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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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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쿠팡의 ‘역설’…국회 문턱 못 넘던 ‘온플법’ 급물살 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30 16:43

‘독점 사전규제·거래 공정화·배달 수수료’ 관련 법안 국회 계류증
‘사전 규율’ 독점규제법…DMA 닮은꼴 논쟁
정산·수수료 손본 중개거래법, 현실성은 남은 과제
배달 수수료 직격 규제, 정치 부담 가장 큰 카드

답변하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계 자본인 국내 최대 온라인 쇼밍몰 쿠팡의 고객정보유출 사태가 국회 문 턱을 넘지 못하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 3법의 처리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연말까지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겨냥한 핵심 규제 법안 세 건이 연이어 제출됐다. 작년 7월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 같은 해 10월 제출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이달 9일 국회에 접수된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모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에서 계류 중이다.


세 법안 모두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구조와 독과점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플랫폼 독점 구조를 사전 규율하고, 이미 형성된 거래 관계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장치 마련이 목적이다. 아울러 가장 민감 영역으로 볼 수 있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직접 규제로 단계가 이어진다.




다만, 접근 방식과 규제 강도는 서로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법안은 단연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이 꼽힌다.


이 법안은 발행주식 평균 시가총액 15조 원 이상, 연평균 매출 3조 원 이상,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 또는 이용사업자 수 5만 개 이상이라는 정량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후 공정위가 시장조사를 거쳐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서비스를 목록화해 관리하는 한편,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타 결제수단 홍보제한 등 전형적인 남용 행위를 사전 금지한다.




핵심은 사후 제재가 아니라 이처럼 '사전 규율'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EU가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내 논의 과정에서는 '한국 플랫폼 생태계에 과도한 규제 틀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황승기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도 법안 발의 당시 검토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의 제정은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에 관한 인식,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 해외 입법 동향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플랫폼 기업들 또한 혁신 저해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시장 변화가 빠른 플랫폼 산업에 경직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임시중지명령, 과징금, 동의의결 등 강력한 권한이 공정위에 집중되는 구조에 대해 '행정부 권한 비대화'라는 정치적 부담까지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추가적인 입법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황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변화와 혁신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로서 불필요한 규제가 늘어날 경우 기업의 창의력과 혁신 동력이 훼손돼 오히려 소비자 후생 증진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역시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은 밝혔지만, 별도의 정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국회 논의에만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쿠팡 알고리즘 논란 등 구체적 사례가 입법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다. 작년 쿠팡이 알고리즘의 검색순위를 조작하거나 그 기준을 불투명하게 운영해 입점 소상공인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건이 법안 발의를 촉발시켰다.


이 법안은 판매대금을 구매확정일 또는 결제일로부터 10일 이내 지급하도록 하고, 일정 비율의 금액을 신탁하거나 보증보험으로 보호하도록 규정했다. 중개수수료율의 차별 금지, 영세 사업자 우대수수료 적용, 이용사업자 단체 구성과 거래조건 협의권 보장 등도 담겼다. 플랫폼과 입점 사업자 간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판매대금 정산 지연과 거래 조건의 불투명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비교적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 법안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 상한과 우대수수료율의 구체적 기준을 대통령령과 공정위 고시에 위임한 점을 두고 '행정 재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정산 보호를 위한 신탁·보험 의무가 중소 플랫폼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장 최근 국회 발의된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법안은 정치적으로 가장 부담이 큰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 법안은 영세·소규모 이용사업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의무화, 무료배달 마케팅 비용의 점주 전가 금지, 배달 방식과 배달비 분담 수준에 대한 선택권 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수수료 직접 규제에 해당한다.


입법 취지는 분명하다. 자율규제와 상생 협약이 실질적인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판단, 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과거 입법 사례가 근거로 제시됐다. 무엇보다 음식배달플랫폼 사업자의 수수료 폭리와 무료배달비용 전가에 대한 규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소비자 가격, 라이더 보수, 플랫폼 수익 구조와 직결된다. 정부와 여당이 물가 안정과 자영업 대책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일 법안으로 결론을 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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