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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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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복지예산’은 거짓말?…서울시, 3년째 수천억 불용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05 07:00

작년 서울시 복지예산 집행잔액 일반회계 전체 분야 중 최대

2022~2024년 3년 연속 수천억 원대 불용액, 집행률 저조 흐름 고착

결산검사위 “사업계획 변경·수요 추계 미흡…편성·집행 전반 적극 관리 필요”

“복지사업비 과다 편성·추경 재원 확보 의혹…법치주의·재정 신뢰 흔들”


서울시청 전경

▲서울시청 전경. 사진=서예온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사상 최대 복지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로 쓰지 못한 돈이 28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 분야가 전체 일반회계에서 집행잔액(불용액) 1위를 차지했고, 이런 대규모 불용액은 최근 3년 연속 수천억 원 규모로 이어졌다.


서울시의회 결산검사위원회가 공개한 '2024회계연도 서울시 결산검사의견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일반회계 예산현액은 34조 5026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복지 분야 집행잔액은 2800억 원으로, 예산현액 대비 2.1%에 해당한다. 전체 일반회계 불용액 6787억 원 가운데 단일 분야 최대 규모다. 결산검사위는 불용액 발생 원인으로 사업계획 변경, 집행 지연, 수요 추계 부실 등을 꼽았다. 이는 곧 계획한 복지 서비스가 제때 실행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수천억 원대 복지 분야 불용액이 최근 3년 연속 반복됐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불용액은 2022년 2240억 원(1.8%), 2023년 3073억 원(2.4%), 2024년 2800억 원(2.1%)으로 매년 대규모로 발생했다. 이는 오세훈 시장이 '사상 최대 복지예산'을 강조해온 기조와 뚜렷한 괴리를 보여준다.


실제 오 시장은 2023년 11월 2024년도 예산안 설명회에서 “재정 상황이 어려워도 약자와의 동행 예산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총예산이 줄었지만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3025억 원을 늘린 13조 5125억 원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장애인 복지예산 1조 6363억 원을 “역대 최대"라고 별도 홍보하며, 대중교통 이동편의 지원·복지콜 서비스·거주시설 개선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수천억 원대 불용액이 반복되면서 홍보와 집행 사이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 예산의 특수성을 들어 불용액 발생을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지사업의 상당수가 국고보조 매칭사업이어서 중앙정부의 최종 교부액이 줄면 지방비 매칭분도 줄어 불용액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요 추계가 어려운 점도 불용액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그




그러나 3년 연속 반복된 대규모 불용액을 단순한 구조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은 “국고보조사업 특성상 중앙정부 보조금이 줄면 지방비 매칭분도 따라 줄어 일부 불용액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수천억 원대 불용액이 3년째 이어지는 것은 단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일부 불용액은 제도 구조상 불가피하더라도, 이처럼 반복적으로 대규모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 위원은 특히 “복지사업비를 과다 편성해 추경 재원으로 남기거나, 복지 확대를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산 편성과 집행 전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복지 대상자 발굴 등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숫자 부풀리기식 예산 편성보다는 실제 수요를 반영한 집행력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치주의와 재정 민주성 차원에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복지예산은 시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공적 약속인데, 반복적으로 집행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공언한 복지 규모가 왜곡된다"고 말했다. 예산이 '약속'이라는 점에서 집행하지 않은 채 남겨두면 시민 입장에서는 속은 셈이 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또 “불용액을 기관장이 재량적으로 운용하거나 예비비로 단순 이월하는 것도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수요 추계 검증, 집행 가능성 평가, 분기별 집행계획 의무화 등 사전 검증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편성과 집행 모두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만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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