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의 점유율이 확대되며 영국 파운드화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이 30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 비중이 8.5%로 집계됐다. 이는 3년전 조사 결과 당시 7.0%에서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외환 거래는 통화 국제화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 중 하나로 꼽힌다.
BIS는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은행과 기타 딜러의 외환거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3년마다 보고서를 낸다.
위안화 시장 점유율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2013년 보고서에는 위안화 점유율이 2.2%에 불과해 세계 9위에 머물렀으나, 2016년에는 멕시코 페소화를 제치고 8위로 올라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통화가 됐다. 2019년에는 위안화 점유율 순위가 8위를 유지했지만 2022년에는 5위로 3단계 상승했다.
올해 보고서에도 위안화 순위는 5위로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4위인 영국 파운드화 점유율이 3년전 12.9%에서 10.2%로 축소되면서 위안화와 격차가 좁혀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차이나 인터내셔널 캐피탈의 먀오 얀리앙 수석 전략가 등은 투자노트를 통해 위안화 기반 안전자산 공급이 확대되고 원자재 결제에서 위안화 활용이 늘어나면 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화의 지배력에 균열을 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일부 자본 규제를 완화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패권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BIS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 달러화의 거래 점유율은 89.2%로, 직전 보고서인 88.4%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달러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유로화는 2022년 30.6%에서 올해 28.9%로 줄었고 일본 엔화는 16.8%로 변동이 거의 없었다. 스위스 프랑화 점유율은 2022년 5.2%에서 올해 6.4%로 증가해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를 제치고 6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올해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에 대해 엇갈린 지표가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국가결제망 스위프트(SWIFT)에 기록된 거래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2.9%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4.7%)과 비교하면 SWITF에서 위안화의 사용량이 더 감소한 것이다.
한편, BIS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지난 4월 일평균 글로벌 외환 거래는 9조6000억달러(약 1경3500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년 전 같은 달(7조5000억달러)과 비교해 28% 급증한 수준이다.
BIS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 발표에 따른 외환 변동성 확대와 거래 급증"을 원인으로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환 시장이 글로벌 변동성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고, 은행 간 장외거래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월간 거래의 가장 큰 비중은 여전히 외환 스와프가 차지했다. 일평균 거래 규모가 4조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BIS는 외환 스와프를 통화 시장과 국채 시장 사이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채 시장이 더욱 국제화된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는 한 국가의 국채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국가로 매우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선물환의 외환 시장 점유율은 3년 전 15%에서 19%로 상승했다. 환율 변동 헤지의 또 다른 수단인 외환 옵션 거래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해 거래량의 7%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