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전지성

jjs@ekn.kr

전지성기자 기사모음




한‧일 수교 60주년, 양국 정권 교체기 속 ‘관계 재설정’ 시험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05 07:00

양국 언론인·전문가 “과거사 해결·신뢰 회복·언론 역할이 열쇠”
타카이치 사나에 총리 등장, 독도·안보·경제 이슈 변수로

1

▲고하리 스스무 와세다대학 일미연구소 연구원이 9월 24일 일본 도쿄 와세다 대학에서 열린 한일언론포럼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의 평가와 현상 진단'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이 모두 정권 교체기를 맞으며 한일 관계도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 9월 24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2025 한일 언론포럼'에서는 양국의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수교 60년의 성과와 과제, 미래 협력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국의 언론인과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협상 압박 속 양국 정상이 급작스레 교체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과 상호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미래지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핵심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국교정상화 60년의 한일관계 : 파트너십의 변천과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세션 1: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의 평가와 현상 진단' △세션 2: '새로운 한일관계의 방향성과 언론의 역할'로 구성돼, 양국의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심도 있는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도 '관계 악화'는 피했지만…“여전히 갈 길 멀다"

포럼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급격한 악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올해 초만 해도 일본 언론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양국은 8월에 이어 9월 30일 열린 정상회담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하며 관계 안정세를 이어갔고, 관광·민간교류 분야에서도 상호 방문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대미 관세 협상, 동아시아 안보 이슈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도이 언급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기조 속에서 한일 양국의 실질적 정책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관세 협상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에너지 안보 대응, 북핵·중국 문제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협력 여지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일 경제관계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이 분석됐다.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산업 협력 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한 가운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도 양국 관계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인식 개선과 공공외교 중요"…언론 역할 강조, “새로운 한일 관계, 지금이 분수령"

전문가들은 “한일 수교 60주년은 과거를 돌아보는 기념의 해이자, 향후 100년의 관계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모두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양국 관계를 제도적·정책적으로 재설정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1

▲9월 24일 일본 도쿄 와세다 대학에서 열린 한일언론포럼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양국 전문가들은 관계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 및 신뢰 증진을 꼽았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의 공공외교 정책과 함께 언론의 건전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신뢰 증진이 관계 개선의 핵심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토론자들은 “공공외교 정책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과 함께, 양국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보도를 통해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영토 문제, 국내 정치 변수 등 난제가 산적한 만큼, 언론과 시민사회, 정부 모두의 장기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단기적 이벤트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60년을 넘어 100년을 준비해야"...타카이치 신총리 등장은 변수

전문가들은 수교 60년을 맞은 한일 관계가 '관계 안정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과거사 문제 해결, 공공외교 강화,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 전략산업 및 안보 협력 등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일언론포럼의 한 참석자는 “이제는 60년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기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4일 일본 총리 선거에서 타카이치 사나에가 새 총리로 선출되면서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타카이치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독도 영유권, 역사 문제, 자위대 활동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로 인해 향후 한일관계의 개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타카이치 신총리 체제에서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더라도, 과거사 문제와 안보·영토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타카이치 신총리가 어떤 대한(對韓) 정책 기조를 취하느냐가 향후 1~2년간 한일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뢰 구축과 협력 강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