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경북 포항 앞바다 심해에서 대왕고래 구조 시추를 진행한 웨스트 카펠라호. 사진=한국석유공사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 없음이 최종 확인됐지만, 그렇다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복수의 외국업체들이 석유가스 발견에 희망을 걸며 석유공사의 투자유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지분참여) 입찰을 19일 15시에 마감했으며, 개찰을 통해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륙붕 개발업자인 석유공사는 지난 3월 동해 4개의 해상광구에 대한 투자유치 입찰을 개시했다. 이후 잠재 투자사의 입찰 기간 연장요청에 따라 입찰 기간을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입찰 마감에 따라 투자유치 자문사인 S&P Global을 통한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합한 투자자가 있을 경우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측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세부 계약조건에 대해 협상을 거쳐 조광권 계약 서명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는 입찰 참여사 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찰 참여 업체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 7개 유망구조 중 하나인 대왕고래 구조 시추를 통해 취득한 시료에 대해 전문업체인 Core Laboratories를 통해 2월말∼8월말까지 약 6개월간 정밀분석을 수행했다.

▲대왕고래 구조 시추결과. 자료=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는 동해심해 가스전(그림)의 4개 광구에 대해 투자유치 입찰을 실시한 결과 복수의 외국업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자료=한국석유공사

▲우리나라 동해의 심해 구조와 울릉분지. 자료=한국석유공사
정밀분석 결과, △사암층 약 70m △덮개암 약 270m △공극률 약 31% 등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지하구조 물성을 확인했으나, 가스성분이 열적기원 가스가 아닌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밝혀졌고, 가스분포도도 예상한 50~70%보다 훨씬 낮은 6.3%로 밝혀졌다. 결국 회수 가능한 가스를 발견하지 못해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향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그간의 탐사 및 이번 시추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성사시 공동 조광권자와 함께 유망성평가, 탐사 등 사업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 자원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동해심해 가스전 사업의 탐사자원량은 35억~140억배럴이다. 총 7개의 유망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유망한 대왕고래 구조에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첫 탐사시추를 진행한 결과 경제성 없음이 판명났다.
이재명 정부는 처음부터 이번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만큼 추가 시추비용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1차 시추 때 석유공사 505억원, 정부 505억원 등 총 1010억원의 비용을 조달하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505억원 중 497억원을 삭감하면서 석유공사가 다른 사업예산으로 시추비용을 메꿔 진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추예산 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석유공사도 추가 비용을 내놓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외부 투자 참여사들이 비용을 분담하는 규모에 따라 이들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진행 중인 울릉 분지는 지질학적으로 석유와 가스가 형성되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과성 있는 사암층과 이를 덮고 있는 이암 덮개암이 존재해 석유와 가스를 함유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구조로 확인된 상태이다.
개리 파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심해 환경은 석유와 가스가 생성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김기범 부산대 교수는 울릉분지가 수리남-가이아나 유전이나 이스라엘 레비아탄 가스전과 지질적으로 유사한 비활성 대륙주변부에 위치해 있어 산화되지 않은 퇴적물이 쌓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