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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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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하루 이자만 120억원…내년엔 전기요금 오르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23 11:19

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로 4분기 요금 동결, 한전 재무상태 고려
한전 이익 내고 있지만 총부채 206조원, 하루 이자만 120억원 이상
이재명 대통령 전기요금 인상 시사로 내년부터 오를 가능성 커져
대한상의 조사 “요금 오르면 자가발전 도입하거나 해외 이전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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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한전은 최근 연료단가 하락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내년에는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오르게 되면 산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22일 “연료비조정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은 현재 수준에서 동결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은 직전 3개월간의 유연탄·LNG 가격 변동을 반영해 분기별로 조정되며, ±5원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한전은 최근 연료비 가격 동향을 반영해 이번 4분기 산정치를 -12.1원/kWh로 제시했지만,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위기와 전력량요금 미조정분 등을 고려해 +5원 유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상한치가 적용된다.




이번에 동결된 것은 연료비조정단가와 함께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전력량요금 등 다른 요금 항목은 언제든 인상될 수 있어, 4분기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편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 46조1741억원, 영업이익 5조88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131% 증가한 호조를 보였다. 당기순이익도 3조53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98.1%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상반기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2323억원, 부채율은 472.3%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한전이 최근 견조한 이익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막대하게 쌓인 부채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한전은 2022~2023년 러-우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을 때 전기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고 이를 흡수하면서 막대한 부채가 쌓이게 됐다.


이 부채를 빠르게 줄이지 못하면 한전이 거둔 이익의 상당분은 부채 이자로 빠져 나가게 된다. 올해 한전의 이자비용은 4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루에만 120억원가량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을 추가적으로 올려 한전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책과 에너지 정책을 토의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권한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임무를 맡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산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가 인상돼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00년 이후부터 2024년 12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이 42% 오르는 동안 산업용 요금은 227% 인상됐다. 산업용 요금은 성장의 원천인 기업의 역할을 고려해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되고, 우리나라도 과거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낮았지만 2000년 이후 총 24차례 인상에서 산업용 위주(19차례)로 올라 2023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 전기요금을 역전했다. 2023년 4분기, 2024년 4분기 요금인상에서도 산업용만 2차례 인상해서 역전현상이 더 커졌다.


주요국을 살펴보면 산업용 요금은 주택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전체 용도별 요금 중에서 가장 높다. 특히,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은 미국, 중국보다 높고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비중이 우리(29.9%)보다 2배 더 높은 프랑스(64.2%)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대한상의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과 전력시스템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요금이 높아짐에 따라 자가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등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방안을 시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이 11.7%, '지금은 아니나 요금이 더 오른다면 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27.7%로 나타났다.


또한 '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3.0%가 재검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있다'는 기업이 19%, '없다'는 8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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