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가 구조적 위기로 고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등장한 '신(新)노년 세대'는 새로운 경제 활력소로 부상 중이다. 이에 본지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유통 시장을 중심으로 신노년층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흐름을 따라가본다. 나아가 전문가 시각으로 바라본 실버 비즈니스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 한계점, 정책적 제언 등을 담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서울 중구 소재 GS25 시니어편의점 디오센터점에서 근무 중인 이명화(만 67세) 씨가 점포 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노인 직원들만 근무하는 편의점, 이른바 '시니어편의점'이 일상 속에 안착해 고령층과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주체 겸 노동 시장의 생산 주체로서 사회적 교류·취업에 관심을 갖는 신노년 세대의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는 것. 민·관 협력 형태로 운영되는 상생형 모델인 시니어편의점을 사례로 노인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본다.
“일 통해 자아 실현…주 2회·4시간 근무로 업무 부담↓"
“집에만 있다 보면 나태해지고 밖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죠. 일을 통해 내 시간을 할애해 경제력을 얻고 삶의 보람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GS25의 서울 중구 관내 시니어편의점 1호점인 디오센터점에서 만난 이명화(만 67세)씨는 “특히, 첫 월급을 탔을 때 할머니로서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니어편의점은 GS25가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력해 운영 중인 사회공헌형 편의점이다. 2019년 부산 내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6개 점포까지 확대됐다.
시니어편의점은 지역별 시니어클럽 주도로 운영되며, 해당 클럽에 소속된 시니어 근로자가 일하는 구조다. GS25는 주로 근무자 교육을 담당하며, 시니어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향후 창업을 원할 때 추가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전업주부였던 이 씨는 편의점 근무를 계기로 처음으로 사회생활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주 업무는 일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같다. 조금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상품 결제와 매장 정리는 물론, 고객 응대 등을 담당한다.
그는 “포인트 적립이나 반품 처리 등 숙지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근무 초반 1~2개월 동안에는 매우 난감했다"며 “종류만 수십 가지인 담배를 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이젠 어디 있는지 다 알게 돼 사소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니어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르신 맞춤형 근무환경이다. 현재 디오센터점은 이 씨를 비롯해 총 15명의 시니어 직원이 근무 중이며, 야간과 주말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이 씨는 오후 1시 반부터 5시 반까지 하루 평균 4시간씩, 일주일에 많게는 3회 정도 근무를 선다.
당초 다른 일을 하기로 예정됐던 이 씨가 시니어편의점으로 선회한 이유도 근무 시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는 “원래하기로 했던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쯤 딸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일을 택했다면 딸이 의지할 곳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보통 일주일에 1~2회 정도 일을 하니 손주들이 갑자기 아플 때도 마음 편하게 달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근무 1년 2개월차가 된 이 씨는 “최근에는 모임을 통해 동년배들에게 노인일자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며 “집에만 있으면 사람이 망가질 수 있지 않으니 일자리 좀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설득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처럼 새로운 활력소 차원에서 일자리를 찾은 고령층도 많다"면서 “다만, 소득을 기대하고 나오는 분들도 있을 테니 조금 더 힘들더라도 조금 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CU 일자리 창출형 '이음가게', 일반 점포서 이동형까지 진화
▲세븐일레븐 재팬 공식 홈페이지 내 구인 페이지 화면. 사진=세븐일레븐 재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 초고령화 길을 걷던 일본에서도 편의점은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에 각 기업 차원에서 인공지능(AI) 무인점포·자동 발주 시스템 등을 통해 부담을 낮추는 한편, 고령층까지 적극 고용해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일본 내 3대 편의점업체로 꼽히는 세븐일레븐 재팬·로손·패밀리마트 모두 자체 구직 사이트 내 '시니어(シニア)' 옵션을 마련해 고령층 구인 점포를 따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올린 구인글에는 “고령자·중장년층 대환영"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고, 패밀리마트의 경우 전직 운송업·보험업 출신의 시니어 직원들 인터뷰까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고령층 직원을 환영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들 편의점 3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식품 서비스 접근성이 낮고, 고령층 거주 밀도가 높은 지방 위주로 이동형 편의점을 운영해 왔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BGF리테일이 운영 중인 CU가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역 중심으로 이동형 편의점을 선보였다. 현재 국내 편의점업체 중 이동형 편의점을 운영하는 곳은 CU가 유일하다.
나아가 CU는 최근 '식품 사막' 해소와 함께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장점까지 겸한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을 내놓았다. 올 1월 충남 공주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인 공주신관로점을 거점으로 관내 식품 사막 지역에 최소 월 1회 이상 이동형 편의점을 파견하고, 지역 축제에도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은 CU가 지난해 10월 첫 선보인 시니어 일자리 창출형 편의점 '이음가게'의 연계형 점포다. 이음가게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한국부동산원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추진 중인 민·관 협력 사업이다.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은 일반 매장 형태에서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한 것이다. 외형은 다르지만 두 유형의 점포에서 근무하는 인력 모두 시니어 직원들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북과 함께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공식적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편의점이 별로 없는 산간 지역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자체 보유한 역량을 동원해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가 올 1월 첫 선보인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 사진=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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