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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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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업계 출신 산업부장관…한전-한수원 분쟁 해결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2 11:25

10억달러 UAE 바라카 원전 추가비용 소송 장기화 조짐

변호비용만 수백억원 소요 예상…원전 수출 주도권 기싸움

체코원전 수주 참여 김정관 장관, 실무 경험 바탕으로 조정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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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기업 관계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바라카 원전 추가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업계 출신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실무이해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신임 장관은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부사장 출신으로, 이번 체코원전 수출에서도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실무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사 출신이 산업부 수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양 기관의 갈등을 실무적 이해를 바탕으로 조정하고, 향후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 한전-한수원 간 해외 원전 사업 소송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한전의 총부채가 20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원전 수출은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고작 0.3%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수원이 1조3000억원대의 추가 정산을 요구해 소송까지 간 것은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이 관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누적 손익은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22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 한수원이 공기 지연에 따른 약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정산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원전 건설 이후 최종 정산 과정에서 총공사비가 당초 예상액보다 증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한전에 정식으로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했으나, 한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측은 런던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해당 분쟁은 최소 2~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양쪽 변호비용으로만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추가 비용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간의 갈등 상황.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추가 비용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간의 갈등 상황.

이에 대해 김정관 장관은 “지적에 동의한다"며 “취임 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전과 한수원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재통합이나 원전 수출 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최근 정부는 향후 경영평가에서 두 기관의 실적을 아예 분리해 평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양측의 독립적인 행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모회사가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가 이 같은 반란을 벌일리가 없지만, 두 회사는 공기업이고,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며, 두 회사 사장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한수원으로서는 온전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최근 원전 건설 붐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한다. 한수원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이번 갈등은 정치권의 요금 개입으로 발생한 한전의 허약한 재무상태, 그리고 한수원의 훌쩍 커버린 존재감에서 빚어진 곪아 터진 문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 사의 갈등은 단순한 정산 문제를 넘어 향후 해외 원전 수출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원전 수출에서 실질적인 사업 리스크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 또 사업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의 '바라카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산업부가 그간 산하기관 간 갈등을 중재하지 못해왔다는 비판도 있었던 만큼 김 장관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AE 원전 수출 성공의 상징이었던 바라카 프로젝트가 한국 공기업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만큼, 김정관 장관의 조정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익 중심의 중재와 제도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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