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카드론이 축소되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3개월 연속 줄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사금융 근절을 목표로 하는 정부가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카드사 잔액은 총 42조4483억원으로, 5월(42조6571억원)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기록' 이후 감소…금융당국 규제 강화 영향
카드론은 신용카드사 및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체결한 은행에서 추정 소득·신용도·카드 이용실적 등을 토대로 대출을 받는 것으로, 소상공인과 중저신용자들이 일명 '급전'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올 2월에는 역대 최고 기록(42조9888억원)을 세운 바 있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어든 차주, 리스크 관리에 나선 은행, 수익원을 늘리려는 카드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셈범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가산금리 1.5%포인트(p) 적용 등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론 규모도 영향을 받고 있다.
연체율(대환대출 포함)이 지난해말 대비 0.11%p 상승하면서 2014년말 이후 정점에 이른 점도 언급된다. 카드사로서도 대손비용 확대를 비롯한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심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카드론을 줄이기 어렵다는 반론이 맞선다. 가맹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이미 절반에 달하는 카드사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카드론 수익이 가맹점 수익을 추월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사 8곳의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11억원 감소한 반면, 카드대출수익은 2686억원 증가했다. 연체율 부담에도 카드론 의존도를 높일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연체율 등 건전성 부담에도 카드론 확대
카드론이 줄어든 곳보다 늘어난 기업이 더 많았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카드의 경우 5월 6조7000억원을 넘었던 잔액이 6월과 7월 6조5000억원대로 낮아진 데 이어 8월에는 6조4462억원으로 축소됐다. 전체 수치 하락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5조671억원에서 4조9611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앞자리'가 바뀌었고, BC카드도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는 6조5000억원에서 6조5491억원으로 확대되면서 KB국민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5조9358억원) 역시 소폭이지만 증가세다. 업계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유지하는 양사는 다른 기업들 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이 중 삼성카드는 리스크 모니터링을 토대로 잔액과 연체율을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중위권에서도 카드론 확대가 우세하다. 우리카드는 4조839억원에서 4조1473억원, 하나카드는 2조8615억원에서 2조9162억원으로 늘어났다. 양사 모두 연체율은 높은 편이지만, 비용 효율화 등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린 기세를 이어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른 기업들은 '현상유지'를 택한 모양새다. 신한카드는 8조3000억원을 오가고 있다. 카드론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추가적인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카드(5조9123억원→5조9358억원)의 증가폭도 크지 않다. 영업수익·회원수를 비롯한 지표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업계에서 가장 낮은 연체율을 기록 중인 '항로'를 바꿀 필요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NH농협카드도 3조1000억원대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허브'로 불리는 카드사들이 중저신용 고객들을 외면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중금리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