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경련·고열·화상·골절·실신 등 빨간불
섣부른 응급처치보다 119 부르는 게 상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응급실 배우리 교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아플지 몰라 불안해하기 쉽다. 특히 아이가 주거지가 아닌 명절에 방문한 새로운 지역에서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부모의 불안과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당황하기 쉽다. 하지만 이럴 때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119에 연락하고 가까운 소아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영유아가 소아 응급실을 찾는 주요 원인은 발열, 복통, 구토 등 소화기 증상,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 순이고, 손상으로는 낙상, 운수사고, 부딪힘, 중독이나 화상 순으로 빈번하다.
발열의 대표적인 원인은 바이러스 또는 세균 감염이고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 종양이다. 발열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폐렴, 모세기관지염, 위장염, 수족구병, 구내염, 뇌수막염, 요로감염 등이다.
발열은 직장 체온 38℃ 이상인 경우다. 직장 온도가 가장 정확하나 검사 방법의 불편함 때문에 최근에는 고막 체온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고막 체온측정을 위해서는 탐침이 귓구멍에 충분히 삽입되어 감지기가 고막과 마주 되어야 한다.
열이 날 때에 경련이 동반되는 '열성 경련'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열성 경련은 15∼30분 이상 지속되면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그 외에 3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38℃ 이상의 발열이 있는 경우, 발열과 함께 아이가 축 늘어져 활기가 없을 때, 발열이 4∼5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영유아라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 발열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발열 외에도 아이가 갑자기 쌕쌕거리며 숨쉬기 힘들어할 때, 얼굴이나 입술이 푸르게 보일 때, 자다가 깰 정도의 심한 복통, 두통, 등의 증상이 있을 때, 계속 처지거나 의식 저하가 있을 때, 흉통이나 가슴 두근거림이 지속될 때, 반복적으로 경련 발작이 있을 때이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적은 양의 수분 부족만으로도 쉽게 탈수가 발생한다. 잘 먹지 못하여 탈수가 발생하면 쳐지는 모습을 보이며 소변량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구강이나 혀가 마르고, 피부색이 창백하거나, 심한 경우 체중 감소도 동반될 수 있다. 아이가 무언가 마실 수 있는 상태라면 물이나 경구용 수액제제를 소량씩 자주 마시도록 한다.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주스나 이온 음료의 당 성분이 저혈당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명절에는 다양한 음식과 환경 변화, 장거리 이동 등으로 인해 소화불량, 알레르기, 안전사고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성묘에 갔다가 벌레에 물려 침이나 독이 남아있으면 제거하고, 호흡곤란 또는 얼굴이 창백할 경우 바로 119에 연락한다. 야외에서는 아이를 직사광선이나 차 안에 방치하지 말고, 얼굴이 붉어지고 축 처지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을 조금씩 마시게 한다. 아이가 낙상이나 사고로 다쳤을 때, 골절이나 목 또는 허리 부상 등이 의심되면 움직이게 하지 말고 119에 연락한다.
대가족이 모여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 음식이나 다른 이물질이 아이의 목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음식은 잘게 썰고 천천히 먹이며, 아이가 움직이거나 웃으며 먹지 않도록 지도하여 예방한다. 만약에 음식이나 다른 이물질이 아이의 목에 걸렸을 때에는 신속하게 기도를 확보하는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가장 중요한데, 자신이 숙지하지 못했거나 불안하다면 신속하게 119에 연락하여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1세 미만 영아는 아이 얼굴이 아래로 가도록 팔에 엎드리게 하고, 손바닥으로 어깨뼈 사이를 5회 두드리고, 이후 아이를 바로 누인 후 양쪽 젖꼭지 선보다 약간 아래 부위를 두 손가락으로 5회 빠르고 강하게 눌러준다. 이 두 동작을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1세 이상 소아가 말을 할 수 없거나 숨을 쉬지 못하면 하임리히법(복부 밀어올리기)를 한다.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쪽 주먹을 쥐고, 그 위에 다른 손을 얹어 배꼽과 갈비뼈 사이에 대고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밀어 올리는데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필요시 환자의 등을 앞으로 숙이게 하여 등을 두드리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다. 아이 입속 이물질이 보일 때만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빼내고, 보이지 않으면 억지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응급실 방문 후 집에 돌아온 뒤에도 아이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에게 받은 처방약이나 치료 지침을 정확하게 따르고, 약 복용 시간과 용량을 지켜야 하며, 소아의 증상이나 상태 변화를 기록해 두면 추후 진료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축 처지거나, 의식이 흐려짐, 경련, 반복되는 구토, 호흡 곤란, 경련 발작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다시 병원을 방문한다.
특히 △3개월 이하 영아가 열이 날 때 △반복되는 구토로 물이나 음식을 먹지 못하여 소변을 8시간 넘게 보지 않아 탈수가 의심될 때 △ 호흡곤란·청색증(입술이 파래짐)을 보일 때 △경련 발작을 보일 때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거나, 복통과 함께 창백함·축 처짐·반복 구토·피가 섞인 대변이 동반될 때 △외상·골절·머리손상으로 의식 저하·계속되는 두통·구토·경련 등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연휴 전 방문할 지역의 응급실, 당직의료기관 연락처와 위치를 미리 확인하면 빠르게 대처하는데 유용하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대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믿고, 약 복용 및 위험 징후 등을 잘 숙지하는 것이 위급한 상황으로 악화되는 상태를 막고, 아이가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