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 조선사 '양쯔장조선'의 사업장 전경. 사진=양쯔장조선 제공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의 '그립(Grip·장악력)'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저가 수주 중심의 양적 팽창을 넘어 이제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시장까지 집어삼키며 사실상 글로벌 조선업의 지배력을 굳히는 모양새다. 반면에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로 맞서온 한국 조선업은 압도적인 물량을 앞세운 중국의 규모의 경제 앞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수주 점유율은 물론 남은 일감을 뜻하는 수주 잔량에서도 초격차로 뒤처진 우리 조선업계의 딜레마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나면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70% vs 20%, 굳어지는 점유율 격차…'10개월 연속 1위' 중국의 질주
13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와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758만 표준선 환산 톤수(CGT)로 전년 동기 대비 40.3% 폭증했다. 글로벌 선대 교체 사이클과 맞물려 시장에 쏟아진 이 거대한 발주 물량을 쓸어 담은 승자는 단연 중국이었다.
중국은 1분기 수주 점유율 약 70.5%(1239만 CGT)를 기록하며 사실상 시장을 독식했다. 한국은 20.3%(357만 CGT)에 머물렀다.
2025년 1분기 양국의 점유율 격차가 22%p(중국 48.8%·한국 26.8%)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격차가 50%p 이상으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최근 집계된 데이터에서도 중국은 10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월별 데이터를 뜯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은 2025년 2월 수주 점유율이 11%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겪었던 반면, 당시 중국은 8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물량을 독식했다. 한국 조선사들을 작년 누적 247척의 수주 페이스를 보이며 질적 성장에 집중했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공격적인 '밀어내기식' 수주 공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에도 한국의 점유율은 20%대 초반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중국 조선업계가 수주하는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벌크선과 소형 컨테이너선에 집중했던 중국 조선소들은 이제 한국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대형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과 메탄올 등 친환경 이중 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양으로 밀어붙이던 중국이 질적인 역량까지 끌어올리며 K-조선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182.07 고공행진 신조 선가의 역설, 달콤한 과실은 중국 몫
수주 물량을 뺏기는 와중에도 글로벌 선박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조선시장의 가장 큰 역설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2.07을 기록 중이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수준(약 187)에서 소폭 숨을 고르고 있으나, 2021년 3월(130.2)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이상 폭등한 수치로 극강의 하방 경직성을 띠고 있다. 선종별 척당 가격을 살펴보면 고부가가치 선종의 대명사인 대형 LNG 운반선은 2억4850만 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억6000만 달러,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1억2950만 달러를 기록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 고공행진하는 선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현재의 선가 방어가 한국의 압도적인 기술적 해자 덕분이라기보다는 중국이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도크(건조 공간)를 싹쓸이하면서 형성된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당장 배를 지을 공간을 찾지 못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슬롯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시장 가격의 결정권마저 현재 도크를 무기로 쥔 중국 조선소들로 넘어가면서 선가 상승의 과실을 압도적인 물량을 확보한 중국이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다는 뼈아픈 분석이 나온다.
◇한계 부딪힌 '선별 수주'…원가 경쟁력 가르는 '후판'의 딜레마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사업장 전경. 사진=각 사 제공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제한된 도크 상황 속에서 척당 환산톤수가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화력을 집중하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척당 CGT는 약 4만2000으로, 2만6000 수준인 중국을 앞선다. 그러나 수주 잔량의 거대한 격차는 이 '질적 승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물량은 1억2095만 CGT로 약 64%에 달한다. 한국은 3635만 CGT(약 19%) 수준으로 양국의 일감 차이는 3배를 훌쩍 넘어섰다.
제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압도적인 물량 차이는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등 주요 기자재 구매 협상력의 차이로 직결된다. 수년 치 엄청난 일감을 확보한 중국은 자국 철강사·부품사와의 대량 구매 협상을 통해 파격적인 단가 인하를 이끌어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 조선사들은 국내 철강사들과 매 반기마다 치열한 후판 가격 협상 줄다리기를 벌여야만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양적 팽창을 넘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마저 확보하는 임계점에 도달해 한국의 고육지책이었던 선별 수주 전략도 서서히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美 USTR 제재와 IMO 규제, 2026년 하반기 반전의 마지막 분수령
독주체제를 굳혀가는 중국을 제어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대중국 해운·물류·조선업 제재 움직임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를 꼽는다.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북미·유럽 선주들의 이른바 '탈 중국' 리스크 분산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이 노려야 할 틈새다. 미국의 우방국 공급망 재편 기조 속에서 K-조선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탄소 배출 규제에 맞춘 노후 선박들의 친환경 교체 수요는 생존을 위한 핵심 타깃이다. 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무탄소 연료 추진선 시장은 중국이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격전지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중형 가스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9일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에서 이중연료(DF) 엔진이 장착된 4만6000㎥급 암모니아 추진 중형 가스운반선 2척을 세계 최초로 건조했고, 마무리 작업을 거쳐 오는 5월과 7월 말 각각 선주사에 인도한다.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설계 및 제작한 암모니아 운반선(길이 190m, 너비 30.4m, 높이 18.8m)은 미래 무탄소 해운 시장의 핵심 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 선박은 3기의 고성능 화물창을 탑재해 암모니아와 LPG 등 액화가스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회사는 추진 엔진의 회전력을 전력으로 변환하는 축 발전기(Shaft Generator)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장착해 환경 규제 대응력을 높였고, 암모니아의 특성을 고려한 실시간 가스 감지장치·배출 회수 시스템 등 독보적인 방재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8월 '노르쉬핑 2025'에서 한국선급(KR)·노르웨이선급(DNV)과 3건의 MOU를 체결하며 △15만 CBM급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개발 △LNG 운반선 설계 최적화 △맥티브(MCTIB) 연료 탱크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점하고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친환경 연료인 암모니아(NH3)는 영하 253℃의 극저온이 필요한 액화수소와 달리 가압(약 8bar)이나 저온(-33℃) 환경에서도 보관이 가능하며, 동일 부피당 저장 밀도는 수소보다 1.7배나 높아 대규모 장거리 운송에 최적화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해운 연료 내 암모니아 비중이 46%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압도적 기술력을 갖춘 암모니아 추진선·운반선 수요는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조선업의 성패는 다가오는 '친환경선박 교체' 슈퍼 사이클에서 누가 주도권을 선점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안주하기에는 중국이 쥔 시장의 그립이 단단한 만큼 한 발짝 앞선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차세대 선박시장의 표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중국의 하청 기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현장의 위기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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