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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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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들여오는 대규모 탄소…터져나오는 탄소중립 회의론·현실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5 11:21

美 화석연료 수입 확대에 산업계 ‘탄소 리스크’ 급등 우려
김성환 환경부 장관 “이대로는 2030NDC 달성 못해”
산업계 “탄소중립기본법 현실과 괴리…목표 폐기·NDC 재검토해야”
정부는 신중한 입장…에너지업계 “법보다 유연한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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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호 LNG 수출기지인 루이지애나주의 사빈 패스 터미널에서 한국가스공사의 LNG 수입선이 물량을 싣고 있다. 사진=사빈 패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일환으로 한국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등 화석연료를 대거 확대하기로 하자, 산업계와 에너지업계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회의론과 현실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기후·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2050 탄소중립 달성과 2030년까지 40% 온실가스 감축을 법으로 못박은 상황에서, 정작 현실에선 고(高)탄소 배출 화석연료 수입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모순적 구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당시 해당 법안을 주도했던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 자체도 애초부터 도전적 수치였고, 지금 상태론 달성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2030년 NDC 목표는 박근혜정부 시절 처음 설정된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 조정됐다.


김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때 세웠던 2030년까지 30%였던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21%로 10%포인트 가까이 줄이는 대신, 원자력발전은 대폭 확대했고, 석탄·LNG 등 화석연료는 전혀 줄이지 못했다"며 “또한 (탄소중립 관련) 국제 약속을 지키려면 훨씬 강력하게 탈탄소 로드맵이 작동돼야 하는데 여전히 석탄, 석유가 많고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OECD국가중 꼴찌고, 수송화의 전동화 비율도 낮은 상태"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도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고 그에 맞는 전력망을 빠른 속도로 보완하며, 내연관련 각종 동력원을 전동화로 전환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보다 강도높은 탈탄소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은 공허한 선언…법 폐지해야"

산업계 또한 이번 관세협상을 계기로 탄소중립이라는 이상적 목표보다 현실과 수출 경쟁력을 반영한 정책 조정이 우선이라며 정부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인협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에 '탄소중립·지속가능성 정책 수립을 위한 경제계 건의서'를 전달했다.


한경협 측은 “2050 탄소중립기본법은 당시 국제 여론과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졸속 통과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스스로 탄소중립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협상을 하면서도 법적 목표만 유지하는 건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환경 전반에서 탄소중립이 기업 활동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제도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적 목표가 유지되는 한 탄소배출권 비용, 기업 보고 의무, 설비 교체 압박 등 간접 규제가 산업 전반에 계속 작용하게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업종에선 탈탄소 투자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30년 NDC 40% 감축 공식화도 재검토해야"

에너지 업계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자체에 대해 '공식화 취소' 또는 '감축률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EU와 미국은 산업 경쟁력과 기후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며 “한국만 목표치를 고수하면서 관세·수입 등에서 고탄소 연료를 수용하면, 결국 탄소중립도, 산업도 모두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법으로 2050년까지 0을 만들자고 하면서, 정작 석탄보다 높은 메탄 배출 계수를 가진 셰일가스를 수입하겠다는 모순"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선언 자체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더 정직한 접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4년 기준10.6% 수준으로, 정부가 제시한 2038년까지 30% 목표와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또한 이번 협상으로 LNG 발전 확대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2030년 40% 감축 목표 자체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신중…“법은 유지하되 유연한 집행으로 대응"

정부는 아직까지 탄소중립기본법 폐지나 NDC 재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법 자체를 폐기할 순 없다"며 “다만 탄소 감축 경로와 수단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이번 협상은 통상과 에너지안보 관점에서 수용한 결정이며, 기후 대응 목표와 상충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법률의 존재 여부보다는 정책 신뢰성과 집행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로드맵 조정, 목표 유예, 수단 전환 등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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