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약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집값이 언제 불붙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시장이 자극받은 상태로, 이재명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면 적극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19%) 대비 0.26% 상승하며 대폭 올랐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 주(0.26%) 이후 40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종식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심리 회복, 이재명 정부의 재건축·정비사업 촉진 공약,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또 △공급 부족 △완화되는 금리 기조 △정부의 재정 확대 움직임 △저성장·침체에 따른 부동산 자금 쏠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금이 아니면 집 사기 어렵다"는 불안이 자극됐다는 평가이다.
실제로 서울 집값은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쏠림 현상이 맞물리며 상승세가 점점 가파라지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0.10%에서 셋째 주 0.13%, 넷째 주 0.16%, 6월 첫째 주 0.19%로 상승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노른자' 지역인 송파구는 전주 0.50%에서 0.71%로 뛰었다. 강남구도 0.50%에서 0.51%로 소폭 오르며 두 지역 모두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송파와 인접한 강동구는 0.32%에서 0.50%로 올라 2018년 9월 둘째 주(0.80%)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폭을 나타냈다. 서초구(0.42% → 0.45%), 성동구(0.26% → 0.47%), 용산구(0.29% → 0.43%) 등 주요 지역도 일제히 상승폭을 키웠다.
실거래가도 연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삼성 25평형은 직전 대비 6500만원 오른 지난 4일 2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염리삼성래미안 24평형도 10일 기존 가격보다 7000만원 높은 13억6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27평형은 7일 23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5000만원 높은 가격을 자랑했다. 특히 마포구는 처음으로 평균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고가 기준선인 15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종로(0.17%) △성북(0.13%) △노원(0.07%) △구로(0.06%) 등 그동안 상승폭이 제한적이던 지역까지도 오름폭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강화되는 대출 규제를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막차 심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겹치면서 시장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10건으로, 한 달 전(8만5158건) 대비 5.3% 감소했을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국면까지 감안하면 서울 집값만 단독 상승할 수 있어 빠르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했던 상황에서, 새 정부 역시 '공급 확대'라는 원론적 방향만 제시한 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놓지 않아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특히 신규 주택 공급은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5년이 소요돼, 지금부터 추진하더라도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로 인해 시장은 당장 급등세를 진화하려다 규제 강도가 높아져, 전 정부와 비슷한 규제가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 정부 때도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가 제한적이었던 걸 국민들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며 “세금 규제를 안 하겠다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이제 와서 입장을 바꾸기 어려우나, 만일 대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이미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로 묶인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조차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상황으로, 7월에 공급 확대와 규제지역 지정 등 대책이 발표되겠지만 그 정도로는 불안한 국민 심리를 진정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