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시기의 '부자 감세' 기조를 뒤집는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핵심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다시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른바 '감세 정상화'를 통한 조세기반 복원이 골자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조만간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세제개편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최근 2년간 법인세 세수 급감과 무관치 않다. 여당은 법인세 징수액이 급감하는 데 기업 실적 악화 외에 법인세 인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80조4000억 원, 올해는 62조5000억 원으로 2년간 총 41조 원이 줄었다. 국세 수입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2.1%에서 2024년엔 18.6%까지 떨어졌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 비중은 18.1%로 법인세에 근접해, 기업보다 직장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더욱이 여당은 이 같은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개편이 단순한 증세가 아닌 조세 정책의 정상화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안 깎아줘도 되는 초대기업의 상속세·법인세를 깎아주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정권 교체에 따라 반복적으로 등락을 거듭해온 대표적인 조세 지표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 친화적 정책 기조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이 세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세율을 다시 노무현 정부 당시 수준인 25%로 인상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직후 이를 다시 낮추려 했으나 야당 반대로 1%포인트 낮춘 24%로 조정하는 데 그쳤다.

▲법인세 최고세율 이력.
그러나 일각에선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확보보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상할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 투자와 취업자 수가 각각 0.46%, 0.13%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감세 기조와 역행하는 '반기업적 조치'라는 비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인세 인상 명분으로 국세 정상화를 주장하지만, 사실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기업을 쥐어짜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과 함께 실효성 있는 세제 인센티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반도체·이차전지 등 전략 산업에 대해 납부세액을 초과하는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하거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기업 유인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간접 지원 위주여서 경쟁국 대비 정책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세제 혜택이 세금 납부 이후가 아니라, 직접 투자를 하면 곧바로 환급받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이는 기업의 현금 흐름(캐시 플로우) 을 개선하려는 니즈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법인세가 인상되면, 일부 기업은 투자부터 먼저 줄이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미래 산업이나 기반 산업에 대해서는 투자세액 공제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날 여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첨단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 제도는 기존의 투자세액 공제와 별도로 국가전략기술 산업에 대해 생산량에 비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생산과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당 제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