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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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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이재명’, 3色 리더십…직접·집요·소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4 11:12

취임 일주일, 세 가지 키워드로 본 ‘이재명 스타일’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은 단 세 단어로 요약된다. '직접', '집요', 그리고 '소탈'.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그의 국정 철학과 리더십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전임 정부 인사들과의 '동거 내각'이라는 낯선 조건 아래서도 국정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직접 뛰며 실무를 챙기고,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국정 운영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 직접: 회의장부터 시장 골목까지, 대통령이 움직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직접 소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각 부처 차관과 실무자들에게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를 건네며, 필요시 직접 전화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고 세세한 발상이나 입법 아이디어를 전달하라고 요청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지만 각 부서를 가장 잘 아는 실무진인 만큼, 당장의 인연보다 실용을 앞세워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그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항을 묻고 문제 해결 방안을 직접 조율해왔다. 불필요한 보고 체계를 줄이고 정책 반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이러한 '직접 소통형 스타일'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가 일관되게 고수해온 스타일이다. 당시에도 실무를 담당하는 국장이나 과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보고 체계를 줄이고 정책 반영의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시민과의 직접 소통 역시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왔다. 성남시장 시절 메르스 사태 대응, 3대 무상복지 정책(청년배당·무상교복·공공산후조리원) 추진 등 주요 국면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민 의견을 확인하고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상호 소통했다. 특히 'SNS시민소통관 제도'를 도입해 성남시 공식 계정에 제기된 민원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하면서, 시민들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 전통시장 방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남성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형식적인 도어스테핑 대신 현장 소통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식이 끝난 뒤 인근에 있는 남성사계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살구, 열무김치, 돼지고기, 찹쌀 도넛 등을 온누리 상품권과 현금 등으로 구매해 직접 갖고 온 장바구니에 담았다. 민생경기를 직접 체험하고 서민경제현황을 경청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행사였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 집요: 끝까지 묻고, 끝까지 토론한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스타일은 '집요함'이다. 5일 '김밥 한줄'을 곁들인 3시간 40분 국무회의에 이어 10일엔 2시간의 점심시간이 포함된 6시간 마라톤 국무회의가 진행됐다. 10일 국무회의에서 그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사들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를 직접 물으며 의대 정원 동결이 실효를 거두는지 따졌다. 또 “토니상은 뮤지컬 분야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 “대북 전단 살포는 법 적용을 엄격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등 구체적인 정책 쟁점들을 직접 질문했다


이재명 대통령, '김밥 오찬'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일방적 주장을 펼치는 대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다. 윤석열 정부에서 반대해온 '3대 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순직해병 특검법)'이 1호 법안으로 상정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던 국무회의에서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등 일부 국무위원들이 이견을 제시하자, 이 대통령은 “다 말씀하셔도 된다",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공감을 표했고, 때로는 “야당일수록 특검을 반길 수도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이러한 집요한 태도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뿌리내린 방식이다. '경기도 계곡정비사업'에서는 계곡 독점으로 불편을 호소한 시민들뿐 아니라 생계 문제가 걸린 상인들의 입장까지 꼼꼼히 들으며,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사안에서도 반대 측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를 통해 최적의 절충점을 모색하며 정책을 설계했다. 모란시장 개 도살 중단 문제에서는 상인들과 5년간 협의해 정책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리더십은 인수위 없는 '동거 정부' 체제 속에서도 실용적 국정 운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초기 대응 방식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불편한 협치를 피하고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임명해 차관 중심의 회의 체계를 먼저 가동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인사들과 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나온 결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현장 간담회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소탈: 차 한 잔, 한 끼 식사로 좁히는 거리

이재명 대통령,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12일 SNS에 공개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 SNS]

'소탈함'도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는 정은보 이사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뿐 아니라 과장·대리급 직원들까지 총 55명이 참석했다. 대통령과 기관의 저연차 직원들이 마주한 이례적 상황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편하게 해요. 형이다 생각하고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직원들은 시장 감시 인력 증원과 부정 거래 세력 차단 방안 등을 자유롭게 건의했다.


소탈한 면모는 그의 '깜짝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거래소 간담회를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예고 없이 용산 대통령실 기자식당에 나타나 출입기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지난 10일에는 구내식당에서 대통령실 직원들과 식사를 한 뒤 매점에서 기자단과 차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경호 의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경호로 인해 시민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경호처에 지시를 내리는 등'열린 경호, 낮은 경호' 방침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 너무 막지 마시면 좋겠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는데 너무 불편하고 사실은 안 좋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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