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4대그룹 로고 및 본사 전경.
경제계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가운데 대기업에서 이미 '세대 역전'이 시작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신입사원 채용은 줄고 고참 사원의 퇴직 속도가 늦어지면서 기업의 인적 비중에서 20대보다 50대 이상 직원이 더 많아진 것이다.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기업 124곳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이 19.8%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140곳 가운데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이 비교 가능한 업체를 추려 산출한 내용이다.
2024년도 30세 미만 인력 비중 수치는 전년도인 2023년(21.0%)보다 1.2%포인트(p) 낮아졌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비중은 19.5%에서 20.1%로 0.6%p 늘면서 리더스인덱스 조사 이래 두 연령대의 비중이 처음으로 역전됐다.

▲출처=리더스인덱스
30세 미만 직원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임직원 수가 2023년 109만7758명에서 지난해 111만6587명으로 소폭 늘었음에도 젊은 인력이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30~49세 비중도 지난해 60.1%로 전년(59.3%)보다 0.8%p 증가했다.
2022~2024년 최근 3년 추이를 보면, 30세 미만이 23만5923명(21.9%)→23만888명(21.0%)→22만1369명(19.8%)으로 줄어든 반면, 30~49세는 58.8%→59.3%→60.1%로, 50세 이상도 20만6040명(19.1%)→21만4098명(19.5%)→22만4438명(20.1%)으로 동반상승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 22개 업종 가운데 12개에서 30세 미만은 줄고, 50세 이상은 늘어나는 양상을 나타냈다. 가장 격차가 컸던 산업군은 이차전지로, 2022~2024년 기간에 30세 미만 비중이 9.7%p(7789명) 줄었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가 두 연령대간 비중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30세 미만 비중은 15.0%p 하락했지만, 50세 이상은 8.2%p 상승해 총 23.2%p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대기업 인력 비중에서 처음으로 세대 역전이 일어난 가운데 산업계 주요 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이 올해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 업계와 조선·철강사들이 대표적이다. 수십년간 산업이 성숙하며 50세 이상 노동자 비중이 높아진 만큼 내부적으로 정년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조사에서 대기업 인력의 세대 역전을 우려하는 청년층의 우려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총이 지난달 미취업 청년과 중장년 재직자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및 근로 가치관에 대한 세대별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정년 연장 시 청년층 신규채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취업 청년은 '감소할 것'(61.2%)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고, 중장년 재직자는 '영향 없음'(50.6%)이라는 상반된 대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정년이 미뤄질 경우 조직 내 고령자 비율이 높아져 업무·작업 효율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미취업 청년은 '동의한다'(59.0%) 의견이, 중장년 재직자는 '동의하지 않는다'(62.6%) 응답이 가장 많아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