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사진=AP/연합)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 휴전을 11월까지 90일간 추가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양국이 이를 계기로 관세 담판을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합의한 관세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휴전 기간을 90일간 추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오는 11월 10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까지 유예하게 된다.
앞서 미중은 지난 5월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무역 협상에서 양국은 90일간 상대에게 부과하는 관세율을 각각 11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그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30%,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0%로 내려갔다.
이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 6월 런던에서 열린 2차 고위급 무역회담에 이어 지난달 28∼29일 스웨덴에서 열린 3차 미·중 무역회담에서 양측은 관세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 이후 '최종 결정권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관세 휴전 연장이 확정된 것이다.
휴전이 연장되지 않았을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12일 자정부터 최소 54%에 달하게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대국간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미중 양국은 10월 31일∼11월 1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거론되는 미중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까지 합의안 도출을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최근 몇 주 동안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양측이 올 가을 미중 정삼회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국제 로펌 킹앤스폴딩의 라이언 마제루스는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이어가고 올 가을에 프레임워크(틀) 마련을 향해 노력함에 따라 양측의 긴장감이 확실히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UPI/연합)
이에 따라 양국이 향후 협상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양국의 2차 고위급 협상 때처럼 미국이 반도체, 중국이 희토류 분야에 있어 수출제한 조치를 얼마나 해제할지가 관건이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이 지난 5월 46톤에서 6월 353톤으로 급증했다. 이는 다만 중국의 수출통제가 시작됐던 지난 4월 이전 수준대비 여전히 낮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12일 미국 방산업체들에 부과한 '군사용·민간용' 이중 용도 물자 수출 통제 조치를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최근 CBC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인접 공급망을 통해 유입되는 희토류가 통제 이전처럼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목표의 절반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는 대신 중국 내 H20 칩 매출의 15%를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칩 '블랙웰'의 성능을 낮춘 버전을 중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어느 정도 성능을 낮춘 블랙웰 프로세서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합의할 수 있다"며 “즉 성능을 30~50% 정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 구매, 러시아산 원유 구매, 펜타닐 공급 문제 등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미국이 현재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30% 관세 중 20%가 펜타닐 유통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은 대두 부족에 우려하고 있다. 우리의 훌륭한 농부들은 가장 실한 대두를 생산한다. 중국이 빨리 대두 주문을 4배 늘리기를 희망한다"며 “이것(미국산 대두 구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상당히 줄이는 방법이고 빠른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땡큐 시 주석“이라고 적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는 이른바 '1단계 무역합의'에 합의한 바 있으나 구매 목표에 한참 미달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무역 고문을 지낸 켈리 앤 쇼 아킨검프 파트너는 “휴전이 90일 연장된 이유는 광범위한 협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