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코플랜트 본사.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자회사의 회계 처리 문제로 금융당국 감리를 받으면서 기업공개(IPO)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다. 고의 분식 회계로 판정될 경우 IPO 시점이 사실상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SK에코플랜트의 회계 위반 혐의에 대한 심의를 24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안은 2022~2023년 회계연도 중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A사의 매출을 과대 계상해 연결 재무제표를 부풀렸다는 금융감독원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고의 분식'으로 보고 형사 고발, 대표이사 해임 건의, 과징금 부과 등을 요청했다.
회계 위반은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뉘며 고의로 판단되면 형사 처벌과 경영진 해임 등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이번 감리위 결과는 SK에코플랜트의 IPO 일정과 중장기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감리 중인 사안은 맞지만 고의성은 전혀 없다"며 “해당 회계는 현지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쳐 처리된 사안으로, 상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 성실히 소명 중이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감리 수위에 따라 IPO 일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로 약 1조6000억 원을 유치하며,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기로 약정한 상태다. 법적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시한을 넘기면 첫해 5% 우선배당을 시작으로 매년 3%포인트(p)씩 배당률이 가산되는 구조다.
일각에선 FI 측이 우선배당 외에도 투자 철회나 지분 조정 요구 등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리 결과 하나로 자금 조달과 경영 안정성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을 염두에 두고 체질 개선 작업도 병행 중이다. 최근 환경·에너지 자회사 리뉴어스·리뉴원의 매각 또는 유동화를 추진 중이며, 도시정비 등 주택 부문도 선별적 수주 전략으로 전환했다. 반면 SK머티리얼즈에서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인수하며 고수익 구조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행보를 상장을 위한 '몸 만들기'로 해석한다. 비효율 자산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분야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감리위의 판단은 단순한 회계 기준 적정성 여부를 넘어 기업의 투명성과 시장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IPO를 앞둔 기업이 '고의' 판단을 받을 경우 상장뿐 아니라 향후 투자 유치와 그룹 내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감리위 판단은 상장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거 분식회계 혐의로 상장 유지 위기에 처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과대 계상 의혹에 대해 '중과실'로 결론 나며 상장 리스크를 넘긴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도 감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IPO 일정과 경영 전략 전반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회계 투명성 강화를 기조로 고의 분식에 엄정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감리 수위에 따라 IPO뿐 아니라 재무 전략과 조직 운영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