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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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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효율’ 집단에너지, 재생에너지의 희생양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2 14:19

열공급 안정성 보장해온 ‘자기제약 입찰’…당국 “유연성 저해” 이유로 축소 추진
업계 “일일 SMP에 이미 반영된 자기제약을 또 차감?…정산원칙 위배” 지적
12월 4일 규칙위서 본격 논의…“시장 원칙 vs 계통 안정성” 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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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챗GPT 생성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는 다른 에너지 시스템보다 효율이 20~30% 높아 현존 최고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스위스,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 중심으로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살리려 집단에너지 죽이기에 나섰다. 발전 및 계통시장에서 집단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발전업계 및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를 제약하면 발전 및 열 공급 시장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특정 에너지원 밀어주기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추진 중인 '모든 발전기의 자기제약 입찰 최소화' 규칙개정안이 최근 규칙개정 실무협의회를 통과했다.


전력거래소는 오는 4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포함한 총 12건의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전력시장 정산원칙에 위배된 처사이자 열공급 특성을 무시한 제도 개편"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전력당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공급 안정성 보장해온 '자기제약 입찰'…당국은 “유연성 저해" 이유로 축소 추진

열병합발전기는 지역난방·산업단지 등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열을 공급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전력거래소의 기동 요청 여부와 무관하게 스스로 발전량을 제출할 수 있는 자기제약(Self-constraint) 입찰이 허용돼 왔다.




이는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열공급의 필수성, 기온 및 외부수열 변동성, 시간대별 열수요 예측의 어려움을 반영한 제도적 장치다.


또 자기제약 입찰은 결과적으로 발전비용이 0원(kWh)으로 간주돼 전력도매가격(SMP)을 낮추는 효과도 있어, 계통 및 소비자 측면에서도 순기능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전력당국은 이 제도가 계통 운영에 예측 불확실성을 준다는 이유로, 모든 발전기의 자기제약 입찰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일 SMP에 이미 반영된 자기제약을 또 차감?"…정산원칙 위배 지적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전력시장 운영의 근간인 단일가격정산(SMP)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라고 비판한다.


현재 하루전 시장에서는 계통제약, 자기제약 등 모든 조건을 반영해 SMP가 산정된다.


즉 이미 가격에 반영된 자기제약을 사후에 '과다 기동'처럼 간주해 정산금을 또 감액하는 것은 중복규제이자 SMP보상 원칙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한 전력전문가는 “해외 어느 국가에서도 시장가격 이하로 정산하는 구조는 없다. 전력 계통 사정이 엄중하다고 해도 시장원칙 위배는 명백하며, 법적 분쟁 위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사실상 변동비 이하만 보상하고 SMP 보상은 제한하는 '상한제 유사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열병합 특성 외면…패널티 규정까지 더해 “옥죄기 일변도"

업계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거래소는 자기제약 축소뿐 아니라 열공급 제약 발전기에 대한 입찰 정확도 패널티 부과 규칙 개정도 함께 제출해, 집단에너지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집단에너지 관계자는 “열수요는 기온 외에도 외부수열 공급량 등 변수가 많아 예측 난도가 전력보다 훨씬 크다. 안정적 열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제약을 하는 것이 현실인데, 초기입찰부터 이를 '최소화하라'는 건 시스템을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미 집단에너지사는 봄·가을 경부하 기간에 전력거래소 요청에 따라 오전 11시~오후 3시 자기제약 최소화 등 계통안정화 조치에 적극 협조해왔다.


“선진국은 열병합에 인센티브 주는데…한국은 반대로 가"

해외 주요국은 분산전원·열병합(CHP)의 계통 기여도를 인정해 분산편익 보상, 계통지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계통 유연성 확보를 명분으로 규제만 강화하는 '채찍 위주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열병합발전은 계통 혼잡 완화, 송전손실 절감, 전력·열 통합공급 등 분산편익이 큰데 우리나라는 이런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규칙으로만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면 사업자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보상·인센티브'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월 4일 규칙위서 본격 논의…“시장 원칙 vs 계통 안정성" 충돌 불가피

전력거래소는 오는 4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자기제약 축소안, 입찰 정확도 패널티 안을 포함한 12건의 개정안을 상정한다.


발전업계는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열공급 안정성 저해, 전력시장 왜곡, 집단에너지사의 경영위험 증가, 정산체계 혼선 등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전력당국이 계통 유연성 확보와 시장원칙 준수, 열공급 안정성 보장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조율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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