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본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과열 조짐이 경매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매매 시장에서 매물이 부족한데다 규제 우회 심리가 겹치면서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되는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경합을 벌이면서 경매 시장마저 '틈새 과열' 구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가 감정가를 넘기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집값 과열 양상이 경매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조사한 결과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아파트 경매 중 낙찰가가 감정가를 넘긴 사례는 24건에 달한다. 올해 1~5월 월평균(약 25건)에 육박하는 수치로, 한 달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특히 강남 고가 단지는 물론 동작·성북·영등포 등 비강남권 중저가 단지까지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106㎡는 감정가 31억5000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높은 42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133.8% 높은 가격이다.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120.9%), 용산 이촌동 '강촌아파트'(122.8%) 등도 애초 감정가보다 수억원 높게 낙찰가가 결정됐다. 특히 동작구 대방동 '성원아파트'(106.8%), 동대문구 휘경동 '브라운스톤휘경'(101.9%) 등 비강남권에서도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높은 사례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기적 수급 불균형과 정책 불확실성, 과잉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경매 낙찰가는 결국 시장 가격 흐름을 반영한다"며 “공급 부족 신호와 새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12조 원 규모의 민생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선 자산시장으로 돈이 유입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지금은 '무조건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경매 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된 상황"이라며 “강남이나 용산처럼 토지거래허가제 예외 지역에서는 경매가 투자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고, 실수요자들은 일반 시장보다 경매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잡으려면 시장과 심리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매물 유도를 위한 제도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심리 과열은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위원은 “새 정부가 획기적인 공급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문제이고 자칫 시장만 자극할 수 있다"며 “새로운 공급 대책보다는 기존 공급 목표의 현실적인 조정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출 규제 강화나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 등의 시도에 대해서도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추가 규제를 꺼낸다 해도 실보다 득이 클 가능성은 낮다"며 “정부가 불필요한 부동산 이슈화를 자제하고, 과열된 기대심리를 조용히 진정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의 경매시장 과열 현상을 전국적 집값 인상 신호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규제, 고금리 환경, 분양시장 위축 등 건설·주택 시장 전반의 체력은 여전히 약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일부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실제 체감경기나 분양 여건은 여전히 회복세와 거리가 있다"며 “지금은 심리만 앞서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