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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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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가스터빈·풍력’을 동시에…두산에너빌리티, 국가전략자산이 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9 13:37

대형원전 넘어 소형원전까지 수주 섭렵
세계 5번째 가스터빈 제작기술 확보, 美·중동 수주 잇따라
풍력 대형 하부구조물·주기기 역량 축적하며 포트폴리오 확장
“반도체처럼, 에너지도 전력안보 무기”… 기업의 위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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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설치된 1400㎿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이라는 에너지 핵심 인프라 분야를 동시에 아우르는 '국가 전략자산형 기업'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순 기자재 공급업체를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제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가스터빈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글로벌 전력시장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여기에 원전 주기기와 해상풍력 핵심 설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에너지 전환과 안보 경쟁이 격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중동서 쏟아지는 가스터빈 수주… “전력안보의 무기"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일주일간 무려 3건의 단일판매 및 공급계약 공시를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공급 2건과 미국 빅테크향 가스터빈 패키지 공급 1건이다. 금액만 최소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16조9000억원이며, 2026년은 18조2500억원, 2027년은 20조3000억원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가스터빈이다. 회사는 2013년 국책과제로 개발에 착수해 12년만에 자체 제작 기술력을 확보했다. 가스터빈 제작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밖에 없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은 성능과 가격경쟁력까지 입증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가스터빈 및 핵심 부품 수주가 잇따르며, 단기간에 여러 건의 수주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계약은 금액이 비공개일 정도로 전략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전력 피크 대응,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등으로 가스터빈은 '차세대 전력안보 설비'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동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정책 차원에서 자국 내 또는 신뢰 가능한 동맹국 기업의 가스터빈 공급망을 중시하고 있어, 두산에너빌리티의 기술력과 공급 이력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스터빈은 단순 발전설비가 아니라 국가 전력 시스템의 즉응 전력(back-up power)을 좌우하는 전략 무기"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영역에서 이미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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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미국 빅테크와 380MW급 가스터빈 3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주기기에서 SMR까지… '미국 원전 공급망' 핵심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영역이다. 대형 원전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제작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 기업으로, 체코·중동·국내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실적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국 엑스-에너지와 SMR 16대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용 원자로 주기기뿐 아니라, 향후 미국 내 대형 원전 재개 흐름까지 염두에 두고 공급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를 동시에 추진하며 원전 산업 재건에 나선 상황에서, 신뢰 가능한 제조 파트너 확보는 정책적 과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원전 생태계에서 빠질 수 없는 아시아 공급망 파트너"로 거론된다.


해상풍력까지… '에너지 전환 인프라' 삼각 포트폴리오 완성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풍력 분야에서도 대형 하부구조물·주기기 역량을 축적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중후장대 제조 역량이 필수인 산업이다.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이라는 세 축은 서로 다른 전원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인프라와 직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세 영역을 동시에 보유한 드문 기업으로, 에너지 전환기 '백업과 전환을 모두 담당하는 제조사'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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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풍력 터빈.


“반도체처럼, 에너지도 전략자산"… 기업의 위상 변화

과거 반도체가 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했듯, 에너지 설비와 공급망 역시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단순 민간 기업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일부로 기능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제 특정 프로젝트 수주 여부를 넘어, 한국이 에너지·원전·전력 기술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기업"이라며 “원전·가스터빈·해상풍력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사실상 국가 전략자산에 가깝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근 수주 러시는 일회성 호황이라기보다, 글로벌 에너지 질서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탈탄소, 전력안보,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만들 수 있는 나라'의 상징적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SMR과 대형 원전, 가스터빈과 해상풍력을 동시에 아우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행보는, 한국 에너지 산업이 단순 소비국을 넘어 공급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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