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성모·서울성모병원 이재준·배시현·성필수 교수팀
“특정 유전자 변이로 면역매개 간손상 빨라질 수 있어
유전자형 따른 고위험군 조기 맞춤 치료 가능성 열려“

▲사진 왼쪽부터 이재준·배시현·성필수 교수
국내 연구진이 대사이상 지방간(脂肪肝) 질환자(MASLD)에서 특정 유전자(PNPLA3) 변이가 면역매개 간손상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배시현)은 소화기내과 이재준(제1저자)·배시현 교수 및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교신저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최근 간담췌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Gastroente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MASLD 환자에서 PNPLA3 유전자 I148M 변이(GG형)가 간 내부 면역세포 침윤 증가 및 고도 섬유화 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MASLD은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동시에 비만·당뇨·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비만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은평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MASLD 환자 70명을 연구 대상으로 모집하고, 구강 상피세포 또는 간 생검 조직으로부터 PNPLA3 유전자형을 분석했다. 또한 간 조직에 대해서는 면역조직화학 염색을 통해 CD3(T세포), CD68(대식세포) 침윤 정도를 정량 평가했다.
그 결과, PNPLA3 GG형 환자군(변이가 이뤄진 군)은 GC/CC형 환자군(변이가 없거나 일부 있는 군)에 비해 고도 섬유화(F3 또는 F4) 비율이 높았으며, 간문맥 주변 영역에서 CD3 및 CD68 면역세포의 침윤이 유의하게 증가하며,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양상이 발견됐다. 뿐만 아니라 GG형 환자군에서는 CD8A, GZMB, CCL2, TIMP1 등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거나 및 간 섬유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발현도 현저히 높았다.
이번 연구는 MASLD 환자마다 보유한 유전자에 따라 면역 매개 간 손상이 진행되는 방식이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특히 간 내부 염증과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가 개발될 경우, 유전자상 고위험 환자에서 섬유화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가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간손상 위험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조기에 치료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유전적 연관성을 넘어서, PNPLA3 변이가 간 내 면역세포 침윤과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병태생리적 연결 고리를 세계 최초로 제시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번 결과는 PNPLA3 유전자형에 따라 섬유화 진행이나 치료 반응의 차이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향후 임상 현장에서 정밀의료를 실현하는데 의미 있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MASLD가 악화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부각시킨 최초의 유전-면역 연관 연구"라며 “치료 타깃을 정교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는 정밀 유전체 분석기업 제노헬릭스(Xenohelix)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유전자 분석은 제노헬릭스의 SNP 기반 정밀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