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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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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방 소멸 시대, 봉화군은 왜 유튜브에 주목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5 09:08

'쇼츠부터 다큐까지'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공공 홍보 실험


'쇼츠부터 다큐까지'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공공 홍보 실험

▲봉화군 공무원다큐 - 예산극장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유튜브와 SNS가 생활의 일부가 된 시대, 공공기관의 홍보 방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제2의 충주맨'을 꿈꾸며 영상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인구 3만의 농산촌 지역 봉화군이 예상 밖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장비나 유명 인플루언서 의존이 아닌, 지역의 일상과 공무원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낸 것이다.


봉화군의 영상 실험은 단순한 홍보 전략을 넘어 “지역이 가진 진짜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봉화군은 다른 지자체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행보다 사람'…봉화군 영상 실험의 첫 번째 원칙




봉화군 영상 실험의 첫 번째 원칙

▲공무원 다큐 촬영 현장

봉화군은 노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빠른 트렌드만 좇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대신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짧고 직관적인' 콘텐츠로 방향을 잡았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쇼츠(Shorts) 영상이다.


지난 4월 공개된 '공무원의 가요톱텐 무대-홍보가 기가 막혀'는 그 출발점이었다.


그저 재미있는 실험으로 시작한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각 세대를 넘나드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웃음 코드가 아닌, 공무원과 군민이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영상의 기획자 오혜진 주무관은 “트렌드를 잘 알지 못해 오히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봉화군의 유튜브가 조금 더 친근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댓글에는 “봉화를 처음 알았다", “영상이 매력적이다"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지역 홍보의 핵심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심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요즘 공무원 브이로그? 봉화군은 다큐를 택했다


요즘 공무원 브이로그? 봉화군은 다큐를 택했다

▲정재헌 공보팀장과 오혜진 주무관

공공기관 유튜브 채널이 흔히 선택하는 방식은 브이로그 형식이다. 공무원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하루를 소개하며 친근감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봉화군은 최근 또 다른 시도를 꺼내들었다. 바로 '다큐멘터리 포맷'이다.


최근 공개된 '공무원 다큐' 시리즈는 예산팀의 실제 업무 과정을 따라가며 1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확정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고 느끼던 군민들에게는 “군청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고, 직원들에게는 “우리 업무를 군민에게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이 됐다.


복잡한 군정 과정을 카메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봉화군의 접근은 타 지자체 콘텐츠와 명확히 구별된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시각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협업이 만든 시너지…지자체·유튜버와 손잡다


협업이 만든 시너지…지자체·유튜버와 손잡다

▲청량산수원캠핑장 홍보 영상 촬영 현장

봉화군의 콘텐츠 실험은 지역을 넘어 외부 협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우호도시인 수원특례시와 공동 개장한 캠핑장은 두 지자체가 만들어낸 대표적 상생 모델이다.


봉화군 공보팀과 수원시 영상홍보팀은 직접 현장을 누비며 쇼츠 영상을 제작했고, 해당 영상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이끌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협업 이후 다른 지자체들로부터 “같이 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작은 군 단위 지역이 타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 외연을 확장한 대표 사례다.


봉화군은 지역 축제 홍보에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은어축제·송이축제 등 대표 행사 현장을 인플루언서와 함께 소개하며 관광 이미지 강화에 나섰다.


축제 분위기뿐 아니라 지역 먹거리, 관광지, 구독 이벤트까지 묶으며 콘텐츠 하나로 '봉화군 종합 안내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조회수 확보를 넘어 실제 지역 방문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냈다.


▲효과는 숫자로 증명…“봉화다움이 통했다"


효과는 숫자로 증명…“봉화다움이 통했다

▲홍보가 기가막혀 쇼츠 영상

봉화군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1년 사이 1000명 이상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재밌다"는 반응이 아니라, 봉화군이 구축해온 '독자적인 채널 색깔'에 대한 호응이 쌓인 결과다.


시청자들은 댓글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나도 영상에 참여하고 싶다"고 반응하며 스스로 콘텐츠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오혜진 주무관은 “트렌드는 금방 바뀌지만 지역의 이야기는 오래간다"며 “봉화군만의 방식으로 군민과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헌 공보팀장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유튜브 운영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며 “내년에는 다시 새로운 형식과 기획으로 봉화의 매력을 보여주는 실험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봉화군 모델'이 던지는 질문...공공 홍보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봉화군 모델'이 던지는 질문

▲봉화군 유튜브 화면

봉화군의 사례는 명확한 해답 하나를 보여준다.


“홍보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며, 지역의 진심이 콘텐츠를 만든다."


화려한 유명인, 고가 장비가 없어도 지역의 일상, 공무원의 진짜 업무, 군민과 연결되는 이야기만 있으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봉화군의 유튜브 실험은 작은 농산촌 지역도 SNS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지, 지자체 홍보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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