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기조로 환자안전 보장과 의료 질 향상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국민 건강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접근을 넘어, 의료현장에서 지속가능한 안전과 질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인증제도는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환자안전 기준과 의료 질 관리 체계를 의료기관이 자율적·체계적으로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현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증제도를 통해 감염관리, 약물안전, 진료 프로세스, 의료기관 조직문화,ESG경영 등 의료의 전반적 품질을 개선하는 촉매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증을 획득한 기관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전문 인력 역량 강화와 조직 내 질 관리 문화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증 대상 기관을 요양병원, 치과·한방병원 뿐만 아니라 정신의료기관, 재활의료기관으로 확장하면서, 전 국민 건강안전망 구축이라는 사회적 책무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국민 홍보와 인증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접근성과 수용성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인증제도의 한계도 명확하다. 우선, 인증 참여가 요양병원 외에는 전적으로 자율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증의 법적 의무화 범위 확대와 함께, 인증받은 기관에 대해 재정적·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인증 참여 확대와 지속적 질 개선 유도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증원은 최근 기본 인증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본 인증은 기존 인증제도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참여가 어려웠던 중소병원 및 지역 의료기관들이 의료서비스 기본 안전 수준을 달성하고 지속적 질 관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기본 인증을 통해 의료 질 관리의 최소 기준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이후 심화 인증으로 자연스러운 단계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의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또한, 단발성 평가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사후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인증이 일회성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내부에 상시적 질 관리 시스템이 내재화되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인증제도를 고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법적 위상 강화와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가인증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는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만큼, 전문인력 확충, 안정적 재정지원을 위한 정책적 논의가 본격화 되어야 한다.
이제 인증제도는 단순한 평가도구가 아닌 국가적 의료 질 관리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정책과 연계해, 인증제도가 전 국민의 의료 안전망 강화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와 운영방식의 전면적 혁신이 요구된다.
기본 인증제도의 성공적 도입과 정착은 이러한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정부 및 의료계, 시민사회의 협력 속에서 “의료 질과 환자 안전의 국가 기준"을 선도하는 전문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 변화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인증제도의 정책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신뢰받는 의료서비스 환경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이제 막 임기 1년을 지나가는 원장으로서의 포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