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시간이 갈수록 명분도, 목적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달 12일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 등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시간여만에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숱한 뒷말이 나온다. 당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최고위급 회의와 유럽 금융감독당국 최고위급 면담을 위해 스위스, 독일 출장 중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그간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금융위가 이를 기습 발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번 건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불화설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금융위가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해 칼을 빼들기 전부터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과 타당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왔다. 금감원은 올해 1월 8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했는데, 해당 검사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찬진 원장이 지난달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도 실체가 모호하다. 은행권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메시지는 쏙 빠져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금융당국의 의중을 금융사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이행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상이 불분명한 금융당국의 칼날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귀결된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만 해도,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시대에 맞춰 지배구조도 끊임없이 발전돼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금 금융지주사에 보여줘야 할 건 으름장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타당성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꽂는 식의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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