가능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론화 결과만으로는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다 충분한 시간과 균형 잡힌 정보 제공,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한 재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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