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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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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바캉스’ 무리했나…눈·귀·척추·생식기에 ‘염증·통증’ 주의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2 21:01

■ 이례적 무더위…휴가 끝 후유증 증상과 대처

두피 염증, 각질·비듬에 근질근질…탈모증 징조

단골 눈병 '결막염' 악화 시 각막 손상·시력 저하

귀 붓고 통증 '외이도염'…방치하면 중이염 위험

부적절 성관계 '부메랑'…성병 검사 꼭 받아봐야

척추피로증후군, 하루 종일 누워 쉬는 것은 금물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가 환자의 눈 상태를 보고 있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가 결막염 환자의 눈 상태를 보고 있다.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바캉스(휴가) 후유증은 휴가 중 불규칙한 생활과 과음·과로, 찜찜한 행동, 과도한 자외선과 온열환경 노출 등으로 인해 피로, 무기력, 수면장애, 피부 말썽(트러블), 알레르기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에 각종 인체 질병이나 '얄미운 나비 같은' 증상마저 겹친다면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잘 놀고 푹 쉬고 와서 병원을 들락거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과 귀는 여름철 휴가 후 질병이 가장 빈발하는 곳이다. 귀는 겉귀(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외이(도)염, 눈은 크게 각막염과 결막염이 단골 메뉴다.


외이도염의 주요 증상은 부기, 통증, 가려움증, 난청, 발열 등으로 통증은 귓바퀴를 잡아당길 때 심해진다. 귓구멍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오르면서 피부에서 진물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더 악화되면 귓구멍이 막히고 귓바퀴 주위로 염증이 전파돼 귓바퀴까지 빨갛게 된다. 물놀이나 수영뿐만 아니라 샤워 후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귀지를 제거하기 위해, 혹은 가렵다는 이유로 귀를 후비거나 파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외이도염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이도염을 완전하게 치료하지 않았을 때 귓속은 곰팡이가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이 되어 고질적인 만성외이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곰팡이는 생명력이 강해 피부각질층 아래에서도 서식하므로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올라와 귀벽에 계속 염증을 일으킨다"면서 “치료는 아무 약이나 쓰면 안되고, 고름의 세균배양검사를 통해 원인이 되는 세균을 찾아내 맞는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성중이염을 앓았던 사람은 휴가 후 귀 점검이 필수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가 귀 속 상태를 보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가 외이도염 환자의 귀 속 상태를 보고 있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눈이 간지럽고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지면 유행성 각·결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물감이나 가려움 증 등 초기 증상에 이어 점차 눈이 새빨개지고 퉁퉁 붓는 등 악화된다. 눈곱이 많이 끼고 눈두덩이 부어 오르며 진득한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강렬한 햇빛으로 검은 눈동자에 상처가 생기는 자외선 각막염도 휴가철 후 생기는 대표적인 눈 질환이다. 각막이 충혈 되고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올 수 있고 눈이 붓고 눈물이 흐르며 통증도 나타난다. 항생제 안약을 투여하고 눈 주변에 얼음찜질을 해 주면 대체로 2~3일 안에 호전된다.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는 “결막염은 방치할 경우 각막까지 염증이 번지거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전문의 진료를 꼭 받으라"고 조언했다.


◇ 취침과 기상 시간 일정하게 유지를…긴 낮잠은 오히려 나빠


강력한 자외선, 바닷물의 염분, 수영장의 염소(소독약), 불결하거나 젖은 상태 등은 두피와 모발을 손상시키는 주범이다. 여름철 두피와 모발의 손상을 방치하면 가을철 탈모가 급격히 진행된다.


손상된 모발은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주는 기능성 샴푸와 컨디셔너를 통해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다. 머리를 감을 때는 되도록 따뜻한 물을 사용하고, 샴푸거품을 풍성하게 내 모발과 두피까지 골고루 문질러 준다. 머리를 말릴 때도 헤어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쓰지 말고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20대 여성이 탈모증 증세로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20대 여성이 탈모증 증세로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테마피부과의원 임이석 원장은 “두피에 염증과 가려움증이 심하고 각질과 비듬이 많아졌거나 탈모증상이 생겼을 경우 피부과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면서 “탈모가 진행되거나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 후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탈모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 강한 자외선으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며, 각질이 일어나거나 피부가 벗겨진다면 일단 자극을 피하고 피부 진정과 수분 공급 두 가지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일광 노출에 의한 화상을 입은 경우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회복이 빠르고 흉터나 감염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 피부 진정과 피부 보습 관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에는 휴가 후 늘어난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을 줄여줄 수 있는 전문적인 미백관리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여름 휴가에서 복귀하고 나서 수면장애와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휴가 기간에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달리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원래 본인의 수면주기와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휴가가 끝나고 본인의 수면주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매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긴 낮잠은 오히려 밤의 숙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안 자도록 노력하거나 자더라도 20~3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외충격파 시술을 이용한 요통 치료 장면.  사진=정승기정형외과의원

▲체외충격파 시술을 이용한 요통 치료 장면. 사진=정승기정형외과의원

휴가 후에는 음식 관리도 중요하다. 약 일주일 정도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커피, 에너지 드링크 등을 피하고, 술은 거의 마시지 않도록 한다.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다양한 음식이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면 좋다.


◇ 매독·임질·에이즈·헤르페스 등 '잠복기 증세' 거의 없어


휴가 후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척추피로증후군이다. 척추피로증후군이란 장시간 비행기나 차량 여행, 비딱한 자세 등으로 인해 척추에 피로가 쌓이는 증상을 말한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목,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이 나타난다.


정승기정형외과의원 정승기 원장(정형외과·스포츠의학과 전문의)은 “운전자의 경우 장시간 경직된 자세로 운전했다면 휴가 후 척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척추·관절 피로 누적과 근육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면서 푹 쉬는 것이 좋지만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누워 지내는 것은 오히려 나쁘다"고 지적했다.


휴가지에서 '찜찜한' 일이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면 증세가 발생하기 전에 비뇨의학과나 병의원을 찾아 소변검사, 혈액검사, 분비물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상당수에서 '얄궂은' 성병들이 나온다.


30대 남성이 성병 검사를 받은 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윤수·조성완비뇨의학과의원

▲30대 남성이 성병 검사를 받은 뒤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윤수·조성완비뇨의학과의원

질염은 여성의 성기(질) 분비물이 증가하거나 불쾌한 냄새, 소변시 통증, 외음부 가려움증 등이 주요 증상이다. 여름철에 물 속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칸디다균으로 인한 '칸디다성 질염'에 걸리는 여성이 많다.


남성에게 흔한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감염, 에이즈, 헤르페스 등은 잠복기간 동안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병에 걸린 줄 모른다. 이윤수·조성완비뇨의학과의원 이윤수 원장은 “감염된 상태로 배우자나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맺게 되면 전염이 되기 때문에, 전염 경로를 잘 파악해 관련자들에게도 알려주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임질, 클라미디아감염 등이 자궁내막염, 난관염, 난소염과 같은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임신한 여성들에서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므로 전문적인 진료가 필수적이다.


성기와 그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음부포진(헤르페스)도 성병이다.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잠복하면서 병이 발현되거나 전염이 일어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성병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수시로 재발한다. 이 원장은 “물집이 생겼을 때 감염 위험이 특히 높다. 증상이 발현됐을 때 성관계를 절대로 하면 안된다. 키스도 위험하다"고 경각심을 높였다.


음모 부위가 따끔따끔 하다면 사면발니(이)의 감염이 의심된다. 사면발이는 전파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성관계뿐 아니라 목욕탕이나 찜질방, 숙박업소 등에서도 감염이 일어난다. 충체가 발견되면 충란까지 없앨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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