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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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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싱 랠리 속 ‘위험한 베팅’에 빠진 韓…외신이 진단해보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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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주식, 금, 비트코인 등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고위험 투자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이 주목해 관심이 쏠린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가상자산 등 위험한 상품에 자금이 쏠리면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1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 코인 등 고위험 자산에 몰리고 있다"며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거나 한 종목에 '올인'하는 식으로 투기적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1억4000만원 규모의 자금으로 한 종목만 보유하는 34세 투자자를 소개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허세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에선 수익과 위험을 추구하는 탐욕의 한 예시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상승 모멘텀을 쫓아 고수익을 노리는 개미들의 행태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내 마진론(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최근 5년 새 3배 이상 증가했고, 개미들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레버지지 ETF 전체 시장의 40%를 정도로 고위험 상품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개미들이 글로벌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달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3위가 ICE 반도체 지수 일일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 였고 테슬라 주가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ETF가 뒤를 이었다. 다만 이들의 매도액이 매수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성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도 급증했다. 거래대금은 코스피 거래대금의 80%에 해당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한국에선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알트코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하루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거래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글로벌 거래소들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하이리스크·하이리턴에 더욱 몰리는 배경엔 주택 마련에 대한 절박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대출 규제 등의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점이 개인투자자들의 위험추구 성향을 더욱 키웠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퇴직금을 모두 가상자산에 투자한 36세 투자자는 “내 주변 30대 중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후 시장을 떠난 이들이 있다"며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기적 행위가 개인 재산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은 물론, 경제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지난 7월 이후 국내 주요 은행에서 6주간 40조원이 넘는 예금이 인출되는 등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하자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를 장기 자산 형성 수단이 아닌 일종의 도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거품이 붕괴되면 신용경색과 소비 위축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시장 급락 시 개인 투자자의 자산 손실과 경제 충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학계에서도 투자 중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상속받는 재산이 없으면 강남 아파트는 환상에 불과하다"며 “불안이 팽배한 사회 구조 속에서 불안감이 주도하는 투자중독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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