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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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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조직적 방해 국토부…행정 신뢰 어디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1 15:45

김건희 특검, 국토부 직원들 수사 방해 정황에 경고

권력형 비리 얽혀 국책 신뢰 흔들렸다는 비판 나와

윗선 지시 거부 실상 불가능…소극 행정 유발 지적도

국토부

▲국토교통부 세종 청사.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김건희 특검'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저격으로 벌집을 쑤셔 놓은 분위기다.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가 예고됐고, 행정 신뢰를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반면 정치인 등 윗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애먼 공무원만 때려잡는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토부 안팎에 따르면, 오정희 김건희 특검보는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관련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중, 국토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수사 상황 공유와 대처 행위가 포착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토부 A 과장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수사와 관련해 말을 맞추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특검팀은 국토부 2차관을 지낸 김희국 국민의힘 전 의원이 수사가 본격화된 이달 초 국토부 도로정책과 직원을 불러모은 사실을 확인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검이 조사 중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은 지난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노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2023년 5월 김건희 일가의 땅이 포함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을 발표해 불거졌다. 이후 논란이 되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돌연 사업을 백지화했다.


국토부는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정된 노선이 교통량이 많고 환경 문제와 주민 수용성 면에서도 기존안보다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국토부가 공개한 자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종점 변경안이 담긴 타당성 조사에서 용역 업체가 경제성 분석과 종합평가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용역 대금을 지급한 점이 드러났다. 국토부 직원들이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때 종점부 위치 변경 검토가 담긴 4페이지 분량을 고의로 제외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이 최근 추가 의혹이 폭로되면서 국토부 직원들의 개입 정도도 더 확인될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유튜브에 출연해 “실은 이렇게 본인 땅으로 고속도로를 휘게 시도했던 사례가 또 있다"며 “강원 쪽에도 김건희 씨네 땅이 또 있어 그쪽으로도 고속도로를 휘게 하다 문제가 제기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토부는 양평 고속도로 의혹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정부 당시 국책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자성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한 관련 인사는 “아무리 위에서 강하게 압박을 했어도 너무 무리한 행정 행위라면 거부했어야 한다"면서 “12·3 비상계엄이 군인들의 소극적 저항 때문에 무위로 그친 반면 국토부에서는 윗사람들의 전횡을 누구도 견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바람이 불고, 대대적인 감사, 정책 뒤집기 등이 반복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부터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까지 연이어 정책 감사 대상이 됐다. 특히, 4대강 사업 관련 감사원 감사는 다섯 차례나 진행됐으나 결과는 정권에 따라 상이했다. 통계 조작 사건 역시 부동산원 직원들의 진술이 감사원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허위로 조작됐다는 증거가 제시된 만큼, '정치 프레임'에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대통령 중심제나 삼권분립, 행정 관료제라는 원론적 틀 아래에서 대통령이나 장관의 결정을 관료가 거부할 수 없는 데다, 형식적으로 거부권을 보완한다고 해도 결국 윗선에서 담당자를 바꿔버리면 그만인게 현실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력자가 비리를 저지르려 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관료가 그런 지시를 거부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고위층에서 누구에게 득이 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건지, 다른 정치 판단인지 실무자인 관료가 판단해 업무를 거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나 감사, 국회의 감시 기능 등을 통해 행정적 절차나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이슈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지만, 공무원의 저항권이나 정치적 결탁 문제를 일관되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본인이 괴롭기는 하겠지만 많은 경우에 그러려니 하고, 일신상의 이득을 얻고 싶은 자가 자청해서 한 후 승진해 있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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