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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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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지는 중고 시장…쿠팡·네이버·무신사에 백화점까지 뛰어들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06 14:40

■ [진화하는 리커머스, 新 수출동력으로] (上)
단순 되팔기→리셀·리퍼비시 포괄 ‘리커머스’로 개념 확장
대형 유통업체 참전…중소 C2C 기업 중심서 지각변동 예고
수출 산업 존재감 각인…K콘텐츠 기반 한국산 굿즈 수요↑

과거 소비절약 성격이 짙던 중고거래가 생활문화의 발전과 함께 새 전환점을 맞았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의 등장과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 이후 고도화된 전문 온라인 플랫폼의 출현으로 소비층과 취급 품목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고거래에서 파생된 리셀(Resell)·리퍼비시(Refurbish) 상품 등을 포괄한 '리커머스(Re-Commerce)' 사업으로 개념을 확장하면서, 신(新) 이커머스 모델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붐을 원동력으로 국내와 해외 소비자를 잇는 역직구 창구로 변모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국내 대표 업체들의 리커머스 사업 현황을 살펴보고,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 과제와 정책적 제언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오는 12월 6일까지 현대백화점이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6층에서 진행하는 중고 의류 매입 서비스 '바이백' 팝업 매장 관련 이미지. 사진=현대백

▲오는 12월 6일까지 현대백화점이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6층에서 진행하는 중고 의류 매입 서비스 '바이백' 팝업 매장 관련 이미지. 사진=현대백화점

중소규모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주도로 굴러온 중고거래 시장이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들도 뛰어드는 거대한 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 중고품을 사고팔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한정판·협업상품 등을 중심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국경을 가로지르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서 'K-리커머스'로의 성장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헌 제품을 취급하는 중고거래 특성상 한때 '남이 쓰던 제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에는 지출을 줄인다는 경제적 가치는 물론, 환경보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불황형 소비 흐름 속 희소성 있는 빈티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점도 구매 매력도를 올리는 데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중고 의류·명품·반품 특화 서비스 본격화…기존 앱과 시너지

지난 8월 30∼31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4에서 열렸던 무신사의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 플리마켓 팝업 모습. 사진=무신사

▲지난 8월 30∼31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4에서 열렸던 무신사의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 플리마켓 팝업 모습. 사진=무신사

이 같은 상황에서 올 들어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 3강 체제로 굳혀졌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대형 플랫폼 업계다. 빈티지 의류·명품·반품 제품 등 특정 품목에 특화된 카테고리를 신설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시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도 주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쿠팡과 네이버다. 쿠팡은 자체 명품 버티컬(특화) 서비스인 '알럭스'에 2023년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연동해 올 8월부터 '프리오운드'라는 중고 명품 판매를 본격화했다. 더불어 쿠팡은 2023년 3월부터 운영 중인 반품제품 전문관 '반품마켓'으로 리퍼비시(재제조·리퍼) 수요까지 동시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리셀(되팔기) 플랫폼 '크림'은 올 8월부로 '중고 탭'을 신설하며 빈티지 사업 확대에 힘주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한정판 중심의 새 의류·패션잡화 상품을 되파는 거래만 가능했지만, 현재는 중고 명품·리퍼비시 전자제품까지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크림은 지난해 8월 자회사 팹(PAP)의 중고 명품거래 플랫폼 '시크'가 판매하는 중고 럭셔리 제품을 앱 내 연동하는 방식으로 관련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다. 이후 시장성 검토를 거쳐 카테고리 개편 후 접근성 강화에 나선 것이다.




무신사도 올 8월부터 중고 특화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운영 중이다. 2023년부터 운영해 온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이 특정 브랜드에 한해 거래가 가능한 반면, 유즈드는 입점 여부와 무관하게 의류 상품 거래를 지원한다.


중고 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 창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통적으로 프리미엄을 추종하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현대백화점은 올 7월부로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바이백' 서비스를 출시했고, 같은 달 롯데백화점도 중고 옷을 멤버십 포인트로 바꿔주는 '그린리워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 43조원 성장 전망, 한류 붐에 K리커머스 관심도 '쑥'

지난 9월 20∼21일 서울 노들섬에서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운영한 '2025 번개 플리마켓 페스티벌' 전경. 사진=번개장터

▲지난 9월 20∼21일 서울 노들섬에서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운영한 '2025 번개 플리마켓 페스티벌' 전경. 사진=번개장터

리커머스 산업을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21년 24조원이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올해 2배 수준인 43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잠재 수요는 더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거래액은 3조6600억 달러(약 527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5년 간 매년 6.29%의 성장률을 지속하며 오는 2030년 4조9600억 달러(약 715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관련 제품을 찾는 글로벌 수요도 갈수록 높아지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K콘텐츠를 알리는 전략적인 수출 창구로서 리커머스 산업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업체들 가운데 당근·번개장터·네이버가 글로벌 C2C 시장 공략에 관심도가 높은 대표 기업들로 꼽힌다.


실제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는 인기 카테고리로 K-팝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캐로셀'도 K웨이브 코너를 별도로 선보이고 있으며, 유럽 최대 리커머스 플랫폼 빈티드에서는 한국 브랜드의 패션 제품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리커머스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리커머스 제품은 K-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한국에서만 구입해야 하는 제품들이 많다. 그래서 K-리커머스의 차별점으로 국경 간 거래를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며 “K-리커머스 제품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로는 K-문화 인기는 물론, 품질과 신뢰도에서 경쟁력이 높아서다. 한국인은 제품도 정품으로 구매하고, 관리를 잘 한다는 인식이 해외 소비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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